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정책 만들기

문제를 바로보고 문제점을 개선하자

by Via Nova

1부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AI 사용 설명서


5장 데이터로 정책 만들어보기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데이터로 정책을 만든다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이 장은 바로 그 답을 찾는 여정입니다. 거창한 시스템이나 막대한 예산 없이도, 작은 파일럿 하나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모으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을 함께 걸어갈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엑셀과 노코드 도구, 생성형 AI를 마치 똑똑한 비서처럼 활용하는 법도 익히게 될 거예요.




우리 주변 이야기: "등굣길 8시 20분"


도시디자인과에 갓 발령받은 주무관 민지는 첫 학부모 간담회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차들이 제대로 서질 않아요."

"코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 때문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요."

"등교 시간만 되면 가슴이 철렁해요."


민지는 이걸 그냥 민원 한 건으로 처리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메모장 맨 위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위험이 많은 시간과 지점'을 먼저 찾아서 바꾸면 안전에 대한 체감이 좋아질까?



바로 그날 품은 작은 의문이 정책 실험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 문제 정의 캔버스: 막연함을 선명하게 만들기


민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문제를 구체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 안전을 지킨다"는 목표는 좋지만, 너무 크고 막연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10분 동안 메모를 해봤습니다.


먼저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등하교 시간대 보행자, 특히 초등학생들의 위험신호를 20% 감소시키는 것.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목표였죠.


대상도 좁혔습니다.

시 전체가 아니라 A초등학교, B초등학교, C초등학교의 어린이 보호구역 3곳으로 한정했습니다. 작게 시작해서 효과를 검증한 뒤 확대하기로 한 거죠.


범위는 시간대를 지정했습니다.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의 등교 시간, 그리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의 하교시간.

하루 종일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시간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제약조건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4주 파일럿 프로젝트고 예산은 거의 없습니다. 기존 예산으로 표지판, 노면표식, 현수막, 캠페인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었죠.


핵심지표는 네 가지로 정했습니다.

불법 주정차 민원건수

과속의심 이벤트 횟수

횡단보도 앞 보행자 대기시간

현장 교사들의 불안응답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나열했습니다.

시간대별 단속과 유도

시야 확보를 위한 장애물 제거

진입 속도를 낮추는 감속 표지판 등 장치

학부모 대상 안전캠페인


이렇게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문제가 선명해졌습니다.

"모든 걸 안전하게 하자"가 아니라

"이 시간대, 이 장소에서, 이 방법으로" 바꿔보자는 것이었죠.


문제를 너무 크게 정의하면 시작도 못 합니다.

시간, 장소, 대상을 좁혀서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어 보세요.


작게 시작해서 효과를 보여주는 게 결국 더 큰 변화로 이어집니다.




2. 데이터 모으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민지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걱정이 됐죠. "내가 제대로 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2-1. 우리에게 있는 데이터 찾기


민지가 모은 첫 번째 데이터는 민원데이터였습니다.

시 민원시스템에서 내려받을 수 있었죠.

접수일시, 주소, 키워드 (불법 주정차나 과속, 시야불량 등), 처리결과 같은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텍스트 키워드가 제각각이라 전처리 과정이 필요했죠. 모든 데이터를 규격화하는 표준화를 했습니다.


두 번째 데이터는 교통 이벤트 데이터였습니다.

다행히 일부 구간에는 속도표시 장치가 있었고 신호기 로그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일시, 지점 ID, 추정속도, 적색신호 위반 이벤트 같은 정보가 기록돼 있었죠.

만약 이런 데이터가 없다면 민원데이터와 현장관찰을 통해 대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 번째는 현장 관찰표였습니다.

학교와 녹색어머니회, 교통안전 지킴이들의 협조를 받아 간단한 양식을 만들었어요.

시간대, 위치, 보행자 대기시간, 차량의 일시정지 비율 같은 걸 기록하는 양식으로 만들었죠.


네 번째는 기상 데이터였습니다.

기상청 공개 데이터에서 일자, 시간대, 강수량 정도를 가져왔습니다.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마지막으로 지도 기준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노면 표시, 표지판 위치 등 교통시설물 정보와

코너반경, 시야를 가리는 요소들의 위치를 사진과 좌표로 정리해서 등록했습니다.





