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안전한 일자리는 없다
"나중에 커서 무슨 일 하고 싶니?"
우리는 한창 뛰어놀 어린 아이 때부터 일에 대한 고민을 강요받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가까이 늘어나면서 고민의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죠. 은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 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인 일은 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기술의 발전은 일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죠.
인공지능(AI), 로봇을 비롯한 IT 신기술의 발전은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뒤바꾸고 있습니다. 수많은 직업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획기적인 업무 효율성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옵니다. IT 신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죠.
얼마 전 'MBC 스페셜'(10년 후의 세계- 멋진 신세계와 일자리 도둑)에서는 IT 신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영향에 대해 다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로봇의 일자리 대체율 전망치가 해당 직업에서 일하는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게 추산된 점입니다. 자신의 일자리에 해당하는 대체율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죠. 직업별 대체율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AI, 빅데이터, 로봇 등 IT 신기술을 통칭합니다)
제 직업이 해당되는 기자 및 논설위원의 로봇 대체율은 49.5%입니다. 기자 2명 중 1명은 실업자로 전락할 신세인 거죠. 일반 의사의 경우 54.8%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기자보다 의사의 로봇 대체율이 높게 나왔다니, 놀라운 결과입니다.
대체율 통계는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발표한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에 기반한 내용인데요. 해당 연구 보고서를 좀 더 뜯어보니, 충격적인 대체율보다 연구진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해당 연구의 핵심 내용인 업무능력대체비율은 기본적으로 AI, 로봇 분야 전문가들의 설문을 바탕으로 조사된 내용입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가 21명뿐입니다. 설문조사 적절성, 전문가들의 개별 역량 등 요소를 떠나 표본 자체가 너무 적은 게 사실입니다. 대체율 숫자의 높고 낮음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이유죠. 물론 IT 신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를 수치적으로 전망하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연구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 노무 비중이 높은 직업일수록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았죠.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일수록 로봇이 습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 공항이나 KTX역에 갈 때마다 로봇의 일자리 대체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무인기계와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불친절함 때문이죠.
그렇다고 전문직이 로봇에게서 안전한 건 아닙니다. 로봇으로 대체는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 것이냐의 문제지 그 어떤 직업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변화입니다. 불과 7년 뒤인 2025년 전체 취업자 중 3분의 2 이상이 로봇의 부상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죠.
연구진은 국내에서 직업별 대체율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원인에 대해 대부분 재직자의 학력수준이 높지만, 전문직 고용규모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체해야 할까요? 대체 가능성이 더 낮은 직업으로 바꾸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지만, 말이 쉽지 극심한 취업난에선 위험한 모험입니다. 개인 노력만으론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기란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해결책의 실마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 혁신에 따른 미래의 고용 및 일자리 창출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기관 또는 기구 신설
-기술 혁신에 따른 직무 대체 위협 근로자의 원활한 전직 지원을 위한 직업 상담 서비스와 직업능력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수립
-플랫폼 경제 확대로 기존 법제에 해당되지 않은 비정형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정하는 법안을 마련, 특수형태 업무 종사자와 즉석 노동에 참여하는 인력의 노동 관련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
-고용과 노동을 둘러싼 교육 및 복지 정책과 연계한 장기적 해결책 마련
정리하면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단 얘기죠. 하지만 현재 취업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만 바라볼 순 없습니다. 정부 대책이 있다 해도 취업자 개인의 의지가 없다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겁니다.
이젠 모두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입니다. 과연 지금 방식으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면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지 등 복잡한 과제가 던져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