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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Jun 14. 2018

빅스비 버튼을 끄다

<6>스마트폰과 AI의 '어색한' 만남

반복되는 '갑툭튀'… '빅스비' 버튼 해제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비서 '빅스비'.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갤럭시S9+'를 산 지 3개월 만에 빅스비 버튼을 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쓸 일도 별로 없는데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눌러 나타나는 갑툭튀 현상이 빈번했기 때문이죠. 3년 만에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가장 기대한 기능이 바로 빅스비였는데…, 불편하고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젠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AI 비서, 얼마나 쓰시나요? AI 비서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인터넷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기술입니다. 정보 검색은 물론 앱 실행, 메시지 전송 등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 기능을 처리합니다. 심심할 땐 농담 따먹기 상대도 돼 주죠.


AI 비서, 스마트폰으로 부르긴 하는 걸까?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AI 비서를 요긴하게 쓴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에 대고 시리, 빅스비, 클로바 AI 호출명령어를 말하는 사람도 본 적 없습니다. 과연 누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으로 AI 비서를 부르는 걸까요? 광고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일인 걸까요?

빅스비 버튼은 이렇게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있을 때 쓰면 유용하겠죠?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심지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선보인 '갤럭시S8' 시리즈부터 빅스비 전용 버튼을 탑재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 중 최초였죠. 그렇지만 전용 버튼 탑재로 빅스비를 더 자주 쓰게 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빅스비 버튼을 해제하는 방법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워키토키 감성을 내세운 삼성전자의 전략은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갤럭시S9' 시리즈가 공개되기 전 빅스비 버튼이 사라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빅스비 버튼은 살아남았습니다.


'습관' 바꾸는 어려움… 아직 편한 '터치'


스마트폰에서 AI 비서의 흥행 참패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AI 비서는 말 한마디에 척척 움직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터치가 익숙합니다. AI 비서가 터치로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사람은 하루 종일 다른 이들과 대화합니다. 서로 말하기 위한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스마트폰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도 컴퓨터와 음성으로 소통하는 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아닌 이질감, 사용환경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터치 인터페이스가 너무나 익숙하고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마존의 AI 스피커 라인업. /출처=아마존.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유입을 이끄는 킬러 콘텐츠 부족 역시 AI 비서를 잘 부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최근 빠르게 퍼지고 있는 AI 스피커 역시 같은 문제에 처해 있죠. AI 스피커 시장의 선두주자 아마존이 개발한 AI 비서 알렉사의 스킬(음성 명령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1만개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킬은 △타이머 설정 △음악 청취 △뉴스 청취 △알람 설정 △시간 확인 등 초반부터 제공한 기본 기능 몇 가지에 불과하죠. AI 스피커로 하면 좀 더 편하지만, '꼭 써야 겠어'라고 생각할 기능들은 아닙니다. 아무리 AI 스피커가 잘 팔린다 해도 현대인의 필수 기기로 거듭났다고 보긴 어렵죠.


언젠가 올 'AI 시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AI 비서를 부르는 시대가 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빅스비 전용 버튼과 같은 노력을 통해 우리의 습관을 바꿔야 하고,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꼭 써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스마트폰 AI 비서의 음성인식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AI 스피커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모습이 바로 그런 노력입니다.


집과 자동차, 가전제품 등 모든 게 연결되는 진정한 만물인터넷(IoE) 시대가 온다면 스마트폰, 스피커 등 특정 기기 기반의 AI 비서는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늘 주변에 있는 AI 비서가 허공에 대고 말해도 명령을 수행한다면 말이죠. 언젠가 찾아올 그 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다시 빅스비 버튼을 켜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AI 비서뿐 아니라 사람의 학습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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