2-2. 엑셀로 정리하기: 지저분한 데이터를 다듬는 법


민원 데이터를 처음 열었을 때, 민지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같은 내용인데 '불법주차', '불법주정차', '이중주차'로 제각각 적혀 있었거든요. 위치에 대한 부분도 정확한 주소가 아니라 OOO정육점 앞, OOO초등학교 앞이라고 되어 있어 특정지점을 찍어 좌표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엑셀로 이걸 정리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예를 들여 2025년 3월 11일 오전 8시 22분에 접수된 민원은


A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발생했고, 키워드는 불법 주정차, 세부 내용은 '등교시간 이중주차'였으며 처리상태는 완료였습니다. 다음 날 오전 8시 15분에는 A초 북문 코너에서 과속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코너 과속 위험'이라는 내용이었으며 아직 처리 단계였죠.


민지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이 데이터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텍스트 표준화였습니다.

'불법주차', '불법주정차', '이중주차'를 모두 '불법주정차'로 통일했어요.

엑셀의 찾기, 바꾸기 기능으로 3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둘째, 데이터를 다루기 좋게 분리했습니다.

접수일시 열에서 엑셀함수를 사용해서 요일을 추출했어요.

=TEXT(접수일시, "ddd")로 월화수목금 같은 요일을 뽑아냈고

=HOUR(접수일시)로 시간을 추출해서 7-8시, 8-9시 같은 시간대 구간을 만들었습니다.


셋째, 좌표 매핑을 했습니다.

정확한 GPS좌표가 없어도 괜찮았어요.

주소를 보고 정문, 후문, 코너1, 코너2 같은 기준점 카테고리로 수작업 분류했습니다.

3개 학교면 10~20개 지점 정도면 충분했죠.


민지는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데이터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있는 데이터로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은 현장 관찰로 채우면 된다는 것을.




3. 빠른 요약: 숫자 속에서 이야기 찾기


데이터를 정리했으니 이제 패턴을 찾아야 합니다. 민지는 엑셀의 피벗 테이블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피벗테이블 설계는 간단했습니다.


행에는 학교와 지점을 배치했어요.

A초 정문, A초 후문, A초 코너 1처럼요.


열에는 시간대는 배치했어요.

7-8시, 8-9시, 13-14시, 14-15시, 15-16시 같은 한 시간 단위로요.

그리고 민원 건수나 관찰된 이벤트 수를 집계했습니다.


20분 만에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민지가 찾아야 했던 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과밀 시간과 지점

둘째, 키워드 구성비율, 즉 불법 주정차가 몇 퍼센트, 과속이 몇 퍼센트, 시야불량이 몇 퍼센트인지.

셋째, 날씨에 따른 차이, 특히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맑은 날의 차이였습니다.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랬습니다.

"A초등학교 정문 앞 8시에서 9시 사이에 불법주정차 관련 민원이 전체의 48퍼센트를 차지했고

B초등학교 코너 1 지점의 7시에서 8시 사이에는 과속 관련 이벤트가 32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비 오는 날은 평소보다 이벤트가 18퍼센트 증가했다."


숫자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디가, 언제, 왜 위험한지가 보이기 시작했죠.





4. AI 비서 호출: 혼자 고민하지 않기


민지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떤 정책 옵션이 있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때 생성형 AI가 떠올랐습니다.


민지는 첫 번째 프롬프트를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프롬프트 예시 ① — 요약 요청

"당신은 시 교통안전 정책관입니다. 아래 피벗 요약을 6줄로 요약하고, 학교·지점·시간대별 Top3 위험을 뽑으세요. 마지막 줄에 우선 개입 시간대를 1줄로 제안하세요. 숫자는 %로 반올림하고, 불릿으로 작성하세요."


AI는 몇 초만에 구조화된 답을 내놓았습니다. A초 정문 8-9시가 가장 위험하고, B초 코너 1이 두 번째, C초 후문이 세 번째라고 정리해 줬죠. 그리고 우선 개입 시간대로 평일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50분 사이를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 프롬프트는 정책 옵션을 요청하는 거였습니다.

프롬프트 예시 ② — 정책 옵션 요청
"당신은 보행 안전 정책 설계자입니다. 위험 Top3 지점에 대해 저비용·중비용·무형 개입(캠페인) 3 옵션씩 제안하고, 예상 효과·리스크·협업부서를 표로 정리하세요. 실행 기간은 4주 파일럿 기준입니다."


