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진 것, 그리고 필요한 것

데이터 커리어, 길을 묻는 당신에게

by Via Nova

1부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AI 사용 설명서

4장 AI Data 커리어 만들기


요즘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AI 시대라는데 직업이 다 없어지는 거 아니야?
AI시대 유망직업이 뭐지?
Data가 중요하다는 데 데이터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아니면 이런 고민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 아이 진로 때문에 고민인데, 이 시대에 뭘 배워야 할까요?

혹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네요.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이대로 계속해도 될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 모두 자연스러운 거죠. 누구나 불안할 수 있어요.


세상은 자꾸만 "데이터가 중요하다",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외치는데

정작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깐요.



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한 이런 고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팀장님, 잠시 드릴 말씀 있습니다."


결재 서류에 고개를 묻고 있던 박진수 팀장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데이터 분석팀의 김민지 주무관이었다. 1년 전, 반짝이는 눈으로 입사했던 신입사원.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민지 주무관?"


"제가 만든 이 주간 활성 사용자 대시보드요… 혹시 보시는 분이 있긴 한가요?"


민지 주무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온갖 기술을 동원해 만든 화려한 그래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춤을 봐주는 관객이 없다는 것, 그게 문제였다.


"음… 왜 그렇게 생각해요?"


"방금 확인해 봤는데, 지난주 조회 수가 3이에요. 아마 저, 팀장님, 그리고 서버… 이렇게 셋이 아닐까 싶어서요."




자조 섞인 그녀의 농담에 진수 팀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저건 비단 민지 주무관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AI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드높지만, 정작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는 수많은 '김민지'들의 이야기였다.


"민지 주무관, 잠깐 앉아봐요. 우리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합시다."


진수 팀장은 탕비실로 향하며, 1년 전 의욕 넘치던 신입사원에게 자신이 해주었던 첫 번째 조언을 떠올렸다. 아마, 오늘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았다.



1. 기술은 언제든 배울 수 있습니다


"민지 주무관, 입사 축하해요. 우리 팀에 온 걸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Python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부터 다시 복습하고, 최신 논문도…"


"아니요, 아니요. 잠시만요."


진수 팀장은 활활 타오르는 민지 주무관의 의욕에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걸었다.


"기술은 평생 배워야 하는 거예요. 5년 뒤면 지금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기술은 낡은 것이 될 겁니다. 평생 '따라가기'만 할 건 아니잖아요?"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술 숙련도보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태도와 속도'를 본다고 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배우려는 태도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정확도를 1% 올리는 최신 모델을 아는 것보다, 그 기술이 현장의 어떤 문제를 푸는지 아는 게 훨씬 중요해요. 때로는 복잡한 딥러닝 모델보다, 엑셀의 피벗 테이블이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푸느냐, 그거니까."





2. 당신의 진짜 첫 번째 임무


진수 팀장은 민지 주무관에게 첫 번째 프로젝트를 주었던 날을 기억했다.


"고객 이탈 원인을 좀 분석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떤 예측 모델을 사용해 볼까요? 트리 기반 앙상블? 아니면 딥러닝으로…?"

"잠깐."


진수 팀장은 이번에도 그녀의 질주를 멈춰 세웠다.


"컴퓨터 켜기 전에, 나한테 질문 하나만 해봅시다. 민지 주무관 생각에, 우리 회사에서 '고객 이탈'이 뭐라고 생각해요?"

"네? 고객 이탈은... 더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거 아닐까요?"

"좋아요. 그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뭘까요? 3개월간 접속이 없는 것? 6개월간 구매가 없는 것? 아니면 계정을 삭제한 것?"


민지 주무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 그게 정해진 기준이 없었네요?"

"바로 그거예요."


진수 팀장은 빙그레 웃었다.


"데이터 분석의 70%는 기술이 아니라 정의에서 시작돼요. 우리가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지, 성공은 무엇인지, 실패는 무엇인지 함께 약속하고 시작해야 해요. 이 과정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기술도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아요. 당신의 진짜 첫 번째 임무는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그제야 민지 주무관은 '고객 이탈 분석'이라는 과제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는 대신, 관련 부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질문하기 시작했다.




