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을 잃고 내가 얻은 것은

필사의 힘

by 작사가 신효인


https://brunch.co.kr/@shinhyoin/111


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


<작사 입문 DIY> 일곱 번째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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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여러 번 적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어요.


보고 싶은 마음이 절 집어삼킬 것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리운 감정이 닳길 바라며 종이에 그 사람 이름을 적고 또 적었죠. 하지만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이름을 되뇔 때마다 되려 감정은 더 진해졌고 그에 대한 생각은 팽창하더라고요.


연애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 오늘은 '필사'의 효과에 대해 다룰 거예요.


저는 예전부터 책 글귀, 누군가 해준 말 등 마음에 든 것을 쓰는 걸 좋아했어요. 꽂히면 한 번으로는 절대 족하지 못하는 제 성미에 '쓰기'는 딱이었거든요.


생각하면서 한 번
손으로 쓰면서 한 번
쓴 글자를 눈으로 읽으면서 한 번
동시에 입으로 읊으면서 한 번


한 번 쓰는 동안 최소 네 번은 음미할 수 있어서 저는 쓰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적을 때 드는 선명해지는 기분도, 물 수제비 떠지듯이 생각이 퐁당퐁당 번져나가는 것도 좋았고요.


애정하는 노랫말도 적고 또 적었죠. 어렸을 때 형성된 쓰는 버릇이 천천히 저를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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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필사'의 이점 하나.

어휘 주머니가 뚱뚱해진다.


필사를 하면 여러 단어와 표현을 접하는 걸 넘어서, '습득'을 할 수 있어요. 팔 근육을 움직여 종이에 적는 과정에서 '체화'가 일어나거든요. 눈으로 훑는 것보다 어휘가 더 오래, 깊이 머릿속에 남죠. 그게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이 많아져요. 이건 단순히 '내가 쓸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해진다' 그 이상의 이점이에요. 이 일은 '창작의 고통과 마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사 속 이 자리에 들어가기에 적합한 뜻과 글자 수, 좋은 소리를 가진 단어를 내 안에서 톡 꺼내 쓸 수 있는 것과 아닌 건 능률 면에서 천지 차이예요. '쓰기'를 통해 야무지게 내재화해 놓은 어휘들이 나중에 작가님의 좋은 가사와 잠잘 시간, 다음 시안 작업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만들어줄 거예요. 정말로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

'잘 전달되게 쓰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지만, 두서없이 날 것으로 드러내면 소통이나 공감대신 거부감과 단절이 생길 수 있어요. 상대와 통하기 위해서는 말에 적절한 어휘가 쓰이고 납득이 되는 흐름이 있어야 하며, 마땅한 비언어적인 요소(어투, 목소리 톤, 숨 등)가 그 사이 잘 섞여야 해요. 이를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죠.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화자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잘 전달하고 싶다면, 잘 전달이 된다고 느껴지는 기발매곡 가사를 따라 써보세요.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어떤 순서로 말하는지, 어떤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는지 등을 필사를 통해서 익힐 수 있어요.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며 '잘 전달되게 쓰는 능력'이 점차 생긴답니다. 문장력이 늘어요.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을 배우는 것처럼요!


왜 써봐야 할까요?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들은 내용은 흘러가기 쉬워요. 필사의 의의는 '해본다'에 있거든요. 손을 움직여 쓰면 '내가 해본 것'으로 저장되고, 나중에는 그게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

리듬감을 알아챌 수 있다.


들었을 때 운율이 바로 명백하게 느껴지는 곡이 있어요. 반면, 가사지를 보고서 '아, 이래서 귀에 착착 감겼구나.' 하고 운율을 알아차리게 되는 곡이 있어요. 후자는 가사를 직접 써보면 리듬감이 더 잘 느껴져요. 같은 모음, 닮은 소리를 손이 쓰고 있거든요! 적으면서 운율 인지가 되어요. 대놓지 않은, 은근하게 심어진 리듬을 발견하는 게 진짜 재밌어요. 이 가사가, 이 노래가 맘에 든 이유를 찾았다는 쾌감이 있답니다. 좋아하는 곡 뜯고 찢고 냠냠 즐기기 ㅋ_ㅋ


그리고 필사를 하면 어디를 잇고 어디를 끊어서 리듬이 만들어지는 지도 배울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엇. 여기는 칸 수가 3 1 2 3.

1과 2 사이의 공백이 확실한데 1과 2를 묶어서 3음절 단어를 넣었으셨네.

오.. 그러네. 3 1 2 3 맞춰서 채웠으면 너무 정직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 1과 2를 묶으니까 세 글자 중 첫소리가 강조되면서 리듬감이 생기는구나.


이런 걸 알아차려요. 재밌죠?! 직접 해보시면 진짜 더 더 더 재밌으실 거예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

곡의 감정과 메세지를 깊이 느낄 수 있다.


필사를 하면 이 가사를 부르는 화자, 이 가사를 쓴 작가가 되어볼 수 있어요. 편지 형식으로 헤어짐을 고하는 가사를 옮겨 적으면, 실제로 헤어지는 중인 기분이 들어요. 정말로 제가 그 편지를 쓰는 듯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사를 옮겨 적으면, 다짐과 주문을 일기장에 적는 듯해서 진짜 제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라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꿈을 이루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답니다.


손으로 쓰는 작업이 더 큰 몰입을 불러와, 곡의 감정과 메세지를 깊이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몰입해 본 경험은 간접경험치를 올려주고, 글의 재료가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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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일을 하면서 체감 했던 필사의 이점들을 적어보았어요.


오케이. 필사의 이점 알겠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싶으실 것 같아요. 특별한 양식이 있지는 않아요.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적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에요. 그렇지만 참고할 샘플이 있으면 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의 필사물울 가져와봤습니다.


저의 필사 노트 중 하나에요. 훗날 이렇게 보일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글씨를 예쁘게 썼을 텐데.. 으하핳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첨부해봅니다.. ㅎ_ㅎ)


애정하는 가사를 여러 번 쓰고 또 쓰고, 이것저것 끄적끄적


흐름과 단어, 운율을 체크한 게 눈에 띄네요. 여러분도 저처럼 좋아하는 곡의 가사를 종이에 손글씨로 적으시고, 낱낱이 파고들어 마음껏 음미해 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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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필사할 때 쓰기 좋은 공책 하나 추천 드릴게요! 'B4 사이즈 수학 노트'가 있어요. 내지가 두 단으로 나뉘어 있어서 가사 쓰기에 무척 적합해요. 가사를 두 단으로 나눠 한 페이지에 담기에도 좋고, 왼쪽 단에는 가사를 쓰고 오른쪽 단에는 가사 분석 내용이나 느낀 점 등을 쓰기에도 좋아요.


이런 노트에요!


Your Mission: 아래 중 하나 골라서 하기


- 박원 <노력> 가사를 적으며 화자의 심경에 몰입해 보고, 작가가 심경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짚어보기.

- 아이유 <시간의 바깥> 가사를 적으며 운율 느껴보기.

- 10cm <Where Is Dream> 가사를 적으며 운율 찾아보기.

- 플레이브 <여섯 번째 여름> or 10cm <너에게 닿기를> 가사를 적으며 어디가 이어지고, 어디가 끊어져 리듬감이 만들어지는지 느껴보기.


한 주 동안 이 중에 하나를 꼭 해서, 필사의 매력과 효과를 꼭 경험해 보시길 바라요!


오늘은 저의 필사 경험과 필사를 하며 얻은 것들을 나눠보았어요.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척 기쁩니다!


여기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뵐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AI 학습 데이터로 글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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