AI는 시간제 캠페인, 시야 확보를 위한 장애물 제거, 전략적 단속 같은 옵션을 제시했어요.

각각의 예상 효과와 리스크, 필요한 협업부서까지 정리해 줬죠.


물론 그래도 쓸 순 없었습니다. AI가 제안한 내용 중 일부는 현실적이지 않았고, 일부는 법적 근거가 약했어요. 하지만 출발점으로는 충분했습니다.


주의사항: AI분석 시 민감정보나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마세요. 그리고 AI 결과는 반드시 사람이 검증해야 합니다. AI는 비 서지, 결정자가 아니니까요.





5. 인사이트를 정책으로: 실행 가능한 옵션 만들기


민지는 AI의 제안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정책 옵션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옵션은 시간제 캠페인이었습니다.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학부모 하차 구역을 유도선으로 표시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교통정리를 돕도록 하는 거죠.

비용은 저렴했고 즉시 체감할 수 있으며 학부모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초기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게 리스크 요인이었어요. 이건 학급 공지와 참여스티커 같은 작은 리워드로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실행기간은 2주였죠.


녹색어머니회와 뭐가 다르냐고요? 네 맞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옵션은 시야 확보였습니다.

코너 부근의 시야를 가리는 불법 현수막이나 A형 간판을 제거하고

주정차 금지 구역에 고깔콘을 설치하는 거예요.

비용은 조금 들었지만 코너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량으로 인한 돌발 위험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간판을 치우는 행위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었죠. 이건 대안 위치를 안내하고 취지를 설명하는 걸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옵션은 속도 감속화였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진입로에 러버스피드쿠션을 임시로 설치하였죠. 비용은 중간정도였고 평균속도를 낮추고 과속 이벤트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리스크였죠. 파일럿 기간 동안 반응을 보고 대체재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 옵션은 전략적 집중단속이었습니다.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50분까지 주 3회 주변 경찰서와 협력하여 표적단속을 실시하였죠.

비용은 저렴했고 불법주정차가 급감하는 부수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단속을 멈추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속가능성 문제가 있었죠.

경찰서와 협조공문을 통해 시행했습니다.



민지는 각 지점에 2~3개 옵션을 조합하기로 했습니다.

가시성 높은 개입과 행동유도 캠페인, 그리고 최소한의 단속을 함께 실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죠.

4주 파일럿이니깐 여러 개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6. 파일럿 설계: 4주면 충분하다


민지는 파일럿을 이렇게 설계했습니다.


대상은 A초등학교 정문과 코너 1, 그리고 B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총 4개 지점이었습니다.

기간은 4주로 잡았어요. 첫 주는 준비, 둘째와 셋째 주는 실제 시행, 마지막 주는 평가와 보고로 계획했습니다.


준비주간에는 현장을 점검하고 표식을 설치했습니다.

유도선을 그리고, 고깔콘을 배치하고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과 A형 간판이 제거됐는지 확인했어요.


시행기간인 1주 차와 2주 차에는 실제로 개입을 실시했죠. 시간제 캠페인을 운영하고, 러버스피드쿠션을 설치하고, 표적단속을 진행했어요. 동시에 모니터링도 병행했습니다. 현장 관찰표를 수거하고, 민원시스템에서 키워드 추이를 모니터링했죠.


평가주간인 3주 차에는 KPI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아주 짧은 설문도 진행했어요.

"오늘 등하교가 얼마나 불안했나요? 1점부터 5점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부서 협업이 중요했습니다. 교육지원과는 학교와의 협력을

교통행정과는 표지판과 노면표식을, 도로관리과는 시설물 설치를, 경찰서는 집중 단속 협조를 맡았습니다.


민지는 각 부서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 전 먼저 전화를 통해 취지를 설명하고 회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회의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의 목적과 대상, 협조사항을 이야기하며 4주만 해보고 효과 있으면 확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취지의 정책에 다들 흔쾌히 동의했죠. 작은 파일럿이라는 게 오히려 협조를 얻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7. 지표 설정: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민지는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KPI를 설정했죠.


핵심 KPI(Key Performance Index), 즉 결과 지표는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시간대별 불법주정차 관련 민원건수였습니다.

민원 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였죠.


둘째, 학교 주변 과속 의심 이벤트 수였습니다. 속도표시장치가 있으면 자동으로 집계되었기에 수집이 용이했습니다.


