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 내 인생 첫 변호사와의 만남

by 도심산책자

살다 보면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던 사람을 꼭 만나게 된다. 변호사와의 만남도 그랬다. 평생 변호사 만날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내 의도와 달리 그런 상황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예약을 하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프로필 사진을 먼저 봤다. 사진 속 그녀는 앳되어 보였고, 전형적인 ‘전문직’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표정.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교과서적인 변호사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은 채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얼굴과 마주쳤다. 프로필 속 그녀의 이모쯤으로 보이는 연배의 얼굴, 화장기 없는 친근한 인상이라서 동네에서 걷다가 마주칠 것 같은

지극히 생활인의 얼굴이었다. 아주 잠깐, 눈빛이 흔들렸지만 예의 평정을 찾고 말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그렇게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무료 법률 상담에서 남겨졌던 질문들, 정리되지 않은 의문들, 그리고 말이 되지 못한 감정까지 나는 한 번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돈된 설명이라기보다는 군데군데 감정이 뒤섞인 상태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중간에 말을 끊지도 않았다. 말이 끝날 때쯤 차분하게 한 문장씩 보탰다.

그 문장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상황은 천천히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가진 권리는 어디까지인지,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지점은 어디인지,

그리고 협상을 위해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까지.


설명은 감정을 배제했지만 기계적이지 않았다. 과장도 없고, 막연한 위로도 없었다. 그저 사실과 판단만이 정확한 위치에 놓였다.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상황 자체가 바뀐 건 아니었지만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것만으로도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변호사님, 제 인생 첫 변호사님이세요.”


그녀는 잠깐 웃으며 답했다.

“첫 변호사로 저를 만나주셔서 영광이에요. 행운을 빕니다.”


그날 나는 한 명의 전문가를 만난 것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상황 사이에 균형점을 하나 얹은 것 같았다. 이대로 모든 것이 클리어됐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진짜 협상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이 만남은 첫 만남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3편 : 공짜 법률서비스의 장점, 그리고 분명한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