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설계다

by Insight Shin

광고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설계다


과거 2000년대 한국 총선에서 광고분석을 처음 도입해 설명했던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학계에서 발언할 때면 정치커뮤니케이션이 광고 메커니즘과 유사하다고 조심스레 말하곤 한다. 여전히 학문의 영역에 상업적 요소를 접목한다는 불경스러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광고를 두고 아직도 여러 군데에 넓게 뿌리고, 자주 보이게 만들고, 작은 노출이든 큰 노출이든 최대한 많이 접촉면을 넓히는 일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너무 오래된 차원의 이야기다. 그것은 광고를 매체 운용의 기술로만 보는 시선이지, 인간이 외부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것을 의미 있는 정보로 판정하며, 무엇을 장기기억에 넘기고, 무엇을 행동으로 호출하는가를 설명해 주는 수준은 아니다. 광고는 단순한 노출의 산업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하는 해석권력의 실천이다. 다시 말해 광고의 본질은 많이 보여 주는 데 있지 않고, 무엇을 보게 만들 것인가, 무엇으로 이해되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이해가 훗날 어떤 행동으로 호출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인간은 외부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애초에 모든 자극에 고르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먼저 주의를 기울일 만한 것을 선별하고, 그 선별된 대상에 대해 과거 경험과 이미 형성된 스키마를 불러와 판단한다. 이 과정은 매우 빠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익숙한 틀 안에서 본다. 그래서 광고를 이해하려면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보다 ‘무엇을 어떤 스키마에 접속시켰는가’를 보아야 한다. 인간의 기억은 사물 자체를 저장하기보다 의미화된 표식과 감정의 결합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고(Bartlett, 1932; Schacter, 1996), 판단 역시 충분한 숙고 이전에 빠른 인지적 지름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Kahneman, 2011). 그러니 광고의 작동점은 제품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감각과 상태, 욕구와 정서를 어떤 이름 아래 묶어 장기기억으로 보내느냐에 있다.


이 때문에 브랜딩은 결코 부차적인 포장이 아니다. 브랜딩은 로고를 정리하고 색을 통일하는 시각적 관리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브랜딩은 특정 색상, 특정 소리, 특정 이미지, 특정 단어, 특정 표정, 특정 리듬, 특정 상황감각을 하나의 이름 아래 정렬해 라벨링하는 작업이다. 인간은 필요가 생길 때마다 시장 전체를 새로 공부하지 않는다. 갈증이 나면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의 표식을 호출하고, 선물이 필요하면 이미 익숙한 품격의 표식을 호출하며, 불안이 커지면 안전과 보장의 표식을 먼저 찾는다. 결국 브랜드란 판단 비용을 줄여 주는 기억의 질서이며, 선택의 순간에 먼저 호출되는 라벨이다(Keller, 1993; Aaker, 1996). 그러니 광고가 해야 하는 일은 ‘이 제품이 있다’라고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상태의 이름, 이 감각의 이름, 이 욕망의 이름이 곧 이 브랜드다’라고 장기기억 속에 표식을 심는 일이다.


이를 가장 쉽게 보여 주는 것이 음료 광고다. 음료 광고는 대체로 제품 설명보다 감각의 과장에 집중한다. 차가운 병 표면, 물방울이 맺힌 질감, 입안으로 넘어가는 소리, 한여름의 열기와 대비되는 푸른 톤, 마신 뒤 살아나는 표정 같은 것들이 먼저 등장한다. 왜 그런가. 사람은 음료를 성분표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라는 신체 상태와 해소라는 감각적 보상 속에서 떠올리기 때문이다. 광고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목이 마르다’라는 상태와 ‘이 상표’를 연결하고, ‘시원함’이라는 감각과 ‘이 병의 이미지’를 연결하며, ‘지금 당장 마시고 싶다’는 행동 충동과 ‘이 이름’을 묶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상태-감각-행동-이름의 연쇄를 하나의 스키마로 안정화하는 일이다. 광고가 성공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광고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 나는 순간 이미 그 브랜드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상태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광고의 승부는 노출 시점이 아니라 선택 시점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반복 노출 역시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다. 반복의 본질은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결국 의심되지 않는 것으로 바꾸는 데 있다. 자이언스가 말한 단순노출 효과는 반복 접촉 자체가 호감과 친숙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Zajonc, 1968), 이후 광고 심리 연구들도 익숙함이 판단 비용을 낮추고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함을 누적적으로 보여 주었다(Heath, 2012).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많이 보였느냐만이 아니다. 반복되는 표식이 일관되게 정렬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색은 따로 놀고, 소리는 따로 놀고, 카피는 바뀌고, 이미지 톤은 매번 달라지면 노출은 누적되어도 장기기억 속에서는 하나의 라벨로 응집되지 않는다. 브랜딩이란 결국 반복 가능한 동일성을 설계하는 일이며, 그 동일성이 감각 질서를 만들고, 그 감각 질서가 다시 장기기억의 호출 경로를 안정화한다.


