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무원들은 왜 떠나려 할까?
공무원의 절반은 이미 마음이 조직 밖에 있다. 인사혁신처와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27.9%였던 이직 의향률은 2022년 46.3%까지 치솟았다. 특히 입직 2년 차에 접어든 순간 이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직 의향은 22.7%에서 51.1%로 두 배 이상 뛴다. '신입 시절의 기대'가 '현실의 벽'과 부딪히는 지점이다.
많은 이들이 낮은 급여를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낮은 급여를 불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급여는 입직 전에 이미 비교 가능한 요소다. 단지 눈에 가장 잘 띄는 불만일 뿐이다. 심리학자 허즈버그의 동기-위생 이론에 따르면 급여는 위생요인이다. 급여는 없으면 불만이 쌓이는 요소이지, 있다고 해서 만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진짜 문제는 성취감, 인정, 성장기회 같은 동기요인의 부재이다. 문체부에서 일하다 퇴직 후 책을 낸 노한동 전 서기관은 저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그 무의미한 일을 스스로 그만두었습니다." 팔자를 바꾼다는 고시를 통해 입직하고도 그만두는 선택을 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매일 반복되는 비생산적인 보고, 의미 없는 행사 준비, 형식적인 결재에 매몰되어 갔다고 토로한다. 공직이 공익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무의미한 관행의 재생산으로 변질되었다고 고발하고 있다.
그의 증언은 단순히 개인의 불만이 아니다. 많은 젊은 공무원들은 처음 입직할 때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열정을 갖고 들어온다. 그러나 실제로 맡게 되는 일은 복잡한 절차를 따르는 행정처리, 상급기관의 지시 전달, 형식적인 보고자료 작성이 대부분이다. 시민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책을 기획하는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열정과 현실의 괴리는 실망을 키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심리적 계약위반'이라고 부른다. 기대했던 것과 실제 경험이 다를 때 느끼는 배신감이다.
조직에 대한 애착도 과거와 다르다. 예전 세대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혹은 "의무감 때문에" 머물렀다면 지금 세대는 다르다. 정서적으로 애착이 있어야 남는다. 과거에는 '규범적 몰입'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정서적 몰입'이 필요한 것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떠난다. 안타깝게도 공직 사회는 여전히 위계적이고 경직되어 있으며 자율성은 제한적이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업무의 요구와 자원의 불균형도 문제다. 늘어나는 민원, 복잡한 법령, 수시로 바뀌는 시스템,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로 요구는 점점 커지기만 한다. 에너지가 부족해서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표현이 쉽게 나온다. 반면 재량권은 제한적이고 상급자의 지원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번아웃은 피할 수 없고, 결국 이직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대안은 과연 있을까? 급여 문제가 해결이 가능한가? 국가재정을 이유로 정부는 항상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낮은 급여인상률을 채택했다. 급여를 한꺼번에 크게 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과급의 차등폭을 확대하고 전문 직무수당을 도입하고 복리후생을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요한 건 공정성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눈에 보이도록 보상에 반영해야 한다. 업무방식도 바꿀 수 있다.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하고 대신 창의적 업무를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주 4일제는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다.
조직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다. 그러나 작은 시도는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실패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처 간, 지역 간 순환보직, 민간 파견, 해외 연수 같은 기회는 젊은 공무원에게 "여기서 계속 배울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직을 늦출 수 있다. 물론 이런 노력들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공무원 제도 자체가 가진 경직성과 보수성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되돌릴 수 없다. 공직은 본질적으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추구하고 젊은 세대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추구한다. 이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높은 이직 의향은 시대적 흐름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실제로 유능한 젊은 청년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우리나라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자리로 가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이야기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 다만 문제를 완화하고 우수한 인재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려한 구호보다는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 혁명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한 사람을 지키고, 그 한 사람이 다시 공동체를 지킨다.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잃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다. 공무원 이직문제는 곧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우리의 선택은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솔직함'과 '꾸준함'이 담긴 진심 어린 변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