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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Jan 02. 2024

2023 나를 바꾼 키워드 : 프로젝트

몇 해 전부터 나만의 연말 루틴이 하나 생겼다. 바로 한 해를 리뷰하는 것인데, 사실 리뷰 자체는 별 다를 것이 없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나에게 맞는 리뷰 방식으로  점차 진화해 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나에게 영감을 주고 일상의 변화로까지 연결된 단어나 문장을 토대로 한 해를 돌아보는 방식이다. 올 해는 유독 일상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느끼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 기록은 그 장면에 대한 포착이자, 단어에게 바치는 감사의 기록이다. 



프로젝트 : 문제를 프로젝트로 보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문제의 사전적 정의는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해답을 요구하는 다양한 질문이라는 불청객이 예고도 없이 우리들 일상 속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이 질문을 불청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초대한 적이 없고, 찾아왔을 때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라서 당혹감과 함께 긴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때 회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문제'를 '프로젝트'라는 단어로 바꾼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 문제를 프로젝트로 바꾼다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선언과 같았다. 

불청객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를 내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단순한 선언만으로도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호기심과 탐구욕이 생기면서, 불청객의 껍데기에 천착되어 있던 시야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할 공간이 생겼고, 이렇게 공간이 확보되자 다양한 선택지가 보였다. 문제로 인식했을 때 찾았던 답과는 분명 질적으로 다른 선택지들 말이다. 


두 번째, 시작과 끝을 나에게 맞는 속도와 크기로 나눌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사전적 정의는  '고유한 제품, 서비스 또는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투입하는 노력'이다. 그 속성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압도 당하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최상의 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을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문제의 무게를 실제보다 더 무겁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문제'라는 단어에는 문제 자체의 무게만큼이나 각자의 마음의 무게가 덧붙여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심적 압박과 불안이 집중할 에너지를 갉아먹는 뱀파이어가 된다. 그러나 프로젝트로 바뀌는 순간, 즉 데드라인을 내가 설정하는 순간 나만의 속도로 다룰 수 있는 크기와 무게로 인식이 전환된다. 그리고 비로소 이런 상태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탐구하기 시작하자 주변인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라고 인식했을 때는 혼자 끙끙거렸던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자 다른 시너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더욱 즐거웠던 것은 과정을 즐기자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생각 파트너가 되어 주고 함께 인사이트를 나누고 그렇게 공유된 것들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들과 2023년 첫 번째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2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문제가 프로젝트로 바뀐 순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더욱 진화된 버전의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가 생길 거라는 기대감도 함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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