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열혈인간’이 심지어 ‘독고다이’

[신흥사설(申興社說)]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6년 1월 30일(오후 6시 56분) 올라온 콘텐츠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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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자경소] 필자가 초중고 시절 항상 달고 살았던 소년만화에선, 언더독(Underdog)이면서도 객관화된 수치를 뛰어넘어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상황을 타파해 나가는 부류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사회 시스템에서 수치나 스펙이 높게 형성된 자들은 대체로 ‘그것만 내세우는 보잘것없고 재수 없는 부류’로 그려지기도 했다. 아마 만화작가들 대부분이 주류 사회시스템에서 소외된 채 꿈을 좇던 ‘반골(反骨) 부류’였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와 함께 늘 끼고 살았던 록(Rock) 음악 가사들에서도, 시스템에 길들여지는 것에 저항하거나 사회적 기준에서 소외된 루저(Loser)의 마음을 대변하는 기조는 강했다. 섹스피스톨즈, 너바나 등 펑크록밴드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정신’은 여지없이 ‘반사회적’이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정작 무대 위에서의 그들의 공연 모습은 마치 내일이 없이 모든 걸 불태우려는 듯 그 누구보다 격정적이고 열심이었다. 그들의 모든 게 뭔가 모순적이고 불순하며 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필자는 이상하게도 그 록밴드들의 태도나 정신이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 만화와 록음악 영향을 잔뜩 받은 것인지 혹은 타고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필자는 그처럼 늘 ‘사회 시스템에 기대 자만하거나 꺼드럭대지 않고, 그저 무언가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언더독(Underdog) 열혈인간’의 모습으로 살고자 했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혼자 움직이는 ‘독고다이’ 부류도 이상하게 끌렸다. 사회적 기준에서는 조금 떨어진 채 자기만의 세계관이나 주관으로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그 누군가가, 모든 걸 혼자 해결한다고?!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필자는 늘 그런 이상(理想)적인 형태가 머릿속에서 찰랑거렸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 모습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당시 교과서에 적어놓았던 한 낙서는 이랬다.


‘OO사? OO사?(고위공직자 및 전문직) 전혀 되고 싶지 않아’


물론 그 ‘OO사’들은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군이 전혀 아니었다. 일률적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시험에 거부감이 강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애초에 그걸 할 수 있는 성적도 아닌 상태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다만, 당시 그걸 쓴 마음은 그저 단순한 ‘치기’나 ‘반항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성년인 고등학생 때에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던 거였다. ‘사회가 좋다고 떠받드는 것들이 정작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랬던 필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곧 세상의 격랑 속에 이리저리 휩쓸렸다. 비겁하게 순응하면서 대학 입시를 치르고 원치도 않는 대학에 갔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부적응자 ‘아싸(Outsider)’의 모습으로 대학시절을 보냈다. 록밴드를 하며 원하는 모습대로 살았던 순간도 잠시 있지만, 이내 대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오면서는 다시 타협했다. 직장에 들어가선 ‘시체’처럼 살았다. 록밴드를 할 때의 ‘명랑하고 쾌활하던’ 필자는, 직장에 들어가선 늘 “왜 그렇게 말이 없냐”는 핀잔만 들었다.


원치 않는 직장을 다니고, 원치 않는 처세를 해대고, 원치 않는 거짓된 가면을 쓰는 게


어른이라면 어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다 결국 공황장애 중증 상태가 됐고, 자의 반 타의 반 다시 독고다이가 됐다. 늘 경제적으로 찌들렸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편했다.


인간은 각자 타고난 체질·기질·성격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파탄에 이르게 할 뿐이다. 우리들은 각자 처한 매우 복잡다단한 이 현실을 그저 ‘나’라는 존재의 ‘결’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직장인이던 필자’는 ‘맞지 않는 길을 가는 시행착오 상태’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직장에서의 이탈은 ‘예정된 수순’이었던 거다. 직장을 다니며 공황장애 중증 상태에 빠졌던 것도 내 체질·기질에 맞지 않는 짓을 참고 버틴 결과였다.


결국 이후로는 내 체질·기질에 맞게 살게 됐다. 필자 개인적으로 늘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본인이 되고자 했던 이상적(理想的) 모습인 ‘언더독 열혈인간(+독고다이)’의 자세를 고수할 수 있는 삶의 형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험난한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계속 버티며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건, 그 삶의 형태가 진정 ‘내게 맞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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