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멘탈(申興Mental)]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6년 2월 13일(오후 5시 41분) 올라온 콘텐츠입니다→ 원문보기
[신흥자경소] 일본만화 ‘사채꾼 우시지마’ 28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강해질) 의지가 없는 녀석은 나쁜 인간에게 이용만 당할 뿐이야”
주인공 우시지마의 대사다. 이 말은 적확(的確)한 진실이다.
이를 ‘신흥자경소’식대로 약간 바꿔서 표현하자면,
<인간은 몸과 마음이 강인하지 못하면 주변인들에게 이용당할 확률이 높다>
라고 정리하고 싶다.
필자 경험을 예로 들어볼까. 아래는 군대도 가지 않았던, 여리여리한 몸뚱이의 나약한 20대 초반 필자가 겪었던 얘기다. 부모님의 온기가 가득한 온실을 막 벗어나, 마치 갓난아기 같은 얼굴 표정과 몸뚱이로 이런저런 사회경험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참고 : 신흥자경소(필자)는 직접 삶에서 마주쳤던 인물들과의 부정적인 일화를 자세히 설명하거나 관련인을 특정하는 글을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굳이 쓰고 싶다면, 본인(필자)이 겪었던 얘기임을 감추고 모든 등장인물을 익명화하며, 특정될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아래 사례는 거의 20여 년 전 일로, 등장인물 누구에게나 소위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한참 지난 얘기다. 당시 필자나 등장인물들의 미숙한 모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타산지석’이 될 수 있는 (배움이나 깨달음) 소재로 활용되기 좋다고 판단했으며, 그와 더불어 굳이 필자 얘기임을 밝히는 게 후반 내용을 풀어내는 데도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뿐이지, 필자가 개인적으로 마주쳤던 특정한 누군가를 비방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들춰낸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20대 초반 당시 필자(男, Guitar)는 록밴드 멤버를 구하고 다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록밴드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베이스나 드럼 연주자 구인 글을 올리고, 이를 본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연주자를 만나고 다녔으나, 멤버로 적합한 인물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보다 한 살 많은 A(男)를 마주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그(A)는 악기를 하나도 다룰 줄 모르는 인물이었다
는 거다. 당연히 베이시스트나 드러머를 구하던 당시 필자로선, 그냥 ‘걸러야’ 하는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A의 글과 말이 정감이 간다고 느껴졌던 걸까. 결국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A와 밴드 멤버처럼 관계가 형성이 돼버렸었다. 실제로 A와 필자는 ‘대학을 늦게 갔다’는 점과 ‘아직 군대를 안 갔다’는 점 등 서로 동질감을 느낄 요소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필자는 그저 A의 ‘세치 혀’에 휘둘리며 시간낭비를 하던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당시 필자는 뭔가 꺼림칙하게 느꼈으면서도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A가 노력해서 지금부터라도 음악을 익히면 같이 밴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베이스는 처음엔 접근하기 쉬우니까 시작은 할 순 있을 거야’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밴드멤버는 연주 실력보다 멤버 간 사상의 결이 비슷하냐 아니냐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대심리가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A는 당시 밴드음악 말고도 자기 대학 내 동아리나 여러 일들을 바쁘게 병행하고 있는 인간이었다는 거다. 매번 스스로도 버겁게 스케줄을 짜고,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하려고 했지만, 정작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욕심이 많고 나서기 좋아하지만, 정작 노력이나 재능은 하나도 없이, ‘말’뿐인 유형이었다. 그렇게 바쁘다 보니 당연히 필자와의 밴드 관련 일도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록밴드에 몰입할 동료를 찾던 필자로서는 100% 걸러야 할 부류였지만, 당시 필자는 너무나 나약했다. 단호한 결단을 내릴 줄 모르는 갓난아기 같은 상태였다.
그래서 A를 손절해야 할 때 하지 못했다. 급기야 차츰 A에게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기타 연주를 할 줄 알고 자작곡도 만들던 당시 필자’가, ‘연주력이 제로(0)고 음악도 잘 모르는 깜깜이 A’에게 밴드에서 휘둘린다는 거 자체가 당시 ‘나’란 인간이 얼마나 무르고 나약했는지를 여실히 나타낸다. 상대방이 여러 면에서 그저 ‘말’뿐인 인간이란 걸 알아챘다면, 그가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관용을 베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A가 늘 여러 일로 바쁘다 보니, 급기야 합주를 하기로 한 어느 날 2시간 이상을 지각해서 나타난 적이 있다. 지각이 일상인 인간이었는데, 갈수록 더 심해지다 결국 2시간 이상 늦어버린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면 그 시간을 다 기다리기도 전에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삭제해 당장 그 예의 없는 인간을 ‘손절’해버렸겠지만, 당시 무르고 나약하던 필자는 그 시간을 모두 기다렸고, 늦게 나타난 A에게 뭐라고 하지도 못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차츰 A는 필자를 은근히 ‘호구’로 보기 시작했던 듯싶다.
