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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Aug 08. 2023

당신의 계륵은 무엇인가요?

지혜로움과 더 지혜로움 그 사이

코로나로 시간이 생겨 삼국지를 다시 읽다가 기억해야 할 구절이 있어 몇 자 적어 봅니다.


나관중 삼국지에 등장하는 '계륵'이라는 단어는 말끔히 버리자니 아깝고 먹기엔 껄그러운 상황을 표현하는 비유로 널리 사용됩니다. 트와이스 노래 TT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당시 조조는 촉나라로 가는 관문인 한중땅을 두고 유비와 싸우고 있었는데 긴 시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저녁 식사로 나온 닭고기의 갈빗대를 먹다가 마치 자신의 상황과 같다는 생각에 그날 밤 자신이 이끄는 군의 암호로 '계륵'을 선택하였습니다.


당시 총명한 인재인 양수는 계륵이라는 암구호가 조조 내면의 갈등과 결정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낸 행동임을 알고 전방 사령관을 통해 철수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난데없는 철수에 놀란 조조는 그 원인이 양수에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조조의 속마음을 간파한 양수의 뛰어난 통찰력은 조조의 시기를 불러왔고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양수를 죽이고 맙니다. 이 사건을 전해 들은 적군의 모사인 제갈량은 양수의 '겉똑똑함'을 언급하며 양수가 자신의 지혜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더 나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아쉬워하였습니다.


삼국지 계륵 사건은 우리에게 상황판단에 대한 지혜와 겸손의 중요성을 가르쳐 줍니다. 양수의 지혜로 조조의 퇴각 의도를 알아챈 것은 지혜롭고 깊은 통찰을 보여주지만, 제갈량은 "남보다 똑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남보다 더 잘 아는 것을 말하지 않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혜롭게 행동하되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임을 상기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계륵은 무엇일까요?

그 상황 앞에서 당신은 양수입니까? 제갈량입니까? 


전 부끄럽게도 양수처럼 살아왔던 것 같아 이 글을 남깁니다. 기록은 기억을 도울 테니깐요. 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죠.


유일한 정답은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가르침처럼
삶을 사랑하는 것
아닐까요?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돌멩이, 참새, 구름, 흙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던 것,

쫓아다니던 것, 물끄러미 바라다본 것.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음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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