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주차]#5G #주파수 #스테이지엑스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 5G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4번째 이동통신사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가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집니다. 주파수 할당에만 4301억원을 써야 하고, 28㎓ 주파수는 통신3사가 상용화를 포기한 영역이기 때문이죠. 제4통신사를 향해 제기되는 우려를 정리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전해드린 플랫폼법 반발 움직임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초안 발표를 연기하고, 사전지정제도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재계의 강한 반대에 입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법 제정이 무기한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리보기
5G 28㎓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 제4통신사 출범한다
통신3사가 외면했던 28㎓ 주파수
스테이지엑스 자금조달 능력 의문… 수천억 유치 구상만
리얼, 혁신이 뭘까?… 모호한 차별화 전략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과점한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바로 5G 28㎓ 대역 주파수 입찰 경쟁에서 승리한 '스테이지엑스'인데요. 그런데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합니다. 통신3사의 주파수 반납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왔죠.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스테이지엑스에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4301억원에 달하는 입찰액을 제시, 마이모바일과 세종텔레콤을 제쳤는데요.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분리되는 알뜰폰(MVNO)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주축인 컨소시엄으로, 신한투자증권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연세의료원 등이 참여합니다.
스테이지엑스가 할당받은 주파수는 26.5~27.3㎓ 구간으로 극고주파인 28㎓ 대역입니다. 5G 주파수는 크게 3.5㎓ 대역과 28㎓ 대역으로 구분되는데요.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5G 서비스는 대부분 중저대역인 3.5㎓ 주파수에서 데이터 송수신이 이뤄집니다. 28㎓ 대역은 3.5㎓ 대역에 비해 도달거리가 짧지만 데이터 전송속도는 2~3배 빠른데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지하철역, 공항, 경기장, 공연장 등 핫스팟 환경이 28㎓ 주파수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죠.
5G 상용화는 3.5㎓ 대역을 기반으로 시작됐는데요. 통신3사가 5G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을 늘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죠. 주요 국가들의 경우 3.5㎓에 이어 28㎓ 대역 통신망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과기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는 28㎓ 대역 기지국이 수만개씩 설치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8㎓ 대역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50종 이상 출시됐죠. 28㎓ 스마트폰은 2021년까지 6100만대 넘게 보급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과기부 설명을 들으면 28㎓ 통신망 확장은 완전한 5G 시대를 위한 선결과제 같은데요. 그런데 왜 벌써부터 스테이지엑스의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까요? 이번 주파수 입찰이 28㎓의 실패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스테이지엑스가 차지한 28㎓ 주파수는 KT가 사용하던 대역입니다. 정부는 2018년 통신3사에 28㎓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3년 내에 기지국 1만5000개(통신사별)를 구축하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과기부 이행점검 결과 통신3사 모두 최소 요건인 1500대(망 구축 의무의 10%)를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습니다.
통신3사가 기지국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28㎓ 주파수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미 2000억원씩 내고 28㎓ 주파수를 확보했지만, 기지국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며 뭉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건데요. 대신 안정적으로 통신요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3.5㎓ 기지국 확장에 집중했죠.
과기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통신3사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과기부는 통신3사에 할당한 28㎓ 주파수 회수를 단행하고, 이 중 일부를 스테이지엑스에 재할당했죠. 통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통신3사도 두손 들고 나갔는데 통신망을 빌려 쓰던 스테이지엑스가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과기부는 28㎓ 주파수 상용화를 위해 할당 조건을 크게 낮췄습니다. 전국 단위 최저 경쟁가격(입찰가)을 기존의 40%도 안 되는 742억원으로 정하고, 할당대가를 4년 뒤까지 5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할당 첫 해엔 할당대가의 10%만 내면 됩니다. 기지국 구축 의무는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60% 줄였죠.
하지만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 간 과열 경쟁으로 최종 입찰가가 4301억원까지 폭등하면서 과기부의 파격 세일은 구호에만 그친 셈이 됐습니다. 오히려 스테이지엑스는 KT보다 2배 더 많은 금액을 써내고서야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었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는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가 1657억원 적자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죠.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8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입금까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이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 자본금 4000억원을 준비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으면 4000억원을 낮은 이자로 빌릴 수도 있죠.
스테이지엑스가 할당대가 지불과 통신설비 구축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만 6000억원이 넘습니다. 인건비, 마케팅비 등을 고려하면 상용화 준비에만 1조원이 넘게 들어갈 수도 있죠.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스테이지엑스가 밝힌 자금 조달 계획은 구체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국내 자금 시장이 크게 경색된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죠.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정책금융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할 여지도 있습니다. 통신3사에 대한 28㎓ 재할당 실패로 지난해 ICT 관련 기금 수입이 7500억원 급감한 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죠.
스테이지엑스가 28㎓ 주파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지도 모호합니다. 더 빠르고 안정적인 5G 서비스를 통신 3사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는 게 스테이지엑스의 지향점인데요. 핫스팟에서 제공한다는 '리얼 5G 혁신 서비스'가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통신3사마저 포기한 시장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 즉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겁니다. 어떤 추산에 근거해 2028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달성 목표를 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테이지엑스가 28㎓ 기지국 6000개를 구축해도 3.5㎓ 통신망이 없어 자체적인 전국 단위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통신3사로부터 3.5㎓ 통신망을 빌리고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핫스팟 90곳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통신3사 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알뜰폰 업체와 무슨 차별점이 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 확보해 자체 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망 대여를 위한 로밍 비용에 얼마가 들어갈지 추산조차 못한 상황이죠.
스테이지엑스는 폭스콘 계열사와 협업해 중저가 28㎓ 단말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LG전자마저 포기한 단말기 제조 시장에 뛰어드는 건 무모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중저가 단말기라고 해도 빠른 통신 속도만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긴 어렵기 때문이죠.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인공지능 스마트폰(갤럭시S24 시리즈)까지 나온 시대입니다.
제4이통사가 될 스테이지엑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한 이유는 자금 조달 방안과 사업 계획 모두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핵심 사업 기반인 28㎓ 주파수의 상용화마저 미지수인 상황이니 부정적인 여론이 번지는 건 당연합니다. 정책금융 지원 4000억원을 포함해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죠.
스테이지엑스와 과기부는 여러 비판과 지적을 과도한 우려로 치부할 게 아니라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스테이지엑스의 실패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사건이 될 수 있어서죠. 4번째 통신사 탄생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일단 주인공은 정해졌고, 시장과 소비자를 설득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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