시간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하는 본인(A)에게 뭐라 하지 못하는 필자보다 자신이 심리적으로 완전히 우위에 있다고 본 것일까. 겉으로는 늘 신사다운 척 혀를 놀리는 A였지만, 필자를 향한 ‘행동’만은 점점 더 확실히 예의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필자는, 세치 혀로 이런저런 논리를 들이미는 A에게 밴드 내에서의 정당한 자기 권리를 조금씩 내주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OO가요제’에 나간 것이었다. 애초에 사전 상의도 없이 A는 본인이 서류를 다 작성해 와서 “무조건 하자”고 회유했다. 필자는 그런 단발성 가요제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인디밴드로서 홍대 근처 공연장에서 차근차근 음악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미 A는 필자를 잔뜩 이용해 먹을 작정을 한 뒤 ‘자신이 돋보이는 식’으로 전체 그림을 그려놓고 있었다. A가 작성해 온 서류엔 본인(A) 이름이 필자 이름보다 앞에 적혀 있었고, 본인(A) 이름 옆에 ‘리더’라는 글귀가 붙어있었다. 실상 밴드의 모든 음악 관련 부분은 필자의 지휘 아래 있었는데도, 상의 없이 본인(A)을 ‘리더’로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인적사항은 다소 초라하게, 본인(A) 프로필은 다소 과장스럽게 적혀 있었다.
밴드도 나름 그룹이고 조직이다. 모든 조직이나 그룹에서는 그러한 서열 정리가 알게 모르게 중요하다. 음악은 전혀 모르고 그저 무대에 올라 나대고 싶던 A가, 밴드 내 음악을 거의 다 지휘하지만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지는 않는 필자의 성격을 은근히 이용해 슬쩍 자신을 리더로 올린 것이다. 상의도 없이 자신을 ‘올려치기’하고 필자는 ‘내려치기’하는 A의 그 행위는, 그룹 내에서 상대방을 완전히 호구로 보고 대놓고 휘두르는 것으로 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이라면, 그걸 다 짚어내어 지적한 뒤 서류를 찢어버리거나 A 얼굴에 던져버렸겠지만, 당시 나약하고 잘 휘둘리던 ‘갓난아기 필자’는 또 그걸 다 수용해 버렸다. 그러다 OO가요제는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탈락한 그 곡으로 어떻게든 나대고 싶던 A는 다시 다른 소규모 OO가요제에 동일 곡으로 또다시 본인이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예선무대도 있었는데 며칠 전에야 그걸 필자에게 알렸다. 같이 예선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자는 거였다. 보컬이 원래 따로 있었는데 본인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었는지 보컬은 팽해버렸고,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두려웠는지 드러머도 빼고 MR(반주)을 튼 채 ‘둘(필자<Guitar> + A<Bass>)’이서 노래를 부르자는 거였다. 록밴드가 MR이라니. 필자 사상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었다. A가 원래 노래 부르고 나대는 걸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런 식으로까지 할 줄은 몰랐었다. 그런데 또 정작 혼자 서긴 두려웠는지 필자만 소환한 것도 웃기는 지점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거절했어야 할 그 제안을, 필자는 또 받아들였다.
