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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복 도토리 Nov 07. 2024

인사팀과 같이 살기: 당신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8 성과경영

연말이 다가온다. 인사평가 시즌이다.

한 해 동안 내가 얼마나 숙제를 잘해왔는지 검사받는 시간이다. 어떤 부분에 대한 개선이 있으면 좋을지 점검해 볼 시간이기도 하고, 성과가 좋다면 그에 따르는 보상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보상은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람들이 불만을 갖는 주된 이유는, '내 생각만큼 잘해주지 않아서'이다.


평가 제도의 오류로 인해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평가자가 개인적인 감정 등 객관적이지 않은 이유로 나를 나쁘게 평가했을 수도 있다. 또는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연동되어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상황: 올해 회사 전체 연봉 인상률은 5.5%이고, 우리 팀에 주어진 예산이 1000만 원이다.


다음은 평가 결과이다.

A(주니어, 현재 연봉 3000만 원): 최고의 성과를 냈다.

B(주니어, 현재 연봉 3000만 원): 그저 그랬다.

C(시니어, 현재 연봉 5000만 원): 평범했다.

D(시니어, 현재 연봉 5000만 원): 성과가 없었다.


다음과 같이 평가에 따른 보상을 주기로 했다.

A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으므로, 연봉의 10%를 인상해 주기로 한다. 300만 원이 인상된다.

B는 그저 그랬지만 주니어이고, 열심히 했으니, 6%를 인상해 준다. 180만 원이 인상된다.

C는 평범했으니 회사 평균 인상률과 유사하게, 6%를 인상해 준다. 300만 원이 인상된다.

D는 성과가 없었지만 안 올려줄 수는 없으니, 4% 정도만 인상해 준다. 200만 원이 인상된다.

팀장은 예산 1000만 원 내에서 적절히 인상분을 분배하고 흐뭇해한다. :)


연봉레터가 공개되었다. 

A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스스로도 자부한다. 10%의 인상률이 적다고 생각한다.

B는 팀장이 A를 편애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줬다고 느낀다.

C는 매해 6% 평균 정도 인상되어 왔기에, 이 정도는 당연하다 여긴다.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D는 본인이 올 한 해 대단히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평균 인상률보다 못한 퍼센트를 받고 맘이 상한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왜일까?



1. 배경을 모른다.

팀원들은 우리 팀에 주어진 예산이 얼마인지, 나의 팀원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전체 파이를 모르니까 나에게 배분된 조각이 큰지 작은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모두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납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평가에 대한 설명이 있었나?

숙제를 검사했으면, 결과를 알려줘야 한다. 평가의 기준과 내용,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내가 뭘 잘했고 얼마나 잘했으며, 쟤보다 잘했다면 어떻게 잘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또는 뭘 못했고 어떤 점이 개선이 필요한지를 알려줘야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으면, 오해가 발생하게 되고, 오해는 결국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C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당히 했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의 평가를 받은 거지만, 지금 상태로는 내년에도 더 좋은 평가를 받기는 글렀다. 요즘은 성과에 대해 수시로 피드백을 주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도록 하는 수시평가가 대세이다. C에게 수시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면 C도 더 잘 해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B는 팀장이 A를 편애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때는 상사/부하/동료가 함께 평가하는 다면평가를 도입해 봐도 좋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포괄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제대로 된 보상이 맞는가?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명확히 공유되었다면, 이는 결국 제대로 된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A는 최고의 성과를 냈기 때문에 10%라는 꽤 높은 보상을 받았다. D는 성과가 없었지만, '안 올려줄 수는 없으니' 4%가 인상되었다. D에게 갈 인상분을 A에게 좀 더 배분하는 것이 보다 공평한 보상 체계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결국 공정한 평가와 적절한 보상은 수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불투명하거나 편향된 평가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이는 직원들이 자신이 기여한 만큼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한다. 동기부여가 안된다. 신뢰가 사라지고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면.. Bad ending.


