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규칙! 공주답게 난 말할 거야

가사 속 화자 설정

by 작사가 신효인


https://brunch.co.kr/@shinhyoin/111


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


초여름에 성큼 들어섰네요.

오늘은 <작사 입문 DIY> 일곱 번째 시간이에요!


1. 나 너 좋아해.
2. 걔가 너 좋아한대.


여러분, 두 문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화자’(話者, speaker)"가 다릅니다.

A가 제가 좋대요. 1번은 A가 제게 직접 말해준 거고, 2번은 안 친한 사람이 그 사실을 제게 전해준 거예요.

1번을 들은 저의 표정기분, 그리고 답변은 2번을 들었을 때와 같을까요? 제게 1번 메세지의 크기와 무게는 2번과 같을까요? 완전히 다르겠죠?!

이처럼 '누가' 메세지를 전하느냐는 듣는 이의 '수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예요. 발신자에 따라 수신자의 메세지 해석과 반응은 달라지고, 그의 메세지 전달 방식(단어 선택, 말투, 전달 수단 등)은 상황 전개나 분위기 형성, 수신자의 감정에 관여하죠.


그래서 가사를 쓸 때도 '화자 설정'이 중요해요. 청자의 '몰입'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제가 쓴 예시 가사들로 설명을 마저 이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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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하나.

황혼까지 함께 해주오.

20대 초반의 가창자가 이 가사를 부르면 어떨까요? 말투와 단어 선택이 예상과는 크게 어긋나죠. 발성이나 앳된 목소리와도 가사가 어울리지 않을 거고요. 무대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청자는 물음표에 갇혀서 몰입의 'ㅁ'자 근처도 갈 수 없을 거예요. 반면, 김연자 선생님께서 부르시면 어떨까요? 가창자와 가사가 잘 어울리죠.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인생의 여러 고비를 함께 넘긴 관계의 애틋함이 잘 느껴질 것 같아요.


예시 둘.

가늠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시간에도
Hold my hands tight
마지막 모래알까지

이 가사를 아까 그 20대 초반의 가창자가 부르면 어떨까요? 그 나이에 맞는 톤이라 발화가 편하게 들릴 것 같아요. 그리고 먼 미래까지 꿈꾸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앳된 청년의 순수한 사랑과 그 형태가 잘 느껴지죠.

이를 통해서 가창자의 나이에 따라 메세지를 달리 풀어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몰입'을 위해서는 김연자 선생님께서 부르실 노래에 이팔청춘 톤의 가사를 입혀서도, 20대가 부를 노래를 인생 산전수전 다 겪은 말투로 써서도 안 되겠죠?


예시 셋.

그따위 것 신경 쓰지 않아.

여리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드라마 주인공이에요. 그가 주변 시선을 떨쳐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신에 들어갈 OST 가사를 의뢰받았어요. 당찬 태도를 담겠다고 해서 저렇게 호전적인 태도의 가사를 쓰면 어떨까요? 단어와 말투 선택이 적절하지 않죠? 갑자기 너무 화끈해졌어요. 주인공답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몰입이 되기는커녕,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것보다는 '또 깨져도 난 덤빌 테니까'라는 가사가 주인공 모습에 잘 입혀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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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사에서 비치는 화자의 나이, 성격, 어투 등 많은 것이 청자의 '몰입'에 영향을 미쳐요. 그렇기 때문에 가사를 쓸 때는

화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할 수 있는가

를 바로 세워놓고 출발해야 합니다.


특히, 가사 속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화자'는 노래를 부르는 '가창자'와 동일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해요. 가사 속 화자가 가창자에 잘 맞게 설정되면, 가창자는 곡 안의 캐릭터에 쉬이 몰입을 할 수 있어요. 이는 청자의 몰입을 또 이끌어내죠. 가창자는 발신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로, 청자는 수신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로 여기게 되는 거예요. '화자 설정'은 이토록 중요한 작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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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사가 지망생 시절, 개사를 통해서 화자 설정 연습을 했어요.

제가 당시에 Crush님의 곡 <나빠(NAPPA)> 를 정말 좋아했어요. 듣고 또 들으며 노트에 가사를 여러 번 썼죠. 서운해하는 애인을 향한 화자의 심정이 가사에 솔직하게 담겨 있어요. 이해와 반성, 투정 다 들어있는 내용이 너무 좋더라고요. 쓰면서 가사가-화자가 귀엽다고 느껴졌어요. 필사를 하다가, 수신자=서운해하는 애인 쪽에 과몰입해버린 저는ㅋ_ㅋ 답가가 쓰고 싶어졌어요. 맞서서 투정을 부리지만, '귀여워..ㅋㅋ 바쁜 거 이해해. 사랑해!'가 비치는 가사를 쓰고자 했었죠.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까 노트가 아직 있더라고요!


