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저는 원래 폭탄 같은 사람입니다.
나는 막내이모 막내이모부께 늘 갖고 있는 한 가지 죄송한 마음이 있다.
이모와 이모부는 아이들을 갖기 전에 양육경험을 해볼 겸 방학이 되면 나와 동생을 집으로 불렀다.
이모와 이모부는 좋지만 거기서 딱 한 가지 안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바로 교회수련회에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1997년쯤 겨울. 수련회에서.
한 밤중에 수십 명이었던 청소년들을 산으로 불렀고 엎드려뻗쳐, 일어서를 한참이나 반복하다가 어떤 오빠는 동상증세가 생겨 울면서 내려가기도 했다. 갑자기 이모집에 놀러 와서는 수련회에서 기합 받게 하는 게 미안했던지 이모가 나를 바라보며 조금 어쩔 줄 몰라했다.
내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시절은 집안 분위기와 사춘기가 겹치면서 우울수치가 땅을 치던 시절이었다. 집에서도 전쟁처럼 사는데 교회에서도 이렇게 전쟁처럼 나를 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고, 기합으로 청소년들의 정신수행을 시킨다는 기독교의 행위도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이모는 나를 꺼냈다. (사실 나는 진짜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짜증스러워 우는 척을 한 게 더 맞았다.)
그리고 이모와 같이 내려가던 돌계단에서 산속으로 던진 폭탄 같은 말은 기합훈련을 멈추게 했다.
"뭐 저런 미친놈이 다있쓰~어~ 쓰~어~쓰~어~!"
내 말은 산을 울렸고, 모든 청소년들과 그 아이들을 앞장서서 기합 주던 전도사님은
순간 나를 째려봤다.
숙소에 들어와 그곳이 너무 싫어서 찔찔 짜던 내 앞에 앉아
이모는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하며 나무라는 건지 미안한 건지 푸념하는 건지 뭐 하나 확실하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사실 통쾌했다. 지금 세상에 그렇게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갈게 뻔한 행위였고 사실 그때 그걸 멈춘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모와 이모부께는 나의 경솔함으로 먹칠을 한 것 같아서 언제나 죄송스러웠다.
나는 그냥 폭력이 싫었다.
그 당시 예수님의 고난을 알라며 강압적으로 기합을 주는 행위가 여기저기 자주 있었지만 그때 나에게는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었다.
결국 나의 폭탄 같은 말에 모두 충격을 받아 기합을 멈추고 모두 숙소로 돌아왔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 담임 목사님 아들이 그렇게 이년아 저 년아 해서 교회에서 유명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해서 목사님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졌지만 그 시절 목사님 자녀들은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교회 사무실을 들어갔다가 나가는 나에게도 갑자기 이년아 저 년아 거리길래 참지 않고 큰 소리로
"얻다 대고 감히 이년아 저년아야~!"라고 질러버렸다. 그 오빠는 나와 나이차이가 거의 10살 위였고, 별로 친하지도 않았다. 그 오빠는 순간 말을 잃었고, 주변 사람들은 빵 터졌다.
하~! 내 얼굴은 아주 빨개졌지만 사실 아주 통쾌했다!
그렇지만 나는 또 폭탄 같은 행동을 해버린 거다. 욱하면 앞뒤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거다.
후회할 것 뻔히 알면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엄마욕을 해버렸다. 당연히 후회되고, 너무 미안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다 저질렀다. 그냥 감정적인 욕을 나열한 게 되게 하지 않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래도 결국은. 그래버린 것만 같다.
내가 욱했던 사례는 모두 상대방이 잘못한 게 맞긴 하다. 참을 것 같이 유순하고 여리여리 하게 생긴 나는 의외로 참지 않고 공공연히 고발을 했을 뿐이긴 하기도 하기도 하기도 하다....
그런데 늘 방법이 이모양이다. 확~! 폭로하듯이 입에서 쏴버리고는 후회한다.
하....참 경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