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수와 띄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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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작사 입문 DIY> 첫 시간이에요 :)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아이디어, 톤, 말투 등 가사를 쓸 때 중요한 요소들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 오늘은 기본 중에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글자 수 세기'와 '띄어쓰기'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를 가지고 글자 수 세기와 띄어쓰기가 '왜' 중요한 지 먼저 짚어보고(Part 1), 저의 경험-연습 방법(Part2)을 나눠볼게요.
Part 1.
하나.
글자 수 세기
영어 동요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부르며 가사의 글자 수를 세어볼까요?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몇 글자로 세어졌나요?
트윙클 트윙클 리를 스타
하우 아이 원더 왓 츄 얼
첫 줄에 10자, 둘째 줄에 9자로 세어졌나요?
그렇다면 이 글자 수에 맞춰서 제가 한국어로 가사를 새로 써볼게요. 다시 한번 불러주세요.
밤하늘 빛나는 작은 별아
어쩜 그리 아름다운가
불리기는 하나,
트윙~클
트윙~클
리~를 스타~
가 가지고 있던 리듬이 깨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뚝뚝뚝 끊겨서 불리죠?
이제 우리가 잘 아는, 한국어로 번역된 버전 <작은 별>을 불러볼까요?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당연히) 매끄럽게 불리죠?
몇 글자로 쓰였나요?
첫 줄에 7자, 둘째 줄에 7가 들어갔죠.
<Twinkle Twinkle Little Star>로 다시 돌아가볼게요.
Twin/kle/Twin/kle/li/ttle/star
(트윙)(클)(트윙)(클)(리)(를)(스타)
How/I/won/der/what/you/are
(하우)(아이)(원)(더)(왓)(츄)(얼)
한국어는 자음에 모음을 짝지어 줘야 하죠. 'ㅌ윙클'이라고 쓰지 않아요. 그래서 'twinkle' 자리를 [트/윙/클] 3음절 자리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twin'의 t 사운드는 모음을 가지고 있지 않고, 따라서 소리 자리 하나를 온전하게 차지하지 않아요. t가 'win'에 붙어서 나기에, '트윙'은 한 칸에 들어가는 소리인 거예요.
데모 음원이 대부분 영어로 녹음되어 있어서,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예로 들어 설명했어요. 이 부분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연습을 통해서 빠르게 감을 잡고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영역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여기서 멈칫하지 마세요! 지금은 '원리가 이렇구나~'만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위의 예시를 통해 확인했듯이, 노래에 맞는 가사=노래대로 잘 불리는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멜로디가 내어주는 '칸 수'를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칸 수'를 잘 세는 것만큼,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어요.
둘.
띄어쓰기
여러분 혹시 작년에 유행했던 "띄어쓰기의 중요성" 밈을 아시나요?
바래? 다 줄게.
바래다줄게.
언제나 사랑해.
언제 나 사랑해?
사랑해. 보고 싶어.
사랑, 해보고 싶어.
같은 글자 수인데, 어디서 말을 끊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완전히 다르죠? 가사를 쓸 때도 띄어쓰기가 정말 중요합니다. 멜로디가 내어주는 칸에 알맞게 가사가 착! 들어가 줘야 하거든요.
ㅁㅁㅁㅁㅁ
글자 수를 세는 건, '이 구간에 다섯 글자가 들어가는구나.'를 확인하는 거예요.
ㅁㅁㅁ ㅁㅁ
글자 사이를 띄는 건, '이 구간은 3음절과 2음절로 구성되어 있구나.'를 파악하는 거예요.
띄어쓰기된 걸 보면, 세 칸과 두 칸이죠. 여기서 '네가 원한다면 다 줄 수 있어.'라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바, 래, 다, 줄, 게] 다섯 글자를 넣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바라'가 맞는 말이지만요.)
바래다/줄게
'바래? 다 줄게.'는 어디 가고 없고, 그냥 집 바래다주겠다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어요.
멜로디가 해놓은 띄어쓰기를 준수하지 않으면 이처럼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가사가 노래에 그리고 입에 전-혀 붙지 않는 아주 중대한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 동요 <뽀뽀뽀> 같이 흥얼거려 볼까요?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줄 때 뽀뽀뽀
첫 줄에 10자, 둘째 줄에 10자네요.
글자 수 맞춰서 가사를 새로 써볼게요.
같은 멜로디에 아래의 가사로 불러볼까요?
운동장에 둥근 해가 쨍쨍
점심시간이다 달려 쌩쌩
어때요? 입에 안 붙죠. 부르기 매우 불편해요. 당연히 듣기에도 무척 이상합니다. 걸음걸이로 치면, 어그적 어그적 걷는 것 같아요. 이것이 띄어쓰기의 중요성이에요.
