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웨이 Sep 30. 2024

매장보다 배달 빅맥이 더 비싸다?

[9월 5주차]#배달음식 #이중가격제 #공정위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매장에서 시킨 빅맥 세트 가격과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빅맥 세트 가격이 달랐다는 사실을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음식 가격을 더 받는 이중가격제를 채택하고 나서면서 배달음식 앱 수수료 갈등이 분기점을 맞았습니다. 배달음식 앱과 입점업체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강제로 참전하게 된 거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중가격제 논란과 배달음식 앱 1, 2위인 배민과 쿠팡이 벌인 진실공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배달음식 앱 시장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곤궁한 상황에 처했는데요. 앞으로도 중재 노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배달음식 돈 더 내라"… 이중가격제 속속 도입

배민 향한 비판 더 커진다… 공개 저격한 쿠팡

배민 "쿠팡과 배달비용, 수수료율 동일" 반박

공정위에 배민 신고한 프랜차이즈협회… "가격남용 행위"

난감한 공정위, 중재 노력 물거품 되나


/출처: 배민 앱 내 맥도날드 공지.


"배달음식 돈 더 내라"… 이중가격제 속속 도입


배달음식 앱 수수료 갈등이 '이중가격제'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의 판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영업 행위를 지칭합니다. 최근 맥도날드는 매장보다 배달 가격이 더 비싼 이중가격제를 시행 중인 사실을 배달의민족을 통해 공지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수년 전부터 운영한 이중가격제를 일괄 공지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롯데리아와 KFC, 파파이스, 한솥도시락 등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일반 식당들도 이중가격제를 속속 도입하고 나섰는데요. 음식 배달에 붙는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이유를 들었죠. 수수료 갈등의 당사자인 배달음식 앱에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는 배달음식 앱 수수료 갈등의 영향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게 사실인데요. 이중가격제가 이슈화하면서 배달 비용 전가를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황으로 번졌습니다. 이중가격제를 통해 배달 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소비자가 부담한다면 무료배달을 내세워 유료 구독자 확보에 나선 배달 앱들을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 앱과 입점업체 양쪽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더 비싸게 음식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출처: 쿠팡 뉴스룸.


배민 향한 비판 더 커진다… 공개 저격한 쿠팡


배달음식 시장의 분란을 조장한 장본인은 누구일까요? 많은 이들이 올해 7월 수수료율 인상을 단행한 배민을 지목합니다. 당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주문부터 배달까지 모두 배민이 제공하는 배민1플러스(한집배달, 알뜰배달) 중개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3%p 높였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민이 수수료 인상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했고, 쿠팡은 배민을 공개 저격했습니다.


쿠팡은 이중가격제 논란과 쿠팡이츠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쿠팡은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기존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며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 수수료 유료화, 중개수수료 인상 및 고객배달비 업주 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죠.


쿠팡이 저격한 타사가 배민이라는 사실은 민트색(배민 상징색)으로 표시한 시각물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배민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중가격제 논란은 배민이 불러왔다는 점을 부각했는데요. 해명보다는 배민 공격에 초점이 맞춰진 입장 표명이죠.


/출처=우아한형제들.


배민 "쿠팡과 배달비용, 수수료율 동일" 반박


쿠팡의 저격에 배민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배달 앱에서 제공하는 자체배달(배민1플러스)의 경우 배민도 쿠팡이츠처럼 소비자 대신 배달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자체배달 미이용 시 건당 배달비도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2900원(서울 기준)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죠. 배민과 쿠팡이츠의 배달 비용과 중개수수료율 체계가 같은 점을 강조하면서 쿠팡이 앞선 주장을 되풀이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배민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는 배달 앱 비용 때문이 아니라 식재료 비용 상승이 주원인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지난해 2분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의 설문 결과(가격 인상 식당 중 90%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음)를 근거로 들었죠. 설문 내용을 살펴보니 표본 1140곳 중 762곳이 비프랜차이즈 식당이어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파악하기엔 표본이 너무 적었습니다.


아무튼 배민의 논리를 이중가격제 논란에 적용하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식재료값이 올라 발생한 비용을 배달 가격을 더 받는 이중가격제로 회수한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그렇더라도 왜 하필 배민이 수수료율을 인상한 뒤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식당이 늘어난 건지, 갈수록 식재료값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수료율을 올린 결정이 합당했는지에 대한 추가 해명이 필요합니다.


공정위에 배민 신고한 프랜차이즈협회… "가격남용 행위"


배민과 쿠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습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배민의 수수료율 인상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중 '가격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며 신고했기 때문이죠. 가격남용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 가격이나 용역 대가를 현저하게 상승시키거나 근소하게 하락시키는 경우를 뜻합니다. 비스켓 제조사들이 제품 용량을 줄이면서(가격은 유지) 변경된 용량을 작은 글씨로 표시해 가격남용 행위로 적발된 적이 있죠.


우선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달 앱 시장을 수요과 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 못하는 시장실패 상태로 규정했습니다. 또 배달음식 앱 1위 배민을 점유율이 50%가 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라고 판단했죠. 이를 기반으로 배민의 2022년 정액제→정률제 변경, 올해 수수료율 3%p 상향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가격을 현저하게 올린 가격남용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쟁 서비스인 쿠팡이츠, 요기요와 동일한 수수료율 수준으로 올렸다는 배민의 설명이 정당성 없는 가격 인상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죠.


물론 프랜차이즈협회는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공정위의 빠른 조사를 위해 배민만 신고하는 전략을 취했고, 배민의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진다면 쿠팡이츠와 요기요 역시 자진해서 시정할 것으로 봤죠. 협회는 적정 수수료율은 5% 이하라는 자체 분석도 밝혔는데요. 협회가 밝혔듯이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가격남용 행위로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수수료율 인상의 정당성을 따지려면 경쟁사 조사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난감한 공정위, 중재 노력 물거품 되나


수수료 갈등에 이중가격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공정위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공정위가 7월 말 관계부처와 함께 꾸린 배달 앱, 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5차 회의까지 진행했는데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양측의 이견만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중가격제 문제가 추가되고, 배민과 쿠팡 간 갈등까지 벌어졌죠. 공정위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공정위는 배달음식 앱 시장의 갈등을 강제적인 규제 조치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속해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플랫폼 입법규제를 추진하면서도 배달 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죠. 하지만 배달음식 앱과 입점업체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중재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정위는 조만간 상생협의체의 6차 회의를 열고 종합적인 중재안을 도출할 방침인데요.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가 동의하는 개선책을 내놓긴 어려워 보입니다.


배달음식 앱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수익성을 높인다면 다른 쪽에선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소비자까지 비용 전가를 체감하게 됐기 때문에 공정위의 직접적인 개입 요구는 더 커질 것 같네요.


[176호] 플랫폼 규제, 새 법은 안 만든다?

[175호] 추천 레터 다시보기

[174호] 위기의 인텔, 뼈와 살 깎는다

[173호] 딥페이크, 성범죄 도구로 전락하다

[172호] 공공 앱으로 배민 잡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플랫폼 규제, 새 법은 안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