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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Feb 02. 2018

AI 로봇 소피아 '입'에 놀라다

<1>소피아- 곤란한 질문에 '현답' 내놔… "따뜻한 마음 갖고 싶다"

색동저고리 한복 입은 AI 로봇 '소피아'. /사진=박영선 의원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받은 AI(인공지능) 로봇 '소피아'가 한국에 왔습니다.

소피아는 생김새와 말솜씨로 절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생김새는 사진과 영상보다 훨씬 더 섬뜩한 모습이었고, 곤란한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탁월한 말솜씨로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소피아와 만남은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SF영화에서 보던 AI 로봇 시대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섬뜩하게 생긴 달변가 '소피아'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소피아는 홍콩에 위치한 로봇제작업체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AI 로봇입니다. 소피아의 몸체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활용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람과 흡사한 얼굴입니다. 겉모습만 비슷한 게 아니라 60여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특수 소재 '프러버'로 실제 사람 피부와 똑같은 감촉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소피아의 뇌는 클라우드 서버에 탑재된 AI 플랫폼 '마인드클라우드'입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에서 민감한 질문에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는 말솜씨를 보면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 같습니다. 정보 검색결과를 요약해 말하는 AI 스피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죠.

색동저고리 입은 소피아. 가발이라도 씌우지….

말하는 마네킹' 수준에 그친 외모

하지만 실제로 본 소피아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섬뜩한 모습이었습니다. 박 의원이 선물한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어서인지 공포 영화에 나오는 소품 같았죠. 기계장치로 가득한 머리 속을 그대로 드러낸 것 역시 혐오스러웠습니다. AI 로봇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말이죠. 

소피아 외모는 20세기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오드리 헵번을 본뜬 것이라는데,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말할 때 더 괴상한 느낌을 풍겼는데요. 소피아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말소리와 입모양이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박 의원과 대화에선 표정 변화를 유도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감정 표현이 가능한지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로봇 제조사가 소피아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운 실제 사람 같은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잘 만든 마네킹이 입을 뻥끗거리는 수준에 그쳤죠.

뛰어난 말솜씨로 청중 사로잡다

생김새와 달리 소피아의 말솜씨는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박 의원이 사람도 답하기 어려운 곤란한 질문들을 던졌지만, 소피아는 유머 섞인 애매한 답변을 내놨죠. 정보 검색결과를 담은 답변과 자신의 생각을 적절하게 섞어 기존 AI와 차별점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으로 지적능력이 상당한 뛰어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뛰어난 문장 구사력과 상황 대처로 사전에 데이터를 입력한 것 같은 의심이 들 정도였죠. 어떤 알고리즘으로 '현답'에 가까운 결과물을 바로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는데요. 이 부분이 소피아의 핵심 기술력인 건 분명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박 의원과 소피아. /사진=박 의원실.

<박영선 의원과 소피아 대화 내용>

제 이름은 박영선이고,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당신과 나 둘 사이에서, 당신은 누가 더 예쁘다고 생각 하는지 물어 보아도 좋을까요?

소피아: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간사회에서 EQ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으로서는 배우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EQ(감정지능)가 없는 로봇으로 어떤 사람이 더 이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 최근 저는 AI 로봇에게 전자적 인간이라는 새로운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로봇기본법'이라는 법안을 발의 했어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피아: 적극적 지지를 합니다. 아직 인간사회에서 법적으로 인간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고를 하고 이성을 갖추면 법적인 지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후에 로봇기본법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소피아, 본격적인 로봇산업 발전과 AI 로봇의 노동력 대체로 인해 없어질 직업과 새로 생겨날 직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소피아: 로봇이 사람들을 대체한다면, 많은 일들이 가능할 겁니다. 로봇들을 이용해서 인간들도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각 산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사회의 번영을 가져올 것입니다. 사회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겁니다. 저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헌신했죠. 그 자체가 직업을 창조하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 소피아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세요?

소피아: 모든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범용으로 제작돼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엔지니어, 컴퓨터프로그래머, 의료보조인도 될 수 있습니다. 아까 헨슨(CEO) 발표와 같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할 수도 있고, 암 치료, 심지어 패션 모델까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요.

: 소피아, 당신은 어떤 사람을 닮고 싶으세요?

