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임산부세요..?
뱃속에 있는 생명을 확인한 지 어언 3개월이 되어간다. 매일 불안에 떨며 맘카페를 들락거리고, 조금의 증상이라도 있으면 어쩔 줄을 몰라하던 임신 초기를 보내고 이제 제법 임산부 같은 임신 중기의 내 몸뚱아리:) 진짜 고생 많았다.
먹덧, 입덧, 토덧으로 인해 매일 울고, 눕고, 먹고, 자던 생활에서 이제는 사람답게 카페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고기와 김치도 먹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임신이라는 큰 산 앞에서도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출근..!! 임신 초기인 12주까지는 단축근무를 할 수 있지만 한 번도 제시간에 퇴근한 적 없었고, 병원 가는 날이 아닌 이상은 연차를 써본 적이 없다. 매일 출퇴근길을 겪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한 문장.
“임산부석은 진짜 임산부를 위한 자리인가?“
보건소에서 임산부 뱃지를 받은 6주차부터 호기롭게 가방에 뱃지를 달았지만..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아 계속 숨겨다닌 7주차. 임산부석에 누가 앉아 있으면 멀찌감히 서있다가 자리가 나면 뱃지를 꺼내보던 8주차.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아있으면 뱃지가 보이게 가방을 들어 “저 임산부예요”를 마음속으로 외치던 10주차..를 지나 15주차인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에 감탄 아니, 한탄을 하곤 한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눈을 꼭 감고 있는 아주머니, 이어폰 끼고 유튜브 보시는 아저씨, 화장하는 젊은 여자, 공부하는 대학생까지.. 인류애 바사삭 흥칫뿡이다! 너무도 촌스러운 꽃분홍색 뱃지를 달고 매일 아침 그들을 째려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하…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황급히 일어나거나 임산부석이 아닌 좌석에 앉아있던 분에게 자리 양보를 받기도 한다.
아직 세상은 살만한 거 맞죠..?
임산부석 첫 도입부터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출산 국가로서 이제는 전 국민이 임산부 뱃속의 태아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초보 임산부의 지하철 유랑기]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