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전한 말, 나를 울리다
어제는 인사 첫날이라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주말에 자료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인사가 나면서 오래된 자료들을 대거 정리하던 중 나온, 27명의 인턴들을 떠나보내며 쓴 글인데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마음이 묘했습니다. 그때는 인턴들에게 건넸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공공데이터 인턴 여러분께
세상 모든 만남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처럼 결국 오늘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여러분을 맞이하는 일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준비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아이처럼, 청년 인턴십은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장소 확보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복잡한 일이 많았고, 특히 브리핑실 문제는 큰 난관이었습니다. 여러 부서의 통보와 억울한 상황 속에서 간부님들을 찾아가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청사관리팀의 팀장님과 주무관이 퇴근 이후까지 함께 애써 주었고, 마침내 시작 3일 전 극적으로 공간을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2층 창고에서 책상과 의자를 옮기며 느꼈던 안도와 감사는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조차 기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길에는 ‘준비 없이 이분들을 맞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오리엔테이션을 기획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짜며 팀원들과 역할을 나눴습니다. 전날 밤까지 발표 자료를 만들며 고생한 직원들의 노고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 만남은 모두누림센터에서의 어색한 자기소개 시간이었지요. Who am I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마무리했던 그 장면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 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시간을 채워갔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분은 성실히 임했고, 우리는 함께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더 체계적인 업무 경험을 전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처음 말씀드렸듯, 4개월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것은 본인의 태도와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끝까지 진지하게 함께해 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여러분을 통해 많은 자극과 배움을 얻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인류는 방역에 힘쓰고, 결국 백신을 개발하며 위기를 극복해 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편할 거라 말하지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인생이 뜨겁고 벅찰 수 있을까요? 인생은 결국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고민해야 지치지 않고 달려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큰 의지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꾸준히 몸을 단련하고, 책과 가까이하며 마음의 성장을 이어가십시오. 책은 작지만 가장 강력한 인류의 유산입니다. 인류가 역사를 이어온 힘은 기록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 아무도 몰라준다고 여길 때, 한 발자국만 더 내디뎌 보십시오. 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지만 마지막 1도의 차이로 수증기가 됩니다. 그 한 걸음이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은 제게도 참 소중했습니다. 찬란한 내일을 향해 나아갈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렇듯 자신 있게, 마치 뭔가를 아는 것처럼 말했지만 여전히 삶은 제게 어렵습니다. 새로운 문제와 급변하는 환경에 치이면 지치기도 하지요.
최근 읽은 쇼펜하우어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네요.
의욕의 정지
차이에 대한 의식
현실과 격차를 만드는 능동적 실천
과한 의욕과 욕심을 내려놓고, 좁히거나 넓혀야 할 영역을 인식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해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