반면, 공정한 평가가 설명되고, 이에 따르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는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지며, 조직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발판이 된다.


이러한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는 회사 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관계의 기본 원리로도 적용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기여와 성과에 따라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아야 하듯이,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서로의 노력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다. 특히, 부부 관계에서는 그동안의 기여가 당연하게 여겨지기 쉽기 때문에 명확한 인정과 보상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사의 성과 평가와 보상 방식을 부부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부부 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성과경영을 설계해 보자.


1. 제도 설정과 목표 수립: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 내 목표 설정 및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2. 성과 측정: 서로의 기여를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각자 얼마나 그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는지 평가하기

3. 평가와 피드백: 상대방의 노력에 감사를 표현하거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건설적인 방법으로 피드백하기

4. 보상: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기


이러한 평가와 보상의 설계는 새해를 맞아 '올해는 사이좋게 지내자'는 일상적인 내용이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출산 계획이 있다면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목표를 위해 활용해 보아도 좋다. 또는 다음과 같이 특정 프로젝트에 도입해 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



예시 상황: 6개월 동안 1,000만 원 모으기


1. 제도 설정과 목표 수립: 목돈이 필요한 일이 발생했다. 부부는 6개월 동안 1,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월별 저축 목표를 설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에서 일정 퍼센트를 줄인다거나, 외식 횟수를 주 1회로 지정한다.


2. 성과 측정: 매달 말, 각자의 소비 내역과 계획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서로가 얼마나 계획을 잘 따랐는지, 예상보다 더 저축하거나 지출을 줄인 부분이 있는지 평가한다. 또한, 예기치 않은 지출에 대한 대응책도 점검한다. 이번 달 예상보다 10만 원을 덜 썼다면 이걸 저축할지, 다음 달 생활비로 이월할지 고민하고, 절감한 부분에 대해 칭찬한다. 이번 달 경조사 발생으로 10만 원이 추가 지출되었다면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한다.


3. 평가와 피드백: 매달 말 회의를 통해 서로의 노력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피드백을 나눈다. 예를 들어, "네가 이번 달 냉장고 파먹기를 잘 기획해 줘서 식재료비를 절약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또는, "다음 달엔 우리가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고 포장하면 최소주문금액을 맞추지 않아도 되어서 조금 더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 같은 피드백과 제안을 한다.


4. 보상: 6개월 동안 목표를 달성하거나 계획보다 더 모았을 경우, 또는 더 빠른 시일 내에 목표한 금액을 달성했을 경우, 특별한 보상을 준비한다. 서로가 원하는 물건을 하나씩 지정해 놓고 서로에게 선물해 주는 등, 목표를 이루기까지 하지 못했던 작은 사치를 부려 서로의 노력을 보상한다. 이 보상은 서로의 절약과 기여를 인정하고 성취감을 공유하는 의미로 마련된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부부의 협력과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보상은 서로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도 좋지만, 상대를 인정해 주는 의미로 수시로 이루어져도 좋다. 보상이라고 꼭 금전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금방 잊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업무 환경을 바꿔주거나, 경력 개발의 기회를 주는 등 비금전적인 보상도 함께 고려하여 보상을 설계하곤 한다. 때로는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승진을 시켜주기도 한다.


(사진 출처: 헤럴드경제) 의자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허먼밀러를 전사에 설치하는 회사들도 있다.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기도 한다.



따뜻한 한 마디의 칭찬이나 고마움의 말. 그 외에도 배우자의 취미나 관심사를 지지해 주며 자유 시간을 주는 것,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데이트를 계획하는 것, 또는 상대가 오랫동안 원하던 활동을 함께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상대의 '노고'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겨 '보상'한다는 것은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


어느 날 이렇게 말해보자.


"당신의 노고에 감사하며, 돌아오는 토요일 자유시간을 드립니다."




공정한 평가와 인정은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반이 되어 신뢰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각자가 자신의 노력이 상대방에게 가치 있다고 느낄 때,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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