ㅁㅁㅁ ㅁㅁㅁㅁ ㅁㅁㅁ
ㅁㅁㅁ ㅁㅁㅁㅁ ㅁㅁㅁ
그냥 열 글자만 채우면 되는 게 아니라, 멜로디가 열 칸을 배열해 놓은 것(세 칸/네 칸/세 칸)에 맞게 넣어줘야 하는 거예요.
창문에 여름해가 쨍쨍쨍
딩동댕 축구하러 쌩쌩쌩
칸 수에 맞추니 노랫말이 멜로디에 잘 붙고, 자연스럽게 불리죠?
이처럼 멜로디가 제공한 칸이 몇 개인지와 더불어, 몇 칸씩 묶여있는지도 파악해서 가사를 써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띄어쓰기 기본 이론입니다. 이 지점에서 짚고 가야 할 게 있어요. 동요는 리듬이 단조롭죠. 그래서 띄어쓰기를 유념하지 않고 가사를 쓰면, 그 티가 많이 납니다. 굉장히 어색해요. 그런데 가요는 리듬이 다채롭습니다. 그리고 정박을 고수하기보다는 변형을 주거나 끌어오고 밀어내며 곡의 맛을 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듣는 음원은 박자를 어떻게 타는지(어디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에 따라), 숨을 어디서 쉬는지 등 가창자의 창법이나 제작자의 디렉팅 등 여러 요소가 한 데 모인 결과물이에요.
그래서 가요를 들으며 작사 공부를 하시다 보면, 이 띄어쓰기 기본 이론에서 벗어나는 경우-매력적인 '허용'을 종종 만나실 거예요. 한 음절을 흘려버리기도 하고(칸 부여 X), 한 단어가 두 구간에 쪼개져 들어가기도 하고요. 이제 글자 수 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건데, 가요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서 연습에 들어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본을 알고 가되, 기본에 늘 충실하되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설명을 덧붙였어요. 창작은 공식대로만 하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이론을 통해 기본을 익히고 연습을 통해 발매된 음원 속의 여러 매력적인 '허용'들을 발견하며, 기본 실력과 감 모두 무럭무럭 키우시길 바라요!
Part 2.
연습 하나.
'글자 수 세기' 연습하는 법
(띄어진 곳 느끼는 법)
저는 글자 수 세는 연습을 할 때 Korean ver. 그리고 English ver. 둘 다 발매된 곡을 사용했어요.
1) English ver. 음원을 들으며 글자 수를 딴다.
2) Korean ver. 음원을 들으며+가사지를 확인하며 내가 딴 글자 수가 맞는지 확인한다.
한국어 음원이 '글자 수 답지'가 되어주는 거죠. 내가 센 글자 수와 한국어 음원의 가사지를 비교/대조해 보며 연습을 하는 거예요. 틀린 부분을 찾아서
나는 다섯 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사지에는 네 칸이네. 왜 그렇게 들렸을까.
고민하고, 음원을 또 들어보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겁니다. 잘 모르겠는 부분은 저배속을 하여 천천히 들어보세요. 해답이 되어줄 거예요.
이렇게 글자 수 따는 연습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띄어 쓰인 부분이 자연스레 짚어져요. '쉼' 또는 '공간'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글 말미에 띄어쓰기 관련 팁을 적어놓았어요.)
여기 세 칸, 쉬고 다음에 네 칸
이렇게 어느 순간 손이 쫙 쫙 쫙 나가는 순간이 와요. Trust me!
칸과 띄어쓰기 표기는 밑줄, 기호, 숫자 등 편하다고 느껴지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English ver.과 Korean ver. 둘 다 있는 발매 음원을 찾는 법도 궁금하실 텐데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검색창에 'English ver.'이라고 치면 정말 많은 English ver.의 음원이 나옵니다. 가창자가 한국 아티스트이고 'English ver.'이 곡제목에 붙어있는 음원의 경우 99% 한국어 음원도 있어요. 요즘은 English ver. 음원 발매율이 무척 높아서 연습할 수 있는 곡이 많아 좋은 것 같아요. 이 방법을 우선으로 연습을 하시면, 글자 수 따는 감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한국어 음원 글자 수를 세는 건 이 단계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요. 그건 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아요. 훗날 작업하시게 될 데모 음원이 대부분 영어로 녹음되어 있기에, 영어 곡의 칸 수를 정확하게 셀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까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예로 말씀드렸던 영어 발음 특성을 염두에 두고 글자 수 따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를 익혀두는 건 나중에 '가사를 쓰는 일'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되어요.
연습 둘.
정확한 글자 수 답지를 얻는 법
1) 한국어 음원에도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는 경우 (답지가 없는 경우)
2) 좋아하는 노래로 연습을 하고 싶은데, 영어 버전이 없는 곡인 경우 (답지만 있는 경우)
3) 팝송인 경우 (답지가 없는 경우)
4)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글자 수가 파악이 안 되는 경우
연습을 하다 보면 이처럼 글자 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독학의 제일 힘든 점이, 막힌 순간에 물어볼 데가 없다는 거거든요. 저는 그럴 때 그 곡의 피아노 악보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음의 음표가 몇 글자를 가지는지 악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저의 케이스를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아도라(ADORA)님의 n번째 우주(웹툰 '내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OST)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그 곡을 무척 좋아해서 수백 번을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가사의 첫 행에 '소리가 닿았다면'에서 '닿았'이 한 칸인지, 두 칸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한국어 곡인데도요.