이 과정에서 과장 역시 중요한 장치가 된다. 사람들은 흔히 광고의 과장을 허풍이나 상업적 과잉의 문제로만 이해하지만, 인지 메커니즘 차원에서 보면 과장은 기억의 표식을 강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간의 주의는 평평하고 무난한 자극보다 대비가 크고 정서적으로 증폭된 자극, 한눈에 의미를 요약해 주는 자극에 더 빨리 붙든다(Fiske & Taylor, 1991). 그래서 광고 속 사과는 실제보다 더 선명하고, 커피는 실제보다 더 짙고, 향은 실제보다 더 감각적으로 묘사되며, 정치 슬로건은 현실보다 더 단순한 구도로 배열된다. 이것은 현실의 전체를 재현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표식으로 압축해 스키마를 빠르게 호출시키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과장은 기억 가능성과 연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감각적 압축 기술이다. 문제는 과장이 아니라, 그 과장이 어떤 승인 규칙 속에서 반복되고, 어떤 우선순위 질서 속에서 자연화되며, 어떤 라벨을 사회적으로 굳히는가에 있다.


이 지점에서 광고와 정치, 그리고 콘텐츠의 연결도 훨씬 분명해진다. 정치는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는 누가 무엇을 문제로 정의하는가, 어떤 감정이 우선권을 얻는가, 무엇이 정상으로 승인되고 무엇이 위협으로 호명되는가를 둘러싼 지속적인 해석의 경합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는 본질적으로 언어와 상징, 감각과 서사, 반복과 라벨링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정책 문서의 원문을 모두 읽고 판단하지 않는다. 먼저 익숙한 프레임을 호출하고, 반복해서 들은 말을 기준 삼으며, 이미 사회적으로 승인된 라벨을 통해 사안을 파악한다(Lakoff, 2004). 결국 정치 역시 해석권력을 둘러싼 경쟁이며, 광고와 마찬가지로 노출 구조와 승인 규칙, 우선순위 질서를 다투는 장이다. 다만 광고가 주로 상품 선택을 겨냥한다면, 정치는 사회적 정당성과 집단적 행동 경로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더 넓고 더 깊을 뿐이다.


