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엄마는...
다섯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장녀를 예뻐했던 엄마로부터 차별받으며 살았다.
중학교도 나오고 군인(어릴 적 큰 이모가 텔레비전에 군복차림으로 출연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이기도 했던 언니와는 대조적으로 초등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둘째는 뒤로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공장에서 일했다. 똑똑한 편이고 사교성도 있어서 나름 공장에서 직원들 교육하는 일도 했다.
아주 어릴 때 엄마, 언니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언니는 놔두고 자기만 수박을 들고 오라고 했다고...
그 수박이 그렇게 무거웠다고 한다.
엄마는 가정적인 편이 아니었고 주로 할머니(꼬부랑할머니)가 돌보아 주셨다고 한다.
(나에겐 꼬부랑할머니였던 외증조할머니. 꼬부랑할머니는 정이 많고 사랑이 많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화장과 염을 한 후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만날 때.
엄마의 행동이 의아해서 기억에 남는다.
울부짖으며 외할머니를 만지는 큰 이모에게 "언니 만지지 마 그러면 안돼 만지면 안 돼" 하면서 큰 이모를 잡아당기다가 꼿꼿하려던 감정을 못내 이기지 못하고 외할머니에게 달려가서 "엄마 미안해 엉엉 엄마 미안했어. 나 엄마 미워했는데 이젠 아니야 엄마 엉엉 엄마 사랑해. " 하며 노랗게 말라버린 외할머니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울부짖었다.
외할머니는 자주 바깥으로 돌고, 외할아버지는 그런 외할머니를 화가 나 때리기도 했던.. 소위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추측건대 외할머니는 자신의 외향적인 면을 닮은 첫째를 예뻐하고, '바른말'을 하는 남편을 닮은 둘째는 미워했던 것 같다. 항상 큰 딸을 그렇게 좋아하시고 큰 딸 집에만 머무르려 하시곤 하셨다.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는데, 6.25 전쟁으로 북에서 남으로 피난온 후 신앙은 미약해도 교회를 건축하는데 큰 일을 하셨다 한다.
어른이 된 5자매들은 각자 시집가고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 보니 다툼이 오해가 돼서 첫째의 말로 둘째(울 엄마)는 자매사이에서 소외를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속상해서 엄마가 울면서 아빠에게 얘기하고, 아빠는 큰 이모에게 전화해서 풀어보고자 했던 일도 있다. (그때 엄마가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열심히 돈 벌어 뒷바라지 한 동생들이 자기를 소외시킨다고 생각하니 많이 속상했겠다.
실제로 지금도 이모들은 첫째 언니보다 둘째 언니가 엄마라고 한다.
엄마의 삶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시간 속에서 지금 드는 생각은 적어도 피해의식이 좀 있고 오지랖이 좀 넓다는 거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크다 보니 간혹 선을 넘어서 오히려 아주 친한 친구에게도 욕을 먹을 때도 있고 엄마는 그때마다 당황하고 그 화를 집에 와서 낼 때도 있었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데 나는 그런 문제의 원인을 교육의 부재라고 본다. 사교적이긴 하나 사회성은 부족하다. 지금에서야 자식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사니 각박했던 마음이 여유를 좀 찾는 것 같고, 손주가 생기고 파트타임일을 좀 하면서 사회에서 배워가는 것들이 있어 보인다.
70을 바라보고 있어 힘들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는 게 보기 좋고 계속했으면 하는 이유이다. 또한 급여를 받기 위해 하나하나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배워나가는 지식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사회에서 얼마나 말을 조심해야 하는지 작은 행동마저도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배워나간다. 자신의 젊은 시절에는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 혈기를 자식한테 다 부리며 살았으나 지금은 어린아이들에게 얼마나 조심스레 대해야 하는지를 몸소 배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기에 좋다. 가끔은 화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나를 그렇게 때려놓고 저 아이들 대하면서 깨닫는 게 있을 텐데 사과 한마디 없을까..'
도대체 엄마한테 딸이 뭔데 그렇게 까지 콧대 높게들 모른 척하는 걸까.
나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결혼 계획도 딸을 낳을 계획도 없다. 그 잘못됨을 이해해 버릴까 봐.
그리고 지난날 내 혈기로 때리고 심하게 나무랐던 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한다. 그때는 사회적으로 체벌이 용인되었으나 분명 어느 때에 때린 것은 나의 문제였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 한마디가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끝까지 모른 척 넘어가고 싶은 일인 걸까...
글을 쓰다 보니 또 남는 건 씁쓸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