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년간 나를 살게 한 아이들.
2013년 처음 원룸 공부방으로 이모가 초등 1학년이었던 막냇동생을 보냈다.
내 외갓집 막냇동생이 어릴 때 정말 정말 귀여웠다. 누가 봐도 귀여워서 사랑받을 만한 아이였다.
제일 큰 누나와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나고 자주 보지도 않아서 어색할 법도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노하우도 없는 큰 누나와의 첫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는데도 그저 누나라서 생글생글 좋아했다.
내가 어릴 적 이모들이 이모라서 그저 좋아했던 것처럼 나에게 그 아이도 그렇게 피붙이의 호감을 보내줬다.
목회자 부모님의 좋은 성심만 이어받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 자연스러운 아이였다. 이모 말대로 FM 답게 엄마가 '이거 누나 갖다 줘~!' 하면 즐겁게 생글생글 웃으며 봉다리 들고 와서 나누어 줌이 즐거운 아이였다. 엄마, 아빠에게 조금씩 배워서 영어 발음도 좋고 자연스러운 뉘앙스로 잘 흡수하는 편이었다.
아.. 학습 유형중 자연스러운 흡수를 하는 아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중에서야 아주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픈 손가락 내 동생!
2014년 2000/50 빌라로 이사를 가고,
이모와 다른 어머니들 네 분이 함께 방문 후 상담을 하고 본격적인 초등반 한 반이 구성됐다. 사실 이모와 다른 세분이 몰~래 오는 중이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같이 오지 않으려던 그 한 분을 만나버린 거다. 그저 웃으며 그분까지 합류하여 각각의 아들들 5명으로 한 반이 구성되었다. 그 달갑지 않았던 한 분의 자녀를 B라고 하겠다. 이모는 내가 힘들지 않도록 무난하고 잘 할 만한 아이들로 소개해 주려고 B를 제외시킨 거였다. 아.. B는 정말 히스테릭했다. 어머니는 한없이 친절하시지만 B와 말투가 너무나 똑같았는데, 아마도 예민하고 히스테릭한 B가 엄마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 엄마의 흔들리는 높은 톤을 어린아이의 하이톤의 목소리로 구사하고 있었고, 그 목소리로 아주 아주 작은 일에도 울기 일쑤였다. 아이들도 아는지 그때마다 그 아이 눈치를 보곤 했다. 한 번은 내가 모두 이모 교회를 다니는 줄 알고 교회 얘기를 했더니 B가 자기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며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냐는 거다. 어떤 부분이든 자기만 소외당하는 것을 싫어해서(물론 B 본인만의 생각이다) 그런 게 느껴지면...... 울었따!
뭐~만 하면 울었따!..
중3 때!까!지! 울었따~! ㅋㅋ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C는 혼자 알파벳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들어와서 처음 학습을 시작할 때는 제일 걱정하던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에게 티 나지 않게 서류봉투에 알파벳 연습 프린트를 넣어서 어머니께 드리라고 따로 챙겨주고 조금 더 연습하도록 했다. 그 아이는 둥글둥글하게 생긴 인상과 다르게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다. 아마도 나와는 공통점이라는게 하나도 없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란 이런 느낌이구나 싶은. 그리고 C는 남의 좋은 것을 눈에 확연히 보이게 따라 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나 본능적이어서 참 통제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누가 웃긴 말이라도 하면 후방에 계속 따라 하면서 주변 친구들이 자기의 말에도 웃어주기를 바랐고, 혼자 더 웃느라 수업에 방해될 정도여서 내가 정색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이 참 두고두고 후회됐다.
5명이었던 반은 6명이 되고 7명이 되기도 했지만 소위 약아 빠졌다고 하는 아이들은 최종적으로 모두 나가고 결국 순진하고 엄마말 만 잘 듣는 아이들 셋만 남아 끝까지 가게 되었다.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그냥 사모님 조카니까 아이들을 보내주시는 거지 뭐... 내가 잘해서 보내시는 건 아니라고.. 10년간 계속해서 그런 생각에 시달렸고 낮은 자존감으로 너무 힘들었다. 잘 못 가르치지만 사모님 조카니까 보낸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그래서 더 내가 할 수 있는 정성과 최선을 다했다. 결론은 이모 교회 내의 청소년부에서도 그렇게 나와 끝까지 공부했던 세 아이들이 대학을 제일 잘 갔다고 한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신기루와 같은 아이들이다. 그냥 내 10년을 목숨 붙이고 벌어먹게 해 준 아이들. 내 30대 후의 인생을 위해 발판이 되어준 아이들. 미안하고 소중한 아이들.
이렇게 짧은 글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아이들.
그래서 이건 1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