셋째, 횡단보도 앞 평균 대기시간이었습니다.

녹색어머니회와 교통안전지킴이들이 차량소통에 대해 간단히 휴대폰 스톱워치로 측정하였습니다.


넷째, 학부모와 교사의 불안응답률입니다.

"오늘 등하교가 얼마나 불안했나요?"라는 1문항 QR설문지에 1점에서 5점까지 답하도록 했어요.

간단하지만 체감 안전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지표였죠.


과정 KPI, 실행지표도 세 가지 설정했습니다.

캠페인 참가 인원수, 학부모에게 배포한 안내장 회수율, 그리고 노면에 설치한 안내 표식의 유지율이었습니다. 이건 우리가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지표였어요.


평가방법은 쉬운 A/B 비교였습니다. A지점은 개입을 실시하고, B지점은 유사한 환경이지만 개입하지 않는 비교군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개입 전 2주와 개입 후 2주'의 변화량을 비교했죠.


보고용 문장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A초등학교 정문 8시에서 9시 사이 불법 주정차 민원이 개인 전후 마이너스 41퍼센트 변화했고, 비교군인 B초등학교는 마이너스 9퍼센트에 그쳤다. 순수 효과는 플러스 32퍼센트 포인트다."


민지는 전후 막대그래프 세 개를 1페이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날씨나 학교 행사 같은 교란요인도 간단히 명시했죠.

"2주 차 수요일 비 옴. 3주 차 금요일 소풍으로 등교인원 30% 감소"

완벽하진 않았지만 설득력을 갖기엔 충분했습니다.




8. 실행 운영: 현장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민지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확인해 나갔습니다.


첫 번째 체크 항목은 학교와 학부모회에 사전 설명하는 것이었죠.

10분짜리 간단한 브리핑이었지만 갈등을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안내 표식과 꼬깔콘의 위치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학교로 확대할 때 재현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죠.


세 번째는 관찰표 표준양식을 배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 사건, 메모 이렇게 세 칸만 있는 간단한 양식이었어요.


네 번째는 민원 키워드 자동 필터를 엑셀에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민원정보를 받기로 관련부서에 협조를 구했고

설정된 필터를 통해 불법 주정차, 과속, 시야불량 같은 키워드가 포함된 민원만 자동으로 걸러지도록 했죠.


다섯 번째는 매주 금요일 15분 스탠드업 회의였습니다.

협업부서 담당자들이 모여서 이번 주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빠르게 공유했어요.


마지막은 파일럿 종요일레 작성할 1페이지 결과 보고서 형식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 형식을 미리 정해놓으니 데이터 수집도 더 명확해졌죠.



예상치 못 한 문제들



첫 주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A초등학교 정문 앞 분식점 주인이 "콘 때문에 손님이 못 온다"며 항의했어요. 민지는 즉시 찾아가 파일럿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아이들 안전을 위한 거고, 2주만 협조해 주시면 효과를 보여드릴게요.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콘 위치를 조금 조정할게요. "

분식집주인은 마지못해 동의했습니다. 민지는 그날 오후 콘 위치를 1미터 옆으로 옮겼습니다. 보행자 안전은 유지하면서 분식점 앞에 차량진입은 가능하도록요.



둘째 주에도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러버스피드 쿠션을 설치한 지점 인근 주민이 "새벽 배송 트럭이 지나갈 때 진동이 심하다."라고 민원을 제기한 거예요. 민지는 즉시 현장을 방문해서 소음을 측정했고 쿠션의 높이를 조금 낮췄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주민은 "4주 파일럿이라니깐 참아볼게요."라고 했죠.


현장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배우게 되는 거죠.

민지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정책이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9. 리스크와 윤리: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민지는 데이터로 정책을 만들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개인 식별 금지가 첫 번째였습니다.

학생 이름이나 차량 번호판 같은 식별 정보는 절대 수집하지 않았어요. 현장 관찰표에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기록하지 마세요'라고 명확히 표시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중요하지만 프라이버시는 더 중요했으니까요.


공정성 점검도 중요했습니다.

한 지점만 단속을 강화하면 풍선효과가 생겨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단속 구역을 피해 인근 골목으로 옮겨가는 거죠. 그래서 민지는 개입 지점뿐 아니라 주변 200미터 반경의 민원도 함께 모니터링했습니다. 다행히 풍선효과는 그다지 크진 않았어요.


