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허점. 지속성을 잃는다는 것

결국 꿈꾸는 '완벽'에 닿을 수 없다

by 작사가 신효인


제목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새해에는 밝고 명랑하게 살겠다 다짐했거늘, 최근에 그러질 못했다. 나의 우울감이 글에 비칠까 봐, 읽는 이에게 피로감을 줄까 봐 글을 쓰는 게 망설여졌다.

어느샌가부터 얻어가는 것이 분명히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서, 데이터를 써서 내 글을 읽는 건데 여기에 아무것도 없거나 똥만 있으면 안 되질 않는가. 능동적이고 꾸준하게 글을 쓰기 위해 나와 내 경험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괴로운 의무감이라기보다는, 고마움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글 공간에 방문하는 것이 유의미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간 좋은 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을 쓸 자신이 없어, 글 발행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박을 살짝 내려놓고, 시시콜콜한 수다를 적으러 왔다. 제목은 지금 내 상태를 적은 거다.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손 가는 대로 일단 써보려고 한다.


어떤 글이 나올까?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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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업무 미팅을 가졌을 때의 일이다. 인사를 나누고서 연애 여부를 안부로 물어보시더라. 가볍고 빠르게 지나갈 대화 주제일 줄 알았다.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다가 잡도리를 10분 동안 당했다;

> 연애는? 남자친구 있어?
> 아, 아니요. 없어요.

> 왜?
> 아, 뭐.. 아직 별로 생각이 없어요.

> 왜? 연애해야지!
> 아직 앞가림하느라 바빠가지구요.

> 다들 앞가림하면서 연애해!
> 아.. 근데 저는 아직 마음이 크게 없어서,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깝고..

> 그러면 안 돼! 소개팅은 해?
> 아니요. 소개팅은 제 성향상 잘 안 맞아가지구..

> 안 돼. 안 돼. 연애해야 돼.
> 아직 별로 생각이 없어요.

대화가 길어질수록, 불쾌하고 피곤해졌다. 그러니 아니꼬운 생각이 들더라. 뭐 내가 앞가림-연애 멀티를 못하는 하수라는 거야 뭐야. 내가 아까운 마음에 그러시는 건 알겠다. 적당히 하시지; 살 찌우라는 말도 맛있는 밥 사주면서 하는 거라는데. 오, 다음에 또 그러시면 이 말로 입을 막아야겠다.

예전에 친구가 '만약에'를 붙이며,

이런(장점) 사람인데 그런(단점) 특징을 갖고 있어. 만날 거야?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장점이었고, 어떤 단점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는데, 내 기준 그 단점이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안 만난다고 하며, '나는 연애를 하고 싶지, 육아를 하고 싶지는 않아.'라고 이유를 붙인 기억이 있다.

같은 이유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나는 '불안형+회피형'에 속하는 사람이다. 결핍의 구덩이가 크다. 절대로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공포심이 드는 깊이와 너비를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결핍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늘 다스린다. 누군가에게 과하게 의지하지 않으려-선을 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뇌와 몸에 힘을 주고 산다. 상대에게 부담이 되기도 싫고, 상대가 지쳐서 날 버릴까 두렵기도 해서.

심리 상담 선생님께서도 늘 나의 연애를 응원해 주신다. 그동안 내가, 나의 내면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냐며. 아주 잘할 거라며. 걱정하는 부분들을 당신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시며. 선생님 앞에서는 자신감과 희망찬 기운이 들다가도, 일상에서 나의 약함을 확인할 때면 도로 물에 젖은 보자기 천이 된다. 상대도 날 만나면서 육아가 아니라, 연애를 한다고 느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결혼도 두렵다. 삶에 많은 타인이 들어오는 것도 두렵지만, 혼자 있을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두렵다. 자극에 무척이나 취약한 나는 평소에 워낙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 완전히 풀어지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밥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방구 뀌고 싶으면 뀌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트림 참고, 코 골까 봐 긴장하면서 자고, 화장실 가서 볼일 볼 때 세면대 물 틀어놓고 할 생각 하니 벌써 피곤하다. 방금 상상 속에서 결혼 생활 하루 하고 이혼했다. 으이. 못해먹겠다. 하핳.

엄마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하셨다. 남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내가 안정적인 연애는 한 번도 못해봐서 지레 겁먹는 걸 수도 있다.

흐음.. 모르겠다~

이렇게 속 이야기를 적으니, 버림받고 싶지 않아 사랑을 회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비단 연애뿐만이 아니다. 내 삶은 불안과 회피 범벅이다. 알고 있다.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때가 있을 거다'라는 핑계를 앞세워, 개선 의지를 가지는 걸 회피하고 있는 걸 지도.

나는 나약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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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굉장히 별로인 사람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회생활을 잘 못하고, 과한 면이 있고, 삶을 피곤하게 사는 사람으로 존재했다. 처음에는 그런 대우가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로 내가 별로인 사람인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해 준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도 있었다. 뭍으로 가서 두 발을 땅에 딛고 서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마음과 달리, 파도를 타고 점점 땅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그저 그 공간이 나랑 맞지 않는 거라는 걸 최근에 알았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조급하게 굴거나 실수하지 않았을 텐데. 사실 아웃사이더가 되어도 괜찮은데. 그들의 모습이 닮고 싶은 상이 아니라면,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에 긍지를 가져도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도태당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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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걸 제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죠. 아는 티를 내질 말든가.
> 그렇게 답할 수 있죠.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비밀을 잘 지켜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그렇게 하나하나 신경 쓰지 마요. 조금 덜 진지하면 좋겠어요.
> 섬세하게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뵙고 싶어요.

곁에 있는 사람은 내 세상의 날씨와도 같다. 전자는 비였고, 후자는 햇빛이었다. 비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365일 날이 맑기만 하면 풍요로워지기 어렵지. 비는 꼭 필요하다. 날 깨워주는 봄비, 단비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젖은 게 마르고 광합성할 틈 없이 내내 얼음물처럼 차가운 비만 내리면 해로울 수 있다. 그러면 그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날씨라는 게, 인간관계라는 게 내 뜻대로 혹은 내 입맛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평생 어렵다.

상처를 잘 받는 나는 해가 뜨는 날에만 머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비는 꼭 맞아야 한다. 너무 차갑지만은 않기를, 너무 길게 오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머리 위로 비가 내릴 때 옆에 서서 우산을 씌워주는 내 사람들에게 늘 고맙다.


비 맞은 나의 땅이 한층 더 단단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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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적고 나니 개운하다. 체했을 때 토를 한 듯한 기분이다. 진즉에 쓸걸. 글이 너무 척척하진 않을까 걱정했고, 외면받을까 봐 두려웠었다.


솔직하게 쓰고 나니 그저 참 좋다.

글은 늘 나를 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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