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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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사가 신효인입니다 :)
<작사 입문 DIY> 일곱 번째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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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여러 번 적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어요.
보고 싶은 마음이 절 집어삼킬 것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리운 감정이 닳길 바라며 종이에 그 사람 이름을 적고 또 적었죠. 하지만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이름을 되뇔 때마다 되려 감정은 더 진해졌고 그에 대한 생각은 팽창하더라고요.
연애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 오늘은 '필사'의 효과에 대해 다룰 거예요.
저는 예전부터 책 글귀, 누군가 해준 말 등 마음에 든 것을 쓰는 걸 좋아했어요. 꽂히면 한 번으로는 절대 족하지 못하는 제 성미에 '쓰기'는 딱이었거든요.
생각하면서 한 번
손으로 쓰면서 한 번
쓴 글자를 눈으로 읽으면서 한 번
동시에 입으로 읊으면서 한 번
한 번 쓰는 동안 최소 네 번은 음미할 수 있어서 저는 쓰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적을 때 드는 선명해지는 기분도, 물 수제비 떠지듯이 생각이 퐁당퐁당 번져나가는 것도 좋았고요.
애정하는 노랫말도 적고 또 적었죠. 어렸을 때 형성된 쓰는 버릇이 천천히 저를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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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필사'의 이점 하나.
어휘 주머니가 뚱뚱해진다.
필사를 하면 여러 단어와 표현을 접하는 걸 넘어서, '습득'을 할 수 있어요. 팔 근육을 움직여 종이에 적는 과정에서 '체화'가 일어나거든요. 눈으로 훑는 것보다 어휘가 더 오래, 깊이 머릿속에 남죠. 그게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이 많아져요. 이건 단순히 '내가 쓸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해진다' 그 이상의 이점이에요. 이 일은 '창작의 고통과 마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사 속 이 자리에 들어가기에 적합한 뜻과 글자 수, 좋은 소리를 가진 단어를 내 안에서 톡 꺼내 쓸 수 있는 것과 아닌 건 능률 면에서 천지 차이예요. '쓰기'를 통해 야무지게 내재화해 놓은 어휘들이 나중에 작가님의 좋은 가사와 잠잘 시간, 다음 시안 작업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만들어줄 거예요. 정말로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둘.
'잘 전달되게 쓰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지만, 두서없이 날 것으로 드러내면 소통이나 공감대신 거부감과 단절이 생길 수 있어요. 상대와 통하기 위해서는 말에 적절한 어휘가 쓰이고 납득이 되는 흐름이 있어야 하며, 마땅한 비언어적인 요소(어투, 목소리 톤, 숨 등)가 그 사이 잘 섞여야 해요. 이를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죠.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화자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잘 전달하고 싶다면, 잘 전달이 된다고 느껴지는 기발매곡 가사를 따라 써보세요.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어떤 순서로 말하는지, 어떤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는지 등을 필사를 통해서 익힐 수 있어요.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며 '잘 전달되게 쓰는 능력'이 점차 생긴답니다. 문장력이 늘어요.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을 배우는 것처럼요!
왜 써봐야 할까요?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들은 내용은 흘러가기 쉬워요. 필사의 의의는 '해본다'에 있거든요. 손을 움직여 쓰면 '내가 해본 것'으로 저장되고, 나중에는 그게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셋.
리듬감을 알아챌 수 있다.
들었을 때 운율이 바로 명백하게 느껴지는 곡이 있어요. 반면, 가사지를 보고서 '아, 이래서 귀에 착착 감겼구나.' 하고 운율을 알아차리게 되는 곡이 있어요. 후자는 가사를 직접 써보면 리듬감이 더 잘 느껴져요. 같은 모음, 닮은 소리를 손이 쓰고 있거든요! 적으면서 운율 인지가 되어요. 대놓지 않은, 은근하게 심어진 리듬을 발견하는 게 진짜 재밌어요. 이 가사가, 이 노래가 내 맘에 든 이유를 찾았다는 쾌감이 있답니다. 좋아하는 곡 뜯고 찢고 냠냠 즐기기 ㅋ_ㅋ
그리고 필사를 하면 어디를 잇고 어디를 끊어서 리듬이 만들어지는 지도 배울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엇. 여기는 칸 수가 3 1 2 3.
1과 2 사이의 공백이 확실한데 1과 2를 묶어서 3음절 단어를 넣었으셨네.
오.. 그러네. 3 1 2 3 맞춰서 채웠으면 너무 정직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 1과 2를 묶으니까 세 글자 중 첫소리가 강조되면서 리듬감이 생기는구나.
이런 걸 알아차려요. 재밌죠?! 직접 해보시면 진짜 더 더 더 재밌으실 거예요.
'노랫말 필사'의 이점 넷.
곡의 감정과 메세지를 깊이 느낄 수 있다.
필사를 하면 이 가사를 부르는 화자, 이 가사를 쓴 작가가 되어볼 수 있어요. 편지 형식으로 헤어짐을 고하는 가사를 옮겨 적으면, 실제로 헤어지는 중인 기분이 들어요. 정말로 제가 그 편지를 쓰는 듯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사를 옮겨 적으면, 다짐과 주문을 일기장에 적는 듯해서 진짜 제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라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꿈을 이루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답니다.
손으로 쓰는 작업이 더 큰 몰입을 불러와, 곡의 감정과 메세지를 깊이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몰입해 본 경험은 간접경험치를 올려주고, 글의 재료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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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일을 하면서 체감 했던 필사의 이점들을 적어보았어요.
오케이. 필사의 이점 알겠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싶으실 것 같아요. 특별한 양식이 있지는 않아요.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적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에요. 그렇지만 참고할 샘플이 있으면 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의 필사물울 가져와봤습니다.
흐름과 단어, 운율을 체크한 게 눈에 띄네요. 여러분도 저처럼 좋아하는 곡의 가사를 종이에 손글씨로 적으시고, 낱낱이 파고들어 마음껏 음미해 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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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필사할 때 쓰기 좋은 공책 하나 추천 드릴게요! 'B4 사이즈 수학 노트'가 있어요. 내지가 두 단으로 나뉘어 있어서 가사 쓰기에 무척 적합해요. 가사를 두 단으로 나눠 한 페이지에 담기에도 좋고, 왼쪽 단에는 가사를 쓰고 오른쪽 단에는 가사 분석 내용이나 느낀 점 등을 쓰기에도 좋아요.
Your Mission: 아래 중 하나 골라서 하기
- 박원 <노력> 가사를 적으며 화자의 심경에 몰입해 보고, 작가가 심경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짚어보기.
- 아이유 <시간의 바깥> 가사를 적으며 운율 느껴보기.
- 10cm <Where Is Dream> 가사를 적으며 운율 찾아보기.
- 플레이브 <여섯 번째 여름> or 10cm <너에게 닿기를> 가사를 적으며 어디가 이어지고, 어디가 끊어져 리듬감이 만들어지는지 느껴보기.
한 주 동안 이 중에 하나를 꼭 해서, 필사의 매력과 효과를 꼭 경험해 보시길 바라요!
오늘은 저의 필사 경험과 필사를 하며 얻은 것들을 나눠보았어요.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척 기쁩니다!
여기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뵐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AI 학습 데이터로 글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