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사

13. 아프고 성장했던 1년이 지나고 만난 2000/50

by 소년

나는 이 집을 2년으로 계약한 줄 알고 있었다. 임대차 계약서에 직접 도장 찍어본 게 두 번 뿐이라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를 때였다. 1년이 다 되어 갈 때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더 살지 이사를 나갈지 결정해 달라고.


정신이 번쩍 들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부방을 시작한 원룸에서의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었다. 소중한 돈을 잃은 이유는 내가 너무 무지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주식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주식계좌를 만들어 까먹어 보기도 했고, 여러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대출에 대한 정보도 습득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을 알게 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조건의 집으로 이사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면세사업자인 나는 사회적 혜택이 별로 없어서 답답해하던 차에 신용보증재단에서 저금리 사업자대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찾아갔다. (그런데 혼동되어 신용보증기금으로 잘못 찾아가 한참이나 앉아 있기도 했다. 이름이 정말 헷갈린다.) 신용보증재단 사업자대출은 사업시작하고 1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데 막상 '공부방'이라고 하니 그때는 사례가 없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승인을 안 해주려고 했다. 나는 어설프게나마 좀 더 어필을 해봤는데 그저 운 좋게 옛~따! 하고 승인해 줬던 것 같다. 10년간 상환을 미룰 수 있고 당시 금리도 초저금리였다. 800만 원을 대출받아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를 샀고 학습용 테이블을 더 샀다. 14평인데 과했던 스탠드 에어컨도 샀다. (그 후 나는 30평 아파트로 또 이사를 가서 유용하게 잘 썼다.)


큰 대로변 건너 신축 빌라를 봤는데 2000/50이고, 방 두 개에 작은 ㄷ자 부엌과 거실이 있는 필로티 구조 2층 집이었다. 집이 너무 예뻤고 그 집에 꼭 들어가서 초등학생반도 적극적으로 꾸려나가고 싶었다. 원룸은 너무 초라해서 홍보도 아예 못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내 실력과 자존감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용감하게 계약을 하고 그 집에 들어갔다. 지난 1년간 바라고 바랐던 이사였고 꿈에 차마 그리지도 못했던 예쁜 집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나는 정신과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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