(으핳. 과거의 노트를 보여드리는 건 늘 부끄..ㅎ_ㅎ) 제 노트 일부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연습하셔야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연습 시작이 막막하신 분을 위해 첨부합니다 :)


글자수 따는 연습을 할 때는 한국곡 개사하는 걸 추천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작사 입문 7주 차이니, 이제 잘 아시죠?!ㅎㅎ) 그런데 '화자 설정' 연습할 때는 한국곡을 개사해도 괜찮아요. 화자를 새로이 설정해서, 그 캐릭터와 상황에 맞게 메세지를 풀어내는 걸 연습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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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Mission: 좋아하는 곡을 개사해서 답가 써보기


곡을 하나 고르고, 그 곡에 새로운 화자를 설정해서 답가를 써보세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있으시다면, 10cm <Pet>이라는 곡에 주인의 마음을 담아 개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좋아하는 가수의 팬송에 팬심을 담아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답가를 쓰셔도 좋고요! 팝송에 이 연습을 하면 글자수 따기도 익힐 수 있고요.


답가 쓰는 연습을 하면, 발신자 시선과 수신자 시선을 모두 따라가 볼 수 있어요. 이 연습은 나중에 입체적으로 상황을 그려보고, 특정 인물의 관점으로 가사를 쓰는 데에 보탬이 되어요.



이제 가사 쓸 준비가 되셨군요!



글자수 셀 줄 알고, 단어장과 글감도 있고, 영감도 가졌고, 노래 구성도 볼 수 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가사를 써볼 차례죠! 그래서 가사 쓰기의 첫걸음인 '화자 설정'을 <작사 입문 DIY>의 마지막 글로 준비했습니다. 중요한 부분이기에 고심하며 글을 썼어요. 필요하신 분께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기쁩니다 :)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작사 입문 DIY> 과정이 끝났습니다!


두 달간 정말 수고하셨어요.

과정을 마치신 분께 박수와 포옹을 보내드려요! (짝짝짝)(꼬-옥)


작사 학원을 다닐 형편 혹은 여건이 안 되는 그의 이야기.
작사를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이야기.
혼자서 작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이야기.
남의 시선 때문에 무언가 해보기가 어렵다는 그의 이야기.

작사가를 꿈꾸는 분들의 사연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어요.


- 흰 도화지 위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담자.
- 작사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누구나 가볍게 해 볼 수 있는 내용들로 채우자.
- 방에서 혼자 얼마든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담자.
- 작사 학원을 등록하기 전에, 기회비용을 포함한 큰 지출을 하기 전에 '작사'를 맛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자.
- 작사에 도전해 볼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들자.

프로젝트 기획 의도에 충실하여 두 달간 열심히 글을 준비했어요. 이 프로젝트가 여러분이 작사 첫 단계에 발을 딛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제 글을 가이드 삼아 반복해서 연습하시다 보면, 감이 오고 자신만의 작업 방식도 생기실 거예요! 시작을 응원합니다ㅎㅎ


저에게도 <작사 입문 DIY>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이 프로젝트 덕분에 늘 넘지 못하고 도망쳤었던 '작사 수업 시작점'을 드디어 넘어섰어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같이 노래를 들으며 설명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혹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은 오프라인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오프라인 수업.. 차원이 다를 텐데.. 해낼 수 있을까? 망치면 어떡하지?' 하는 익숙한 두려움도 피어났답니다 헿. 두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멋지게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려고요! :)


그리고 <작사 입문 DIY> 글을 쓰는 내내 '난 역시 노래가, 작사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과 같이 저도 작사 단계 하나하나 꼼꼼히 밟았잖아요. 그러면서 행복했어요. 재밌어서요! '아, 맞아. 이런 게 좋아서 내가 작사를 너무 하고 싶어 했었지'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작사하고 싶어요. 그래서 기회를 더 열심히 구하고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작년 마지막 글에 썼다시피 '1년만 더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해야 할까' 하고 고민했었거든요. 안 되겠어요. 아직 포기 못하겠어요 ㅎ_ㅎ


두 달이 정말 빨리 갔어요. 글을 발행하고 나면, 바로 다음 원고를 한 주 동안 준비했거든요. 일주일이 후딱! 후딱! 지나갔어요. 그런데 이렇게 글을 마치며 8주를 되돌아보니, 꽤 긴 시간이 흐른 게 느껴져요. 어느새 계절과 옷차림이 바뀌었네요.


연재 기간 동안 체력적으로 힘든 때도 있었고, 글이 잘 안 나와서 몇 시간이고 붙들고 있는 동안 '놀고 싶다-쉬고 싶다-자고 싶다'는 생각과 싸운 날도 있었어요. 제가 그 순간에 노트북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연재 펑크를 내지 않았던 건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이었어요. 두 달간 함께 달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댓글과 말없이 남겨주시는 좋아요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저를 계속 작가로 숨 쉬게 해주셔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셔서,

그리고 약속한 걸 지키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새로운 글로 또 찾아올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작사가 신효인 드림




* AI 학습 데이터로 글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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