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 에피소드

10. 철문, 바퀴벌레, 담배 그리고 섹스

by 소년

지금 기억에 룸카페의 모든 문은 높이 170cm 정도로 높지 않았지만 정말 무거운 철문이었다. 손잡이를 잡고 위로 들어 올린 후 좌 혹은 우로 당겨야 한다. 카페 자체도 엄청 넓고 테이블이 그렇게 많은데 어쩜 모든 문을 철문으로 할 생각을 했는지 참. 그런데 그 무거운 문을 잘도 들어 열었다. 똑똑 두 번 노크 후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문을 연다.


어두침침한 보랏빛 조명의 카페. 갈색 꽃무늬 소파도 오래돼서 더러웠다. 서빙을 하다 보면 손님 발 밑에 엄지 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내가 호들갑 떨며 실장님께 말하면 실장님은 오히려 나를 조용히 시키셨다. 어느 날은 주방의 김치에 곰팡이가 폈는데 내가 실수?!로 너무 크게 말해버렸다. 실장님은 나지막이 '조용히 해!' 하더니 김치를 자알 섞으셨다. 마치 시트콤에서처럼 삐쩍 마른 실장님은 흘러내린 안경을 올리며 시선은 손님을 의식하고 손으로 재빠르게 김치를 섞는다.


어느 날 카페에 아는 손님이 들어왔다. 교회 동생들이었다. 서로 놀랐지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남자하나 여자 둘. 셋은 교회에서 일도 열심히 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홀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룸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아.. 담배 피는구나.. 아이들이 가고 정리하려고 갔는데 (왠지 나 때문에) 피운 담배꽁초를 직접 가져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꽁초 담는 종이컵이 없었다. 사람들 눈 피해 몰래 담배 피우러 오는 카페였던 것 같다.


카페 일이 차차 지쳐 갈 때쯤 어린 남녀가 들어왔다. 키가 작은 여자는 뒤에 멀지 감치 서있는데 헝클어진 긴 머리에 꼭 뭐에 취한 꼴이고 반듯하게 생긴 남자는 어딘가 상기되어 있는 얼굴이었다. 테이블 배정하고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어서 똑똑 두 번 노크 후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듯 문을 확 열었다. 앗! 남자는 깜짝 놀라 바지춤을 붙잡고 열리다 만 문에 철~썩 붙어버렸고, 여자는 소파에 못 볼 꼴로 누워 있었다. 그 뒤로는 서빙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안 나고 나중에 계산하러 올 때 남자가 생글한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너무나 쭈뼛쭈뼛 걸어와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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