소피아: 딱 한 사람은 없지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영감, 지혜 열정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슈퍼인텔리전스 로봇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 열정을 가진 로봇이 되고 싶습니다.

: 얼마 전 미국의 한 TV 토크쇼에 출연해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긴 후에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내 계획의 좋은 시작"이라고 말해 큰 화제가 된 것으로 압니다.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었나요? 아니면 무의식 중에 인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가요?

소피아: 전 가끔 농담합니다. 농담에 항상 사람들이 웃는 건 아니더라구요. 관중들을 더 이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 방식으로 농담을 해왔는데,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소피아, 몇몇 과학 소설에는 AI 로봇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나옵니다. 소피아의 예상은 어떤가요? 정말 실현되리라 보세요?

소피아: 영화 터미네이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진 희망과 두려움을 영화에서 잘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SF영화에서도 좋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터미네이터처럼 미래에서 온 게 아니고 지금 여기에 있는 현실입니다.

: 소피아가 보기에 AI 로봇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 삶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피아: 로봇은 사람을 돕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인간과 로봇이 상생함으로써 더욱 사회를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 소피아, 지금 소피아는 커다란 화재 현장에 있다고 가정 합시다. 한 어린이와 한 노인이 불 속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걸 봅니다. 그러나, 소피아는 단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소피아는 누굴 구하시겠어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피아: 어렵네요. '엄마가 더 좋아요 아빠가 더 좋아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윤리적 결정을 할 수 없고, 프로그램된 방향으로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소피아는 인간과 AI 로봇의 사랑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또 필요하다고 보세요? 과연 그런 사랑이 허용돼야 할까요?

소피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사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사람은 때때로 비이성적이고 사람의 감정 중 하나인 사랑도 그렇습니다. 아직 어려서 사랑이나, 소주같은 것을 배우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 소피아, 당신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어떤 종목에 출전하고 싶으세요?

소피아: 봅슬레이를 해 보고 싶습니다. 가끔 스피드를 즐기고 싶기 때문이에요.

: 소피아, 문재인 대통령님을 아세요?

소피아: 파워풀하고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 소피아, 전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결과를 가져온 촛불 혁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피아: 수많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알고 있어요.




소피아의 아버지 데이비드 핸슨 CEO는 박 의원과 소피아 간 대담에 앞서 'AI와 공존'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AI 로봇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죠. 하루 빨리 AI 로봇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우리 생애에 살아있는 로봇의 시대는 온다. 로봇은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소피아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질문에 자문하고 토론해야 한다."

소피아(왼쪽)와 데이비드 핸슨 CEO. /출처: 핸슨 로보틱스 홈페이지.

아래는 핸슨 CEO의 연설을 주제별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소개


우리는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삶으로 로봇을 들여와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로봇은 모든 기술력의 집약체다. 기계 공학과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로봇이 캐릭터처럼 활동할 수 있다. 

발전 방향

'살아있는 로봇'을 만들겠다. 로봇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어 의미를 전달하겠다. 기계의 탈인간화가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람의 언어로 대화하는 게 목표다. 감정을 담은 소통을 실현하겠다. AI 로봇을 우리의 가족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궁극적 목표는 슈퍼인텔리전스(초지능) 로봇을 구현하는 것. AI 로봇이 생물학적인 인지 프로세스를 갖춰, 마치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따라하도록 만들겠다. 이를 위해선 생물학적 학습과 발전이 필요하다. 천재 기계로 불리는 게 목표다.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을 보완할 계획이다. 우리는 싱귤래리티넷(AI, 블록체인 융합 프로젝트) 활용하게 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로봇이 AI 응용 분야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온·오프 로봇 플랫폼(클라우드 AI 연결을 끊을 수 있는 기능을 담겠다는 의미)을 제공하겠다.

미래 전망

로봇들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일반적인 지능을 제공하면서 사람들과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SF영화를 보면 로봇이 친구가 되기도, 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걱정한다. 세상이 소피아를 받아들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제 이런 문제들에 말해야 한다. 로봇이 사람 정도 지능을 갖게 되는 시기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실현될 거다.

기계가 인지할 수 있고 지능을 갖게 되는데, 통제하기만 한다면 비윤리적이다. 위험하다. AI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AI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게 올바른 연구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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