중간관리자가 일해야 조직이 산다

정책의 중재자, 샌드위치가 아닌 중심축이다

by Via Nova

조직에서 가장 애매한 자리는 중간관리자다. 윗선의 지시를 받아야 하고, 아랫선의 불만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늘 치이고, 늘 피곤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자리가 조직을 살린다. 중간관리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은 공중에 붕 뜨고 시민은 행정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공직사회에서 중간관리자는 단순히 지시를 전달하는 중계자가 아니다. 기관장이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국과장이 결정을 하지만 중간관리자가 없다면 실효성 없는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책과 지침을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현장과 실무자를 통해 일선의 목소리를 상부에 올리는 번역자다. 이 역할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현실에서 빛을 보지 못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갈등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세대 간의 충돌이 그렇다. 중간관리자 교육에 빠지지 않는 과정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갈등관리다. 기성세대는 "조직을 위해 참고 버티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반면 MZ세대는 "내 성장과 공정한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린다. 상사가 "조직을 위해 조금만 더 해 달라"라고 하면 기성세대는 "당연한 말 또는 응당 내가 감당할 일"로 듣지만, MZ세대는 "내 삶을 희생하라는 강요"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MZ세대가 "개인적인 성장을 중시한다"라고 말하면 기성세대는 "이기적이다"라고 오해한다.

중간관리자의 고충은 여기서 생긴다. 상사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 꼰대 소리를 듣고, 직원 편만 들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전에 모셨던 상사 중 한 분의 퇴근인사가 "얼른들 마무리하고 퇴근해"였으나 언제나 그분의 지시는 오후 4시쯤 나오고 마감일은 여유롭게 주지 않으셨다. 이렇듯 다른 세대의 생각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관리자에겐 고민이 생긴다. 두 세대의 언어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조율하는 가교 역할이야말로 공직에서 일하는 중간관리자에게 필요한 진짜 힘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정답은 없다. 다만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는 인정이다.
MZ세대는 성과만큼이나 성장을 중시한다. 구체적 상황과 마음이 담긴 "잘했다"는 말 한마디, 작은 성취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구글이 도입한 ‘상호 인정 시스템(Recognition System)’은 좋은 사례다. 팀원이 이룬 작은 성과를 동료나 상사가 바로 포털에 올려 모두가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인데, 이 문화가 정착되자 직원들의 만족도와 몰입도가 크게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업무성과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 ‘칭찬 릴레이’를 운영하는데, 단순히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의 기여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긍정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도 "인정은 동기부여의 가장 저렴하고도 강력한 도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둘째, 구체적 소통이다.
"이거 만들어, 뭐가 필요해"라는 식의 ‘알아서 해라’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MZ세대는 목적, 기한,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면 곧바로 혼란을 느낀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업무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된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평균 31% 높은 성과를 낸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기업에서는 업무지시를 ‘배경–목적–기대결과–마감 기한’의 4단 구조로 명확히 정리하도록 권장했는데,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보고서 품질과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결국 "구체적인 말이 곧 생산성"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마지막은 역멘토링이다.
후배가 선배를 멘토링하는 방식은 신선한 배움의 통로다. 공자는 이미 2,000년 전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焉)"라며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다는 겸손을 강조했다. 실제 기업 사례도 있다. 미국 GE는 1999년부터 젊은 직원들이 임원들에게 신기술과 디지털 문화를 가르치는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당시 CEO였던 잭 웰치는 이 제도를 통해 임원들이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고, GE가 ‘디지털 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다. 공직에서도 마찬가지다. MZ세대 공무원들은 디지털 소통, 새로운 행정 플랫폼 활용 능력에서 기성세대보다 강점을 갖는다. 이들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조직 전체가 한 단계 더 유연해진다. 동시에 MZ세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물론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세대 갈등을 풀어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정책과 사업을 관리하려면 PDCA(기획 plan-실행 do-평가 check-개선 act) 사이클로 계획하고 점검해야 하고, 마일스톤을 설정해 중간에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 후배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나의 성과도 커진다. 결국 중간관리자가 후배를 키우지 않으면 조직의 미래는 없다.

조직을 살린다는 건 대단한 혁신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책이 현장에서 돌아가고,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고, 직원이 자기 성장을 경험하는 순간이 쌓일 때 비로소 조직은 살아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중간관리자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중간관리자가 일해야 조직이 산다."
공직의 미래는 화려한 구호나 몇몇 리더의 카리스마에 달려 있지 않다. 세대를 잇고, 정책을 현실로 만들고, 성과와 공공성을 동시에 지켜내는 수많은 중간관리자의 일상적인 땀방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