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사과

12. 감정의 소용돌이

by 소년

내 알바는 후달리는 체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이 불어 올쯤 무단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아마 실장님은 실컷 나를 욕하며 혼자서 그날 하루를 버티셨을 것이다. 너무 죄송스러워 급여받으러도 못 가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결국 수당을 챙겨주셨다. "돈 받아가 이년아~!"


알바로 카드빚을 막았고, 개인과외도 생겨서 조금씩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무언가를 느낀 막내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돈..~ 니 돈~.."

"....... 엄마가 다 썼대요~~~ 우아아앙~~~"


이모의 그 말이 나오자마자 울분이 터져 나왔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이모가 그 일을 드디어 알아줘서 서러움이 터져 나왔다.


"어머 그랬어? 내가 분명히 너한테 허락받고 쓰라고 했는데! 어머 어떻게. 그래 울지 마. 이모가 대신 사과할게. 지금 만나자 셋째 이모도 부를 테니까 같이 보자 연락할게 기다려. "


셋째 이모와 막내이모가 찾아왔다. 내 돈을 맡아 주셨던 셋째 이모가 엄마 대신 사과하겠다며 같이 울었다. 이모가 울었던 이유는 나 때문은 아니었다. 엄마를 보며 이모도 힘들 적에 공감은 전혀 없고 이해할 수 없이 독단적이기만 했던 외할머니가 떠올라서, 그때의 서러움이 떠올라 같이 울었다. 셋째 이모는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았다.


나는 이모들을 너무 좋아한다. 이모들은 그 후로도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하지만 사실 신뢰는 사라졌다. 아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구나.. 가족도 믿을 수 없다고 느꼈다. 그 후로 나는 말도 행동도 조심하게 됐고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입을 다물었다. 돈이 있어도 없어도 말하지 않는다.


이모들에게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내가 받고 싶은 사과는 엄마에게서였다.


집에 있다 보면 엄마 생각에 이따금씩 화가 치밀어 올라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실컷 허공에 욕을 해서라도 끓어 오른 화를 식히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카페에서 주방 아주머니가 허공에 소리 지르며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놀라니 실장님이 "주방 아주머니가 망상이 있어 가끔 그래~ 같이 사는 젊은 남자가 있다는데 아줌마 돈을 다 갔다 썼대나 봐~!" 하셨다. 완전히 거울치료였다.


그렇게 1년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다. 글을 쓰며 오랜만에 찾아본 그 집은 사실 그렇게 어둡지도, 창문이 그리 작지도, 벽이 칙칙하지도 않았다. 내 마음은 그 집을 아주 어둡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고 보면 불법개조였던 그 원룸의 옆집에 두 부자가 이사 왔었는데 어느 날 편의점을 한다면서 유통기한이 임박했던 음식들을 주셨다. 아저씨의 표정이 참 다정했던 느낌이 있다. 그런데 그 분들도 행색은 영 어려워 보였다.


매일매일 그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나는 그 집을 2년으로 계약한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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