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가장 바쁘고 열정적인 여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약 10년 전 룸카페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그렇게 불건전할 수 있는 곳인지 생각지 못했다. 최근에 폐쇄공간으로 되어있는 룸카페에 관한 뉴스가 나왔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일했던 곳은 방 구조는 아니고 각각의 공간에 가림막이 있고 윗부분은 뚫려 있는 곳이었다.
카페는 폐업이 머지않아 보이는 한 물 간 느낌의 카페였다. 술과 음료 및 식사를 모두 팔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갔다. 큰 상가 내부 깊이 있어 고립되어 보이는 카페 같지만 외국인 영어강사 단체 손님이 어떻게 알고 오기도 했다. 카페는 드넓고 마감 알바는 정말 듣던 대로 힘들었다. 아주 어려 보이는 남자 알바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일을 배웠다. 사장보다 실장님이 더 나이 들어 보이는데 실제로 형인데도 굽신굽신 해 보였다. 실장님은 나이 먹고 오래된 카페에서. 게다가 동생벌 밑에서 거의 모든 카페일을 도 맡아 한다는 것에 늘 자존심이 좀 상해 보였고 성격은 욱하고 나한테는 (없으면 안 되니까) 잘해주다가도 다툼이 있는 와이프에게 전화통화로 "씨발년아!"라고 할 때는 같은 여자로서 정말 듣기 거북했다. 강약약강.
사장은 다정한 듯 하지만 눈빛은 능글스럽고 말은 천박하지만 예리했다. "절박해서 온 나이 먹은 년들이 중간에 도망을 안 가더라. 그치 이년아~!"라며 첫 만남부터 이년 저 년 했다. 그냥 눈감고 귀 닫고 일했다. 밤 9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버스 타고 카페로 출근했고, 새벽 2시넘어 마감하고 실장님이 데려다주시면 새벽 3시였다. 더운 여름 피로와 땀에 절어서 잠도 오지 않고 허기만 졌다. 그러다 잠깐 자고 새벽 5시에 동대문으로 출발하는 날도 있었다.
드넓은 카페를 쓸고 대걸레질을 하는데 앉았다가 일어설 힘이 없었다. 그때 수영으로 만들어져 있던 허벅지의 근육만이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정말 기회가 되면 말하고 싶었는데.. '고마워 허벅지 근육아!'
올 것이 왔다.
몸에서 가장 약한 잇몸부터 신호가 왔다. 아침에 양치를 하고 "퉤~!" 했는데 검은 덩어리가 툭 떨어졌다. 잇몸출혈이었다. 그냥 양치하고 수업을 하는데 거무 죽죽한 피가 하루 종일 나왔다. 그런 피를 계속 삼키면서 말을 하니... 맞은편에서 설명을 듣던 학생 하나가 심한 악취에 "어우~.." 했다.... 민망해서 할 말이 없었다. 나의 알바는 비밀이었다.
어느 날은 집에 도착한 새벽 3시에 참지 못하고 남은 양념 치킨을 먹고 잤는데 다음날 배가 너무 심하게 아팠다. 정말이지 배 앞뒤로 몸통 전체에 통증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통증으로 씨름을 하고 난생처음으로 검은색 변을 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위에서 출혈이 있으면 그렇다고 한다. 다행인 건 그렇게 한번 씌게 아프고 오히려 피로가 가시고 좋아졌다.
서른까지는 아무리 안 먹고 나를 혹사시켜도 스무살까지 먹던 엄마밥심으로 살아졌다. 먹기 싫은데 자꾸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엄마 밥심으로 살아졌다. 룸카페 에피소드를 조금 더 올린 후에 올릴 글이지만 나는 그 여름에 대해 '정말 뜨거운 여름을 살았다'라고 나를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인간의 심연은 거짓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