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주차]#과방위 #단통법 #인공지능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국회가 지난 19일부터 2월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법안 표결이 이뤄지는 본회의는 29일 열리는데요. 4·10 총선 전 입법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2월 국회에서 ICT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가 다뤄야 할 입법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지난해 내내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벌이면서 과방위의 입법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는데요. 이번만큼은 정상적인 법안 심사 절차를 밟길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요.
미리보기
단통법 폐지, 아직 정부 법안은 없다
소위 통과한 AI법 제정안, '우선 허용' 조항 삭제할까
더는 손놓고 있어선 안 되는 플랫폼 문제
잊혀진 망사용료 이슈, 갈등 또 벌어진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 폐지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 제한이 핵심인 단통법은 2014년부터 시행됐는데요. 유명무실 논란에도 단말기 유통 생태계의 근간으로 기능했기 때문에 단통법이 사라진다면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통신3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지금보다는 과열될 게 분명합니다.
과기부는 단통법 폐지와 함께 전기통신사업법을 바꿔 요금의 최대 25%를 깎아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유지할 방침인데요. 25%보다 낮은 할인율은 막고 더 높은 할인율을 허용하는 내용도 반영할 계획이죠. 다만 아직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진 못했습니다.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통법 폐지 시점을 밝히지도 못했죠.
과방위가 의지만 있다면 정부 법안 없이도 단통법 폐지 여부를 다룰 수 있습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안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 법안을 정보통신방송소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하면 됩니다. 다만 김 의원은 단통법상 주요 규제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데 입법 취지를 맞췄기 때문에 정부 방침과 다소 차이가 존재합니다. 물론 소위가 김 의원 법안을 상정한 뒤 정부 안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죠.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박근혜 정권 시절 도입된 단통법에 부정적인 입장인데요. 단통법 폐지가 정부여당의 총선 공약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폐지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민주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여권을 압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지난해 2월 과방위 소위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육성법(AI법) 제정 논의가 진전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AI법은 AI 육성 도모와 이용자 신뢰 기반 마련을 입법 목적으로 삼는데요. AI와 알고리즘 연구와 개발을 위해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보장하는 게 핵심입니다. 또 인간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내용을 '고위험 영역 AI'로 설정해 사용 사실 고지 의무와 AI 도출 결과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합니다.
최대 쟁점은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 조항의 폐지 여부입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AI 기술 및 알고리즘의 연구·개발 및 AI 제품 또는 서비스 출시 등과 관련된 행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AI 기술, 제품, 서비스가 국민 생명·안전·권익에 위해가 되거나 공공의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복리 증진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한해선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참여연대와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등 16개 시민단체는 지난해 3월 AI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는데요. 우선 허용-사후 규제 조항이 AI 규제 도입을 선제적으로 가로막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는 부작용을 지적했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 삭제를 주장합니다. 또 AI 육성과 규제 업무를 과기부가 전부 맡을 게 아니라 AI 감독과 규제에 특화된 별도 기관을 만들자는 의견도 내놨죠.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도 과기부가 AI 규제까지 전담하는 부분에 이의를 제기했었는데요. 이용자 보호 규제는 방통위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위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I법 제정안의 소위 통과까지 이뤄졌지만 대대적인 수정이 유력합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AI법에 대한 문제의식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어서죠.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면 핵심 조항에 대한 수정이 이뤄지거나 소위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실제 심사가 진행된다면 우선 허용-사후 규제 조항은 삭제될 가능성이 높죠.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검토에 들어간 플랫폼 규제 입법 역시 과방위가 다뤄야 할 현안입니다.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안이 발의되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가 입법 심사를 진행할 텐데요. 국내 ICT 생태계에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오기 때문에 과방위가 두고만 볼 순 없습니다. 적어도 과기부가 주도하는 자율규제 기조와 플랫폼법 제정이 배치되는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매년 과방위는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부작용, 갑질 의혹 등 문제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 임원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거세게 추궁하기도 했죠. 하지만 정작 플랫폼 생태계에서 불거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2021년 벌어진 방통위·과방위와 공정위·정무위 간 규제 주도권 갈등 이후 과방위에서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죠.
플랫폼 중심 디지털 생태계 확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플랫폼 특성상 소수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공정한 룰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한미 통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데요. ICT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가 지금처럼 손놓고 있을 이슈가 아닙니다. 2월 국회가 아니더라도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플랫폼 문제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라도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해 과방위의 뜨거운 감사였던 망 사용료 법제화는 차갑게 식은 상태입니다. 망 사용료 분쟁을 벌였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9월 상호 합의로 소송전을 끝내면서 시급한 현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ISP(인터넷제공사업자)에 대한 CP(콘텐츠사업자)의 망 사용료 지불 의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입법을 단행하기가 애매해진 측면도 있죠.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국내 ICT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이슈입니다. 과방위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망 사용료 지불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왔는데요.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흐지부지된 상황입니다. 해당 법안에 대한 국내 CP들의 의견이 엇갈린 점도 입법 동력이 상실된 이유죠. 정부부처 간 입장차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망 사용료 정의부터 일치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관련 분쟁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망 사용료 갈등이 지속되는 점은 같습니다. 망 사용료 역시 플랫폼 규제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지고 있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여부를 떠나 과방위 차원에서 망 사용료 갈등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장 내일 트위치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망 사용료 이슈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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