3. 누군가의 '진짜 필요'를 발견하는 법


다시 현재, 탕비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녹차 잔을 앞에 두고 진수 팀장이 입을 열었다.


"민지 주무관. 혹시 지난주에 마케팅팀에서 요청했던 분석 건 기억나요? '최근 3개월간 이탈한 고객 그룹 분석' 말이에요."


"네, 물론이죠. 연령대, 성별, 구매 카테고리별로 패턴 분석해서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래요, 아주 정확하고 깔끔한 분석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마케팅팀에 가서 이렇게 물어봤어요. '이 분석 자료로 무엇을 하시려고 합니까?'"


진수 팀장의 말에 민지 주무관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케팅팀 말이, 다음 분기 캠페인 예산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한대요. 이탈이 우려되는 그룹에게 미리 쿠폰을 보내서 붙잡아둬야 할지, 아니면 충성 고객에게 리워드를 줘서 더 묶어둬야 할지 고민이라는 거예요."


아. 민지 주무관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럼... 제가 드린 '이탈 고객 현황' 데이터는, 그분들의 진짜 고민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아니었겠네요."


"맞아요. 그분들이 정말 필요했던 건 '과거'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결정이었어요.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이탈을 막을 수 있는 그룹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죠. 같은 데이터라도 질문이 달라지면, 분석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요."



만약 민지 주무관이 데이터를 뽑기 전에 "이 분석 결과로 어떤 액션을 하실 계획인가요?"라고 먼저 물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단순히 이탈 고객의 특성을 나열하는 대신, '캠페인에 가장 잘 반응할 것 같은 이탈 위험군'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일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되는 순간이다.




4.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들


진수 팀장은 생각에 잠긴 민지 주무관을 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SQL, Python, R… 다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말했다.


"첫째는 호기심이에요. 숫자를 보고 '아, 그렇구나'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숫자가 나왔을까?', '이 숫자 뒤에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를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마음."


"둘째는 끈기입니다. 데이터는 절대 깨끗하거나 완벽하지 않아요. 분석이 틀릴 수도 있고, 애써 찾은 인사이트가 외면받을 수도 있죠. 그래도 '그럼 다시 한번 봅시다'라고 말하며 툴툴 털고 일어나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에요."


진수 팀장은 민지 주무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보고서를 받아볼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은 어떤 배경지식을 가졌는지, 그 사람이 이 숫자를 보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상상하는 능력.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분석이라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그냥 어려운 숫자 나열일 뿐이에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과 쉬운 언어로 설명했을 때, 비로소 데이터는 힘을 얻고, 결정이 되고, 행동이 됩니다."




마치며: 당신의 일이 의미를 갖는 순간


며칠 후, 민지 주무관의 메신저가 울렸다. 마케팅팀의 대리였다.


"민지 주무관님! 지난번에 팀장님이랑 같이 논의해서 주셨던 '캠페인 우선순위 그룹' 분석 자료 있잖아요. 그거 기반으로 대상자 쿠폰 발송했는데, 반응률이 역대 최고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민지 주무관은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만든 대시보드의 조회 수가 '3'이었을 때 느꼈던 공허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만감이었다.


자신의 일이, 자신의 분석이 누군가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


그날 오후, 민지 주무관은 새로운 분석 요청을 받았다. 그녀는 습관처럼 코딩 프로그램을 켜려다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 분석팀 김민지 주무관입니다. 요청하신 데이터 분석 건 관련해서요. 혹시 분석 결과가 나오면, 그걸로 어떤 결정을 내리실 계획인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수화기 너머로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화를 나누는 민지 주무관의 입가에 전에 없던 단단한 미소가 걸렸다.



진수 팀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이제 숫자 너머의 사람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데이터 커리어는 이제 막 진짜 시작되고 있었다.


데이터는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더 나은 결정을 돕기 위한 '언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언어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푸는 '해결사'입니다.


지금 당신이 가진 그 호기심과 끈기,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데이터 전문가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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