콘텐츠 역시 여기서 빠질 수 없다. 콘텐츠는 단순한 오락의 외피가 아니다. 콘텐츠는 스키마를 반복 훈련시키는 생활양식의 장치다. 드라마와 예능, 뉴스와 숏폼, 밈과 캐릭터, 음악과 카피는 모두 무엇이 세련됨이고 무엇이 촌스러움인지, 무엇이 안전이고 무엇이 불안인지, 어떤 삶이 선망의 대상이고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하는지를 일상적으로 라벨링한다. 맥크라켄이 소비재의 의미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문화적 의미의 이동을 통해 구성된다고 말했듯(McCracken, 1986), 상품은 문화적 해석 질서 바깥에서 팔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광고와 콘텐츠는 분리되지 않는다. 광고가 짧은 형식 안에서 감각과 이름을 묶는다면, 콘텐츠는 더 긴 호흡으로 그 감각의 정당성을 생활양식 속에 퍼뜨린다. 여기서 문화와 정치는 직접 연결된다. 사람들은 정치적 사건을 정치 영역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콘텐츠를 통해 무엇이 정상이고, 누가 위협이며, 무엇이 진보이고 퇴행인지에 대한 감각 질서를 먼저 내면화한 뒤, 정치적 사건을 그 질서 위에서 해석한다. 그래서 정치가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콘텐츠와 직접 접속된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구조에 대한 설명이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 인지전 역시 비로소 단순 선전이나 허위정보 유포 차원을 넘어선다. 인지전은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의가 어디에 머무는지, 어떤 자극이 먼저 승인되는지, 어떤 라벨이 장기기억에 고정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이 자동 호출되는지를 둘러싼 과정 전체를 다루는 문제다. 즉 인지전은 의견의 경쟁이기 이전에 해석 환경의 경쟁이고, 메시지의 총량 경쟁이기 이전에 노출 구조와 승인 규칙, 우선순위 질서의 재편이다. 한번 고정된 라벨은 이후 정보를 거꾸로 읽게 만든다. 먼저 형성된 설명, 더 자주 들은 이야기, 더 익숙한 해석이 이후 판단의 기준이 되어 버리는 현상은 사회심리학과 기억 연구에서도 반복해서 지적되어 왔다(Berger & Luckmann, 1966; Fiske & Taylor, 1991). 그래서 인지전은 사실상 장기기억과 해석 습관을 둘러싼 경쟁이며, 광고는 그 축소 모형이다. 상품 광고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정치적 선전과 콘텐츠 브랜딩, 나아가 집단적 해석 경로의 형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광고의 기본 원리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광고는 많이 보이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특정 자극을 특정 스키마와 접속시키고, 그 접속을 감각적 표식으로 반복하며, 장기기억 속에 하나의 안정된 라벨로 고정시켜 훗날 행동의 호출 경로를 선점하는 일이다. 브랜딩은 그 과정에서 흩어진 감각과 정서와 의미를 하나의 이름 아래 묶는 기억의 질서이며, 반복 노출은 그 질서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굳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정치는 이 라벨과 해석이 사회 전체 차원에서 어떻게 승인되고 배치되는가의 문제이며, 콘텐츠는 그것을 생활양식 수준에서 익숙한 것으로 훈련시키는 반복 장치다. 그러므로 광고를 단순한 상업 기술로 보는 것은 얕다. 광고는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 문화적 스키마, 사회적 승인 규칙, 해석권력의 배치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실천이며, 바로 그 점에서 브랜딩과 콘텐츠,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인지전까지 관통하는 출발점이 된다.


요컨대 광고는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이고, 브랜딩은 장식의 문제가 아니라 라벨링의 문제이며, 정치는 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그 라벨과 해석이 사회적으로 배치되고 승인되는 과정의 문제다. 이 점을 보지 못하면 광고를 오래된 물량론으로만 이해하게 되고, 이 점을 붙들면 비로소 왜 반복 노출이 필요하고, 왜 감각적 연상이 필수이며, 왜 콘텐츠가 정치와 맞닿고, 왜 인지전이 결국 기억과 해석 습관을 둘러싼 경쟁인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참고문헌

Aaker, D. A. (1996). Building strong brands. Free Press.

Bartlett, F. C. (1932). Remembering: A study in experimental and social psych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Berger, P. L., & Luckmann, T. (1966). The social construction of reality: A treatise in the sociology of knowledge. Anchor Books.

Fiske, S. T., & Taylor, S. E. (1991). Social cognition (2nd ed.). McGraw-Hill.

Heath, R. (2012). Seducing the subconscious: The psychology of emotional influence in advertising (1st ed.). Wiley-Blackwell.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Keller, K. L. (1993). Conceptualizing, measuring, and managing customer-based brand equity. Journal of Marketing, 57(1), 1–22.

Lakoff, G. (2004). Don’t think of an elephant!: Know your values and frame the debate. Chelsea Green.

McCracken, G. (1986). Culture and consumption: A theoretical account of the structure and movement of the cultural meaning of consumer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3(1), 71–84.

Schacter, D. L. (1996). Searching for memory: The brain, the mind, and the past. Basic Books.

Zajonc, R. B. (1968). Attitudinal effects of mere expos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Pt. 2),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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