어지간히도 호구 같은 20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나대고만 싶은 A의 과욕’으로 치장된 그 무대는 망해버렸고 당연히 그 소규모 가요제도 떨어졌다. 재밌는 점은
그 뒤 A는 필자를 향해 뭔가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다
는 거다. 필자로선 A가 원하는 작곡도 해주고 무대도 서주며 호구처럼 휘둘렸을 뿐이지만, A는 자신이 ‘나대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은 그 욕구’를 필자가 제대로 뒷받침 못해줬다고 느꼈던 거다. 그리고 그 즈음엔 ‘이젠 (필자를)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해먹었다’고도 생각했던 듯싶다. 그래서 어느 날 분기탱천한 A는 전화 중에 돌변하여 필자에게 갑자기 욕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너 어디냐?!”라고 소리치며, 당장 만나 몸싸움을 벌일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평소 ‘육체가 약해보이는 필자’를 얕잡아봤고, 언제든 물리적 제압이 가능할 거라 자신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시 너무나 어리고 나약한 필자였어도 상대가 욕을 하면 맞받아칠 근성 정도는 있었다. 그래서 전화상으로 서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를 호구로 봤던 만큼, 아마 A는 본인이 강하게 나가면 필자가 움츠러들 것이라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너무나 강하게 대응하는 필자의 목소리를 겪자, A는 오히려 주춤하기 시작했다. 욕을 더 세게 박던 필자의 기세에 짓눌렸는지, 그는 급기야 당황하는 목소리를 내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끝만 보면 마치 필자가 강하게 압박한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자면, 그저 ‘상대를 호구로 봐서 이용해 먹으려던 A’에게 휘둘리던 필자가 결국 끝에는 각성하여 나름 대응했고, 그렇게 그 관계가 종말한 것이다.
그 즈음, 혹은 그때 이후로도 유사한 일들은 또 있었다. 사람에게 휘둘리고 직장에 휘둘리고 사회구조에 휘둘렸다. 어쩌면 휘둘리는 것은 일개 개인으로서는 당연한 삶의 과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최대한 상황을 자기 주관대로 통제하고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일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일정 정도 휘둘릴 수밖에 없다 해도, 결코 그렇게 단순히 휘둘리기만 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방법은 하나다. ‘강해지는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단단해져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이든 격투 관련 종목이든 육체 훈련을 계속해 나가면서, 나의 몸을 항상 최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마음 역시 단련해야 한다. ‘온실 속 화초’로 처음 세상에 내던져질 땐 누구나 마음이 무르고 약한 법이다. 하지만, 상처가 계속 쌓이고 딱지가 생겼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 결국 마음 역시 단단해진다.
필자도 그러한 과정을 오래 거쳤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단단해졌다. 20대 초반 여리고 나약해 보이던 외양은, 이제 꽤 오랜 시간이 흘러 현재는 ‘멧돼지를 닮은 씹아재’로 진화했다. 이젠 어느 누구도 필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이용당하기는커녕, 접근마저 어려운 유형이 된 것이다. 마음 역시 언제든 어느 상황에서든 ‘손절’을 단번에 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이젠 상처도 받지 않는다.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인간에게 뭔가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주변 인간들이 전부 ‘스쳐 지나가는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걸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흔히들 “세상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다”고들 말한다. 틀린 얘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좋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건 고정된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짚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 가령, ‘나’라는 인간이 너무나 약해빠졌으면, 주변 모두가 가해자처럼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변으로부터 늘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던 인간마저도, 나약한 ‘내’ 앞에선 ‘나쁜 인간’처럼 몰아가지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약해빠지고 상처를 잘 받는 ‘나’라는 인간에겐, 주변인 모두가 조금만 잘못해도 ‘세상 나쁜 사람’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살면, 과연 그 삶은 문제없는 것일까. 아니다. 그러한 약해빠지고 나약하며 비겁한 삶의 방식은 어쩌면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 폐급 유형에 불과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필자는 피해자인 척만 했지만, 시간이 훨씬 흐른 지금 돌아보면, 실상은 당시 필자에게도 큰 문제가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당시 A도 처음엔 필자에서 선량했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나약하고 무른 필자가 그를 가해자처럼 만들어 버린 걸 수도 있다. 야생에서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걸 보고 화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약하면 호구로 보이고 잡아먹힐 뿐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되기보다는, 상처를 쉽사리 받지 않는 건강하고 강인한 성인(成人)으로 거듭나야 한다. 강인하게 나와 주변을 통제하면서, 가능하면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약해빠지면 주변 모두가 ‘가해자’가 되듯, ‘내’가 강력해지면 주변 모두가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돼 버린다. ‘내’가 강력해져서 주변 모두를 선량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라는 인간의 외양과 내면 모두 강력해지도록 단련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주변 누구나가 다 가해자로 돌변해 내 권리를 침해하게 될 뿐이다.
만일 어떠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에 슬퍼하지만 말고, 이를 내면(마음)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걸 극복하면 할수록 점차 마음은 단단해진다. 또한 인간들은 상대방을 외양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에, 겉으로도 약해 보이면 안 된다. 특히 남자라면, 누가 와도 쉽사리 지지 않을 것 같은 외양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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