설명가능성 확보도 필수였습니다.

"왜 이 시간대에, 왜 이 지점에 개입했는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했죠.

민지는 모든 결정의 근거를 데이터로 남겼습니다. 나중에 다른 학부모가 "우리 학교는 왜 안 해주냐"라고 물어봤을 때, 민원 건수와 위험도 점수를 보여주며 설명할 수 있었어요.


안전성 검토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임시 시설물인 콘이나 러버쿠션을 설치하면서 오히려 2차 위험이 생기진 않는지 점검했어요.

특히 야간에 시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반사테이프를 추가로 붙여서 해결했습니다.


민지는 매주 금요일 회의에서 이 네 가지 리스크를 체크리스트로 점검했습니다.

"이번 주 개인정보 이슈 있었나요?, 공정성 문제는? 설명 못 할 결정이 있나요? 안전문제는?"


짧은 질문이었지만, 큰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죠.




10. 이야기의 끝, 그리고 시작


4주가 지났습니다.

민지의 팀은 학부모들에게 간단한 보고서를 보냈습니다. 화려한 디자인은 없었습니다.

그냥 A4 용지 한 장에 핵심만 담았죠.


"A초 정문 08–09시 불법주정차 관련 민원이 41% 감소했습니다. 코너 1의 과속 의심 이벤트는 28% 감소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불안 응답률도 34% 낮아졌습니다. 다음 달부터 3개 학교로 확대하겠습니다."


간담회 때 민지에게 항의했던 학부모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민지는 또 민원인가 싶어 긴장했죠.

하지만 그분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요즘 아침에 애를 학교에 보낼 때 마음이 한결 편해요. 횡단보도 앞에서 차들이 멈춰주는 게 눈에 보여요. 고맙습니다."


민지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숫자가 줄어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편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만드는 건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실행이라는 것을.


민지는 그날 밤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작게, 빠르게, 근거 있게


이것이 데이터로 정책을 그리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민지는 도시디자인과 과장님께 보고했습니다.

과장님은 A4 용지 한 장을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민지 씨 수고했어요. 이거 다른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겠어요. 악취 민원 많은 재활용 수거 지점이나, 폭염 때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파악할 때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겠는데요?"


민지는 웃었습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4주면 충분하다는 걸 이제 알았으니까요."





[실습 박스] 60분 따라 하기 — "우리 동네 1개 학교로 파일럿"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1개 학교 1 지점에서 전후 2주 비교로 변화를 확인해 보세요.


첫 15분, 데이터 준비입니다.

지난 3개월 민원 CSV 파일을 내려받으세요. 엑셀에서 '어린이보호구역' 키워드로 필터를 걸고요. 주소를 보면서 지점을 분류하세요. 정문, 북문, 코너 1 이런 식으로요. 그다음 시간 파생 열을 만드세요. 접수일시에서 시간을 추출해서 7-8시, 8-9시, 13-14시, 14-15시, 15-16시 구간으로 나누는 거예요.


다음 10분, 피벗 요약입니다.

엑셀 피벗 테이블을 만드세요. 행에는 지점, 열에는 시간대, 값에는 건수를 배치하고요. 키워드별 비율도 계산하세요. 불법주정차가 몇 퍼센트, 과속이 몇 퍼센트인지요.


그다음 5분, AI 요약입니다.

생성형 AI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시 교통안전 보좌관입니다. 아래 피벗 요약을 학교, 지점, 시간대 기준으로 6줄 요약하고, 위험 Top3을 뽑으세요. 마지막 줄에 우선 개입 시간대를 1줄로 제안하세요. 숫자는 퍼센트로 반올림하고, 불릿으로 작성하세요." 그러면 AI가 핵심을 정리해 줄 거예요.


그다음 10분, 옵션 도출입니다.

AI에게 또 물어보세요. "당신은 보행 안전 정책 설계자입니다. 위험 Top3 지점에 대해 저비용, 중비용, 무형 개입(캠페인) 옵션을 3가지씩 제안하고, 예상 효과와 리스크, 협업부서를 설명하세요. 실행 기간은 4주 파일럿 기준입니다." AI 답변을 보면서 현실적인 옵션 2~3개를 골라내세요.


그다음 10분, KPI 설정입니다.

