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처럼 거치는 성장의 시간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첫째 아들의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켠다.
요즘 들어 자주 보채는 둘째의 소리도,
남편의 스포츠 뉴스 소음도 없는 시간.
나는 이 자리에서 세상 밖을 구경하며
삶의 힌트를 얻는다.
집안일과 육아로 고된 하루를 보낸 탓에
엉덩이가 닿은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잠자리로 가버릴 때도 많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잡고 싶은 이 시간은 정류장처럼 거치는 성장의 시간.
아직도 자기 전에 재워달라는 11살 첫째 아들의 서운함을 뒤로하고
스걱스걱 필사를 하고 책장의 밑줄을 긋는다.
지금 당장은 엄마가 팔베개 하고 토닥토닥 안 해줘서 서운하겠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의 뒷모습을 아이가 기억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먼 훗날 더 나이 든 나에게도 지금의 내 모습이 좋은 선물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