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안아야 할 때

괜찮아, 이만하면 됐어

by Via Nova

신화 속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가 손에 저울을 들고 서 있다.

옳고 그름, 무겁고 가벼움을 재기 위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저울은 내 안에서 움직인다.

나를 재고, 판단하고, 끝없이 무게를 달아가며

조금 부족하면 "무겁다" 하고 조금 흔들리면 "가볍다" 하며 나를 눌러댄다.


마치 내가 언제나 완벽해야 하는 것처럼, 흔들림 없이 단단해야 하는 것처럼.


출근길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열심히 준비한 기획안을 보고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라"는 상사의 말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퇴근 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며 괜히 작아만 진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통화할 때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따뜻한 물음에도 "그냥요"라고만 답하게 된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내일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럴 때 잠시 저울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안 깊숙한 곳에 숨은 용기를 속삭이듯 불러낸다. "괜찮아." 그 작은 말 한마디가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낸다.

꽁꽁 얼어붙었던 가슴에 숨이 트이고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이 서서히 느슨해진다. 마음에 모닥불을 피울 시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자기 연민'이라고 부른다. 나를 탓하기보다는 나를 감싸 안는 태도.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이 불안을 진정시키는 뇌의 신호가 되어 몸과 마음을 다시 평안으로 이끈다.


나는 이제 안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된다는 것을.

모든 걸 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성장이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 스스로 떳떳하면 된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텨낸 것,

숨을 쉬고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은 나로도 괜찮고,

흔들리는 나로도 괜찮고,

때로는 길을 잃은 것 같은 나로도 괜찮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작은 말이 내일을 살아낼 힘으로 바뀐다는 걸 이제 안다.

그 말이 나에게 쌓인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안는다.

마음 속 저울을 잠시 내려놓고

판단하고 재단하려 드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그저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괜찮아. 오늘의 너로 충분해."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이의 인정이나 박수가 아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일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