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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전문가 Oct 17. 2024

인사팀과 같이 살기: 배우자 채용하기 (2)

#6 후보자 검증


배우자 채용하기 (1) 편 읽어보기




"당신의 연인은 배우자로서 적합한 사람인가요?"

아무리 알고 지낸 시간이 긴 인연인들, 이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말한다. 정말 이 사람이 나의 인생 파트너로 적합한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은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의 고민과도 상당 부분 유사하다.

같이 일해보지도 않았는데 후보자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멀쩡한 서류와 화려한 언변으로 회사를 속인 후보자들이 수습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빌런으로 변모했다는 도시괴담이 종종 들려오고는 한다. '채용 실패!' 채용담당자가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순간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인성과 역량, 스킬, 컬처 핏 등을 사전에 검증할 목적으로 회사에서는 보통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사용한다.


서류 전형

테스트 전형 (역량/인성/적성 검사, 실무 테스트 등)

면접 전형

백그라운드 체크 & 레퍼런스 체크

채용 건강검진


절차가 너무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절차들을 다 운영하려면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 근로자를 강하게 보호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직원이 맘에 안 들면 쉽게 "Fire"를 외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절차를 따르지 않는 대부분의 해고는 부당해고로 간주되어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주석) 한번 들인 사람을 내보내기 어렵다는 뜻은 결국, 한 번 사람을 들일 때 엄청나게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임의 고용(at-will employment) 원칙에 따라 고용주나 직원은 고용관계를 종료할 때 사유를 명시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고용주는 직원에 사전 통보 없이 해고할 수 있고, 직원도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고 보호가 강하다.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를 금지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특히, 정리해고나 징계 해고의 경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해고 전에 서면 통지를 하고 노동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부당해고를 당한 직원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한번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이렇게 리스크가 큰 일임에도, 내가 모집하고 있는 포지션과 찰떡일 것 같은 후보자를 만나게 되면, 확신에 차 검증을 건너뛰거나 절차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마치 사랑에 눈이 먼 커플이 주변에서 말리는 결혼을 단행하듯. 그러나 검증이란 채용 확정 전 후보자를 우리 조직으로 영입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단계이기에, 꼼꼼한 검증 절차를 빼놓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후보자 검증의 가장 핵심적인 절차라면 과연 면접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면접이란 무엇일까?

면접의 목적

후보자가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


면접의 형태

전화면접, 커피챗

실무면접, 임원면접

토론면접, PT면접 등


면접에서 검증하는 것

경력 진위여부, 지원 동기, 이직 사유

직무 적합도 (업무 지식, 스킬, 숙련도 등)

조직 적합도 (필요 역량 수준, 강/약점, 컬처 핏 등)

결격 사유


이러한 면접이 채용 과정에서 후보자 검증의 핵심이라면, 연인 관계에서도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적합한 배우자인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핵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면접관이 후보자를 평가할 때 직무 적합성, 조직 적합성, 결격 사유를 철저히 확인하듯이, 연인 관계에서 배우자로 거듭나고자 할 때에도 서로의 가치관, 목표, 약점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져 흥분된 마음으로 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신중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1. 준비하기 - 철저한 사전 준비


면접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일관성 있는 평가를 통해 명확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한 툴 중 한 가지가 '구조화 면접'이다. 구조화 면접은 면접의 전 과정이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구조화된 형태로, 각 단계별로 제시해야 할 면접 질문과 예상 답변, 답변을 통해서 검증해야 할 역량과 평가 기준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면접의 신뢰성과 예측력을 향상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지원자들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


(출처: 나인하이어 구조화면접평가) 후보자들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하게 되면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구조화 면접 준비하기


1) 직무 분석: 나의 배우자라는 직무에 대한 고찰을 통해 어떤 역량/스킬 등을 검증하면 되는지 분석한다.

나의 배우자는 JD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핵심 역량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함을 확인했다. '실행력', '긍정성', '책임감', '다정함'


2) 질문 설계 - 분석 결과 필요한 역량/스킬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을 설계한다.

'긍정성'이라는 역량 확인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설계할 수 있다.

(출처: JOBDA 구조화면접 질문지 150선)


3) 평가 기준 및 척도 설정 - 각 질문의 답변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척도를 세분화한다.