네 가지를 정하세요. 민원 건수, 관찰 이벤트 수(과속이나 불법주정차), 대기시간(현장 관찰), 그리고 1문항 설문(불안도 1-5점). 측정 가능하고 간단한 지표로요.


마지막 10분, 보고 초안입니다.

1페이지로 만드세요. 상단에 요약 3줄, 중간에 그래프 2개(전후 비교 막대그래프, 지점별 히트맵), 하단에 다음 단계 2줄. 이게 여러분의 첫 데이터 정책 보고서입니다.


60분이면 충분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작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프롬프트 카드] 그대로 복사해서 쓰세요


1. 요약 프롬프트

당신은 시 교통안전 정책전문가입니다. 아래 피벗표를 학교·지점·시간대 기준으로 6줄 요약하고, 위험 Top3을 뽑으세요. 마지막 줄에 우선 개입 시간대를 1줄로 제안하세요. 숫자는 %로 반올림, 불릿으로.


2. 정책 옵션 프롬프트

당신은 보행 안전 정책 설계자입니다. 위험 Top3 지점에 대해 저비용·중비용·무형(캠페인) 개입을 3 옵션씩 제안하고, 예상 효과·리스크·협업부서를 표로 정리하세요. 실행 기간은 4주 파일럿 기준.
3. 리스크 체크 프롬프트

다음 정책 조합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안전·형평성·지속가능성 리스크를 10줄로 점검하고, 각 리스크별 완화책을 1줄씩 제시하세요.


4. 보고서 문장 다듬기 프롬프트

아래 불릿 요약을 시장 결재용 7줄 문단으로 다듬어주세요. 단, 과도한 확신 표현은 지양하고 전/후 수치, 비교군, 다음 단계만 명확히 서술하세요.



[템플릿] 현장 관찰표 (인쇄용)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관찰표 양식입니다. A4 용지에 인쇄해서 나눠주세요.

상단에는 날짜와 시간대를 적는 칸이 있습니다.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오후 1시부터 4시처럼요. 그다음 지점을 적는 칸이 있어요. A초 정문, A초 북문, A초 코너 1처럼요.


본문에는 네 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첫째, 보행자 대기시간을 초 단위로 적는 칸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기다린 시간을 측정하는 거예요.


둘째, 차량 일시정지 여부를 동그라미나 엑스로 표시하는 칸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제대로 멈췄으면 동그라미, 그냥 지나갔으면 엑스예요.


셋째, 과속 의심을 동그라미나 엑스로 표시하는 칸입니다. 눈으로 봤을 때 명백히 빠르게 지나간 차량이 있으면 동그라미를 치는 거죠.


넷째, 메모 칸입니다. 특이사항이나 날씨, 행사 같은 걸 자유롭게 적으면 돼요.

이 양식은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전문적인 측정 장비가 없어도 현장의 실제 상황을 기록할 수 있거든요.





이 장의 핵심



민지의 이야기를 따라오면서 여러분은 네 가지 핵심을 배웠습니다.


첫째, 작은 파일럿으로도 가시적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 전체가 아니라 3개 학교, 4주 기간으로 시작했지만 41퍼센트 민원 감소라는 명확한 결과를 냈어요. 크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작게 시작해서 효과를 보여주고, 그다음 확대하면 돼요.


둘째, 엑셀과 현장 관찰, AI 요약이면 충분히 정책의 뼈대를 세울 수 있습니다.

고가의 분석 도구나 데이터 과학자가 없어도 괜찮아요. 엑셀 피벗 테이블, 간단한 관찰표, 그리고 생성형 AI를 비서처럼 활용하면 실무자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전후 비교와 비교군만으로도 설득력 있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완벽한 통계 모델이 없어도 돼요. "개입 전 2주와 개입 후 2주를 비교하고, 개입하지 않은 유사 지점과 대조하기"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어요.


넷째, 리스크와 윤리는 초기에 체크하고, 설명가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 공정성, 안전성, 그리고 "왜 이렇게 결정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 이 네 가지를 초기부터 점검하면 나중에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민지도 데이터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학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한 평범한 주무관이었죠. 하지만 그는 작게 시작했고, 빠르게 실험했고,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민지처럼,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내일 출근해서 민원 데이터를 한번 열어보세요. 엑셀로 시간대별로 정리해 보세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AI에게 물어보세요. "이 데이터를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답은 이미 여러분 앞에 있습니다. 시작만 하면 돼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