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분노를 억누르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들켜버렸다는 목소리였다.
"그게 있겠냐~."
급소부터 치밀어 오른 무언가가 내 눈을 뚫고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때 참지 말았어야 했다.
'뭐? 썼어? 그걸 다 썼다고? 내 허락도 없이? 이런 X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난 뭐야. 내가 뭐야아~ 이 씨! 내가 도데체 당신한테 뭔데 그걸 함부로 다 갖다 써! 내가 감정 무시당해도 되는 동물이야? 어?! 말해봐 이 씨~! 나 엄연한 인간이고 성인이야. 그걸 쓰겠다고 하면 내가 안 줘? 몰래 쓰고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나한테 상의를 했어야 되는 거였잖아! 내가 데체 뭐야? 쓰레기야? 이렇게 병신 취급해도 되는 거야? 어??'
그렇게 다 뱉어버렸어야 했다.
모멸감이었다.
하지만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바로 뱉어내기에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분노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저 그 순간 쫌생이는 되지 말자는 자존심만이 나를 지배했다.
"다.. 썼어..?"....
다 주자라는 마음으로 다짐하고 말했는데.. 막상 다 썼냐고 화를 내면 내가 너무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폭발 직전인 분노를 꾹 눌러 삼켰다. 쉽게 불거지는 눈시울마저도 다 삼켜버렸다. 이미 들켰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평소처럼 내 방을 들락날락하는 것들을 하고, 책상에도 다시 앉아서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그대로 계속 혼란스러워했다. 화장실도 갔다. 양치도 하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침대에 누워 감당이 안 되는 감정들을 안고 잠을 잤다.
아침.
문이 두들겨지고 얼굴이 들어와서 말했다.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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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누군데 나보고 밥 먹으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