- '닿'에 '았'이 빠르게 붙어 불린 건가? 비슷하게 조음 되어 한 칸에 두 글자가 허용된 건가? /닿았/다/면 (세 칸)
- '닿' 한 칸과 '았' 한 칸이 가깝게 붙어 있는 건가? /닿/았/다/면 (네 칸)
듣고 또 들어봐도, 불러봐도 영 헷갈렸어요. 악보를 구매해 보니, 16분 음표 두 개에 '닿'과 '았'이 하나씩 들어가 있더라고요. 답은 후자 YES.
이게 왜 중요할까요? 왜 이렇게 꼼꼼히 짚어 연습해야 할까요? 그래야 가사를 '쓸 수' 있거든요.
음원이 내어주는 글자 칸 수를 파악하는 건, 용량과 재료를 확인하는 것과 같아요. 몇 글자 쓸 수 있는지에 따라 거기에 담을 수 있는 말투나 뉘앙스, 넣을 수 있는 단어 등이 정해지니까요. '닿으면'은 '닿았다면'의 가정성과 비현실성을 표현해주지 못하죠! 그래서 세 칸인지, 네 칸인지는 작가에게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악보 이야기로 돌아와서, 악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악보는 채보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 곡을 만든 분께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한 답을 얻는 방법이지만, 그럴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파고들어 답을 찾아보는 거죠! 저는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로 쳐버릇하다 이 팁을 얻게 되었어요.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요 악보들은 저작권 협회와 '이용 허락 계약'이 맺어져 있어요. 채보된 악보라고 해서 불법 제작/판매되는 것은 아니고, 협회의 모니터링과 관리 아래 유통되고 있는 것이니 안심하고 구매하셔서 연습할 때 도움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이 많이 길었죠. 여기까지 닿으신 분들께 무한 칭찬을 드립니다.
글자 수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인데 말로, 글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참 많아서, 글을 붙잡고 있었던 지난 1주일 동안 여러 문장들을 쓰고 지웠어요. 긴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한 이 글이 제가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하는 부분들을 잘 전달해 주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주 토요일에 만나기 전까지 연습해보셨으면 하는 걸 적어드릴게요.
Your Mission: 영어 가사 곡 하나 정해서, 가사지 위에 글자 수와 띄어쓰기 표시해 보기.
이처럼 딱 한 곡만! 해보세요.
욕심을 가져서 여러 곡 연습하시는 건 좋지만, 부담을 가지진 않으셨으면 해요. 한 주 동안 좋아하는 한 곡으로 연습!
어디를 띄어야 하는지 헷갈릴 땐, 그러니까 몇 칸 다음에 띄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땐 자기가 딴 글자 수와 같은 글자 수를 가진 단어를 넣어서 불러보세요. 그 단어가 딱 들어가고, 노래에 잘 붙어 불러지면 글자 수를 맞게 딴 거예요. 저는 주로 채소나 과일, 음식 이름을 넣어서 불러봐요.
맨 마지막 줄에 'It's you' 2음절이어서 두 칸일 것 같죠? '오이' 넣어서 불러보세요. '오이이' 이렇게 되어요. '청경채' 넣어서 불러도 잘 붙어요. 원곡처럼 마지막 음절을 늘려서 2음절 단어를 사용해도 되지만, 3음절 단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인 거죠.
셋째 줄 '너무 궁금해'같은 경우는, 다섯 글자 자리로 봐도 무방해요. '오이 청경채'로도 잘 불리고, '청경채 오이'로도 잘 불리고, '아메리카노'로도 잘 불려요.
이렇게 한 곡 연습하실 수 있겠죠?
제 글을 오래 보신 구독자님들은 잘 아실 텐데, 저 되게 소심하고 겁쟁이거든요? 우주 제일이에요. 진짜 저 따라올 사람 없어요. 그런데, '작사'가 하고 싶어서 그간 많은 도전을 하며 제가 느낀 게 있어요.
앞이 보이거나 말거나 눈 딱 감고, '으아- 몰라!' 하고 덤비고 보면 필요한 게 마련되더라고요. 진짜 매번 그랬어요. 마음가짐, 의욕, 열정, 영감, 방법, 가닥, 준비물, 계기, 기회, 도움 등 '준비'에 필요한 것 다요. 그러니까 '준비'가 다 될 때를 기다리지 마시고 일단 움직여 보세요. 그러면 필요한 것들이 채워질 거예요.
저랑 같이 한 발자국만 내디뎌 봅시다! 아자!
다음 주 토요일에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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