답변에 대한 평가 기준을 아래 표와 같이 설정할 수 있다.

또한, 각 항목에 대한 평가 결과의 합이 80점 이상인 경우 합격, 등 구체적인 평가 기준도 마련할 수 있다.

(출처: JOBDA 구조화면접 질문지 150선)


4) 면접관 훈련 및 교육 - 이러한 구조화된 질문과 평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평소 구조화된 질문과 답변을 생각하며 훈련한다.


(출처: 나는Solo) 현숙의 체크리스트는 자칫 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 검증을 위한 훌륭한 준비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2. 면접 진행하기 - 전략적으로 질문하기, 오류에 유의하기


연인 관계에서의 면접은 회사의 면접보다 물리적 제한이 적다. 데이트를 하며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대화할 수 있다. 혹은 등산처럼 힘든 상황이나 술을 한 잔 기울여 취기가 올라온 상태에서도 수시로 진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솔직한 후보자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예를 들어 상대가 불편해할 이야기라면 식사가 끝난 후 기분 좋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던지, 일전에 나누었던 대화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거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을 땐 재차 반복 질문하며 지난번의 답변과의 오차를 측정해 볼 수도 있다.


물어볼 것도 평가할 것도 잘 준비된 면접이라면, 진행 시에 유의해야 할 사항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꼭 주의해야 할 점은, 면접관의 편견에 대한 것이다.


면접관의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기 쉬운 오류들은 다음과 같다.


1) 첫인상/시각효과오류 

 “첫인상이 좋으니까 좋은 평가를 주자.” or “용모가 단정하니까 일도 깔끔하게 잘할 거야.”

 "내 남자친구는 키가 크니까 성격도 시원시원할 거야."


2) 후광효과/낙인효과  

 “좋은 기업의 인턴 경력이 있으니까 일을 잘할 거야” or “출신학교가 안 좋으니까 일을 못 할 거야.”

 "어머니가 다정한 성격이시라고 했으니까, 남자친구도 가정에 충실할 거야"


3) 대비효과 

 “이 후보자는 앞 조의 꼴등과 실력이 비슷하지만, 이번 조에서는 가장 잘하니까 좋게 평가해야겠군.” 

 "내 주변 남사친들과 비교하니까 진짜 천사가 따로 없네. 바로 결혼해야겠다."


4) 유사성오류 

 “성격이 급한 점이 나와 비슷하군, 우리 직무에 잘 맞겠네.”

 "나처럼 매운 걸 좋아하는 걸로 봐서, 나와 스트레스 푸는 법이 비슷하겠다."


5) 관대화/엄격화오류 

 “모든 면접자들이 다 잘하는 군.” or “다 못하는 군.

 "나와 결혼하기에 모든 남자가 다 좋아 보여 or 다 찌질 해 보여."


6) 충원부담오류 

 “최소 한 명은 채용해야 하니까, 이 중에 그나마 나은 후보자를 채용해야겠군.”

 "최소 내년에는 결혼해야 하니까,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토대로 상대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사랑에 빠진 상대를 평가할 때에는 또 얼마나 많은 편견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연인을 배우자로 레벨업 시키기 전에는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 보자. 




3. 평가하기 -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이제 면접이 종료되었다면, 지원자의 답변을 중립적인 언어로 기록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때, 여러 명의 면접관을 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회사에서 다대일 면접을 진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후보자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고, 후보자의 말과 행동에 대한 다른 형태의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을 평가할 때에도 다른 면접관의 의견을 듣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를 평생 봐온 분이 나와 맞지 않을 거라 평가했다면, 사랑으로 극복할 수 없는 포인트를 발견하셨기 때문이리라.





징그럽게 디테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랑과 낭만의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다. 기업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처럼,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검증은 방법론이다. 질문을 노트에 적거나, 평가 결과를 계산기에 입력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마음으로 상대가 적합한지 아닌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감정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상대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벼운 설렘에 휩싸여 서두르는 결정보다, 인생의 파트너로서 적합한지 냉정하게 검토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결혼 생활의 평화로운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또한 약점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때 시작된 결혼 생활이라면, 그 사랑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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