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라는 말.

16. 나는 왜 그 말을 내뱉지 못했을까?

by 소년

아이들은 매년마다 달랐다. 해가 달라질수록 아이들은 칭찬을 기대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나는 "잘~했어!"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안 하고 도도하려 했다.

도대체 왜?


그 말을 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입으로 한번 삐쭉해주고는 말았다. 정확히 들리는 말로 칭찬받지 못한 아이는 서운해했다.


하... 나는 왜 칭찬하지 못하는 걸까?

나에게 있어 이 문제는 생각보다 공부방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생각해 보니 칭찬받은 경험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그래도 좀 똑똑하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20대 초반 까지도 나는 내가 정말 '바보'인 줄 알았을 정도로 학습으로 지지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또한 앞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입으로 삐쭉해주고 말았다고 했듯이 나의 부모님들은 언제나 약간의 콧웃음으로 칭찬을 대했다.


스스로 잘했다고 두는 기준이 낮아서였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수학시험에서 80점을 받았다. 너무 신나서 집에 가자마자 시험지를 펼쳐 "엄마! 나 수학 80점 받았어!"라고 외쳤다. 화장실에서 빨래하던 엄마는 한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빨래에 고정하며 "어~."라고 했고,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너무 순진한 게 탈이었을까?

6학년때였나? 주공아파트 통로 친구네서 같이 '재능교육' 수업을 받는데 시계가 나왔다.

한 언니가 "너 시계 못 읽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응."

외출하고 계단을 올라오던 엄마는 그 말을 들었다. 그 시절은 집집마다 현관을 열어 놓고 살던 때였으니까.

공부가 끝날 때까지 문턱에서 기다리던 엄마는 집으로 올라오라고 하며 먼저 올라갔고, 내 방으로 들어간 순간 엄마는 휙 돌면서 따귀를 때렸다.

"너~! 시계 못 읽어?"


나는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맞은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기억나지 않는다.


날 때린 건 용서할 수 없지만.. 뭐.. 엄마 아빠도 칭찬받지 못하고 자란 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요즘말로 느린 학습자였다.


학교도 일찍 들어간 데다 늘 또래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뒤처졌고, 학습뿐만 아니라 이해관계나 인생의 작은 깨달음마저도 1년 정도 늦게 깨우쳤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와 함께 듣는 수업내용을 사회가 정해둔 시기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언제나 뒤늦게 이해했다. 시험을 못 보는 것은 당연했다. 아마도 살면서 엄마에게 느려터졌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사회생활이 늘 불안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하며 강점도 많았는데.


나는 생각보다 언어에 두드러진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호주에서 어학연수할 때도 '한글과 외국어'에 관해 제출한 에세이가 흥미로웠다며 선생님이 특별히 언급하셨던 일도 있었고, 약 80명가량 듣던 강의에서 써낸 에세이로 혼자 상품을 탄 경험도 있다. 혼자 너무 신나서 없던 미소를 보이니 옆에 있던 사람이 '좋아~?!' 하며 깐족이듯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던졌는데, 누가 뭐래도 순수한 마음으로 너무 좋았다. 선교단체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어린아이처럼 흡수력이 빨랐고, 말씀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기도 했는데 우리끼리지만 다음 기수들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유행시킨 찬양도 있었다. 나는 집이 아닌 곳에서는 늘 두드러졌고 칭찬받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날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는 대상은 부모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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