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읽었던 추천도서 리스트
요즘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어떤 책을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로 키워줬던 책들. 나는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집에서 읽었던 책들과 함께 자라났다. 아래는 어떻게 보면 내가 좋아했던 책들, 나의 추천도서 리스트이다.
어린 시절에는 셰익스피어 작가의 희곡을 좋아했고, 동시도 자주 읽었다. 그와 함께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보곤 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소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신 국어 선생님 덕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책을 정말 좋아했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하며 밤늦게까지 ‘개미’와 ‘타나토 노트’ 등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2 때는 신문을 자주 보다가 신문기자 출신인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를 읽고 그의 문체에 매료됐다. 이건 내가 고등학생 때 국문학과에서 신문방송학과로 진학을 변경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창 여행기를 좋아할 때는 한비야 작가의 ‘바람의 딸’을 봤고, 세계사에 관심이 많던 초등학생 때는 이원복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중학생 때는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로마인 이야기’를 열심히 봤다. 한창 장편 소설에 집중하던 때는 조정래 작가의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 박경리 작가의 ‘토지’와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봤다. 한창 감성잡지 페이퍼(PAPER)를 좋아할 때는 황경신 편집장의 소설과 이충걸 편집장과 김신지 에디터의 에세이를 즐겨보았다. 대학시절 사회과학 분야 도서로는 박노자 교수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경제·재테크 서적으로는 앙드레 코스톨라니 작가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가 제일 인상 깊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PR인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홍보와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업무 관련 기획, 전략기획, 브랜딩에 대한 책을 공부하며 무진 읽었다. 예전 ‘유니타스 브랜드’와 ‘브랜드B’ 매거진이 인상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책으로는 최근 김도영 작가의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재미있게 보았다. 여러 기획서 중에서는 박신영 작가의 '기획의 정석' 책을 제일 좋아한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슬로건과 카피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카피라이터의 책도 자주 읽었다. 박웅현 작가, 정철 작가 등 카피라이터의 글은 대개 센스와 위트가 있었고 대상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도 찾을 수 있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기획자로서 슬로건과 카피 등을 쓸 때 참고가 됐다. 정철 작가의 ‘내 머리 사용법’, ‘머리를 9하라 (당신의 머리를 교체해드립니다)’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마다 종종 생각하는 책이다. ‘카피책’은 기획자를 너머 카피라이터라는 타이틀을 잠시 달았을 때 뒤적거리곤 했다.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님(작가)의 '몰랑몰랑' 책도 몰랑몰랑한 아이디어와 통찰력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감성적인 문장을 생각할 때는 29cm 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의 감성에 촉촉히 젖어드는 카피들을 떠올렸다. 앱에서 푸쉬되는 메시지가 참 따뜻해서 한동안 알림을 끄지 않았다.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문장 수집 생활' 책을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여행기를 처음 적기 시작할 때는 카피라이터 김민철 작가의 여행기과 일상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을 보았다.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는 모습과 메모하는 습관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최근 기억력이 나빠지면서 꼼꼼한 기록이 필요해졌다.
최근 SF과학소설에 관심이 생기면서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등을 인상깊게 보았다.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AI와 로봇이 멀지 않아졌고, 미래 모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래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이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미있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리믹스된 시집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예쁜 사진과 그림이 함께 실린 필사 시집이나 시화집이 좋았다. 이건 요즘도 종종 구매한다. 첫 시작은 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이다. 꽤나 많은 분량을 열심히 필사해두어 가끔씩 찾아보면 ‘진짜 열심히 썼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외 명작 그림과 함께 있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과 캘리그라피와 영시가 같이 있는 ‘매일, 시 한 잔’도 좋아하는 시집이다.
개인 시집으로는 도종환 시인의 시화선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좋았다. 송필용 화가님의 그림과도 잘 어울린다. 따뜻하고 쉬운 시가 좋아서 나태주 시인의 시도 많이 보았다. 워낙 인기있는 국민 시인이셔서 그런지 ‘서로가 꽃’ 같은 캘리그라피(강병인 글씨) 시선집도 있고, 라이팅북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도 있고, 필사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도 있고, 심지어 스토리텔링 형식의 만화 시집(웹툰 작가 소영) ‘별을 사랑하여’도 있었다. 시집으로도 참 많은 편집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그림이나 사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쁘게 편집된 시집을 보면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일반 시집으로 보면 얼마전 예쁜 표지 리커버로 나온 안희연 시인의 ‘당근밭 걷기’도 좋고,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도 좋다. 최근 시집을 새로 사기 시작하면서 요즘 인기있는 시집들을 많이 샀는데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도종환 시인의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이병률 시인의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우성 시인의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도 최근에 산 시집 중에서 좋아하는 시집이다.
위트가 좋아서 봤던 김승일 시인의 ‘에듀케이션’, 음식을 담은 시를 생각하게 했던 황인찬 시인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 예전부터 좋아해왔던 기형도 시인의 ‘잎 속의 검은 잎’도 있다. 몇 년 전 오랜만에 시를 다시 시작하면서 읽었던 원태연 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시력측정기 같은 표지가 인상적인 이훤 시인의 ‘양눈잡이’도 있다. ‘양눈잡이’는 시인분이 사진가라는 직업도 갖고 계셔서 그런지 시집 뒤편에 사진도 여러 장 있어 인상적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은 뭐냐고? 열심히 보았던 한 권마다 그 시절이 녹아있다. 사실 책의 내용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당시 재미있게 보았던 시간들이 의미있다. 책과 함께 했던 순간이 나에게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밤에는 무슨 책을 볼까. 며칠간 열심히 했으니 오늘 저녁에는 차 한 잔 마시고 느긋하게 누워서 읽어야지.
* 이 글은 기존에 써놓은 글을 연희창작문학촌에서 수정 업데이트하여 발행했습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시는 연희창작문학촌 및 서울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로 시와 동시를 쓰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에서 여행기와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