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단어장은 언제 열릴까?

나만의 작사 데이터 만들기 1: 단어 편

by 작사가 신효인


https://brunch.co.kr/@shinhyoin/111


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에 꽃비가 예쁘게 내리더라고요. 이번 봄은 유독 짧게 느껴지네요.


<작사 입문 DIY>

두 번째 시간입니다 :)


https://www.saladentrepo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7


저의 인터뷰를 보신 분께서 인스타그램 DM을 주셨어요.


글자 수 별로 단어집을 만드셨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ㄱ-ㅎ 자음 순서대로 목차를 만들고, 거기서 글자 수 분류를 하신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을 오늘 글에 보다 자세히 담아보려고 합니다.




단어장을 만들게 된 계기는 '밀려난 것들에 대한 아까운 마음'이었어요. 최종 시안이 나오기까지 많은 단어들이 흰 페이지 위에 오르고 내려요. 작업하는 동안 조약돌을 고르듯 손 끝으로 한 자, 한 자 매만져서 그런지 시안에 들지 못한 단어들을 흘려보내질 못했어요. 애틋한 마음에 '다음에 또 보자!' 하고 그들을 한 데 모았던 게 '단어장'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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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 별로 단어를 담았어요.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는 등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리를 하지는 않았고, 한 곡 작업을 마칠 때마다 하단에 단어를 추가하는 방식이었어요. (소리가 비슷한 단어들이 눈에 띄면 별도의 텍스트 박스에 묶어두기는 했어요.)


저는 PPT를 인덱스 카드처럼 사용했어요. 음절 수를 나타내는 숫자를 슬라이드 한 장에 입력해서 구분 페이지를 만들고, 그다음 슬라이드에 단어들을 넣었어요. 공간이 다 차면, 슬라이드를 추가하며 계속 데이터를 늘려갔죠.


예시 사진


워드에 표로 입력하셔도 되고, 엑셀로 정리하셔도 돼요. 핸드폰 메모장에 적으셔도 좋고, 노트에 수기로 하셔도 좋아요. 자신에게 편한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저는 편집하고 열람하기에,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 PPT가 좋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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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다 보면, 막힘없이 손이 쭉- 쭉- 나가며 가사가 써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스케이트 날을 힘차게 밀어서,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빠르게 내달리는 느낌이 들어요.


반면, 고심하며 고른 조각들이 모여 한 편이 완성될 때가 있어요. 이때는 운동화를 신고서 멜로디를 꼭- 꼭- 밟아가는 느낌이에요. 한 자리에 서서 여기에 뭐가 가장 어울릴까 고민하며 주머니를 뒤져보고, 꺼낸 걸 그 자리에 대보고, 아니다 싶으면 주머니를 다시 뒤져 다른 걸 찾아보고, 고르고 고른 걸로 흥얼거려 보고, 잘 붙나-안 떨어지나 발을 굴려보기도 해요. 그렇게 한 자리, 그다음 자리를 채워나가요.


'이번 곡은 이렇게 작업하겠다' 하고 두 유형 중에 제가 선택을 해서 작업을 하는 건 아니에요. 보통 첫 행을 쓸 때 결정이 되는 것 같아요. 두 유형 모두 재미있어요. 각각 매력 포인트가 있거든요. 전자는 속도감에서 오는 쾌감이 있고, 후자는 아기자기하게 작업하는 맛이 있어요. 곡과 호흡하는 방식이 다르달까요.


'단어장'은 후자의 스타일로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동행친구' 역할을 해요. 비유를 마저 하자면, 목적지까지 같이 걸어주는 '강아지' 같아요. 주머니 내용물을 나눠 들어주고, 한 자리에 오래 서있는 제게 '이건 어때?!' 하고 무언가 가져다줘요. '의지할 수 있는 곳'으로써 존재 자체로 힘이 되어요. 과정에서 외롭거나, 지치거나,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버팀목!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 3시간 자던 시절이 있었어요. 잠이 부족하고 체력이 부치니까 이따금씩 머리가 안 굴러가더라고요. 단어가 안 떠오르거나, 앞뒤로 잘 썼는데 그 사이 딱 한 줄이 안 써지거나, 행의 서두와 말미를 잘 채워놓고 그 사이 몇 칸이 도저히 안 써져서 하염없이 붙들고 있기도 했어요. 그때 이 단어장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요. 영감이나 아이디어도 보태주고, 필요한 음절 수를 가진 단어나 구절도 상기시켜 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작업이 능히 되지 않고 벅찬 순간에 '단어장'이 굉장히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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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장을 만드는 건 첫 시간에 다룬 <글자 수 세기>처럼 필수 사항은 아니에요. 단어장이 없어도 가사 쓰는 일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아까운 마음에 단어를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는데, 계속 채우다 보니 '단어장'이라는 자료가 되었어요. 이를 작사 작업에 활용하면서 느꼈던 이점을 <작사 입문 DIY>에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입문 과정에서 만들어두면 좋아서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단어장을 쓰기만 하고, 채우지는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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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Mission: 한 주 동안 만난 단어들 기록하기


대단한 단어장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 번 해보지 뭐.'하고 가볍게 해 보시면 좋겠어요. '발판 만들기'면 충분합니다.


'의무감' 보다는 좋아하는 단어, 맘에 드는 단어, 욕심나는 단어에 대한 애정으로 부담 없이 조금씩 채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 다음 토요일에 뵈어요!




* AI 학습 데이터로 글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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