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사가 신효인 Jan 20. 2023

낮은 자존감 효과적으로 올리는 방법

그대에게 드리는 응원


자존감이 '높다' 또는 '낮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는데, 이게 유의미한 이분법인지 잘 모르겠다. 자존감을 수치화하거나 그 양을 대략으로라도 가늠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항상성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어쩔 땐 자존감이 낭낭하게 있고, 어쩔 땐 '난 왜 이 모양일까? 날 사랑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싶게 없기도 하다.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더라. 그래서 난 자존감이 높은 사람 또는 낮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

자존감을 종잡을 수는 없지만,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은 분명히 있고 그때 사람은 매우 위태롭고 불안해진다는 건 확실하다.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걱정이 어려있지만 배려나 책임감은 부족한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나 조언, 스스로 또는 타인에 의한 남과의 비교, 반복되는 실수나 실패, 호르몬의 영향, 무례한 이들의 말이나 태도 등. 운이 나쁘게 한 타이밍에 이러한 요소들이 겹치면, 붙잡아주는 끈 없이 번지점프하는 것과 다름없는 심리 상태가 된다.

이때 더 최악인 건, 줄 없이 마음이 고속하강하고 있는지 자신이 모르고 있는 거다. 그런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면 머릿속을 채운 부정적인 생각들이 모두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믿거나, 모두가 날 미워하고 싫어하고 비난한다고 생각하거나, 미래가 불행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불안' 또는 '우울'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거다.

나도 그럴 때가 있다. 내 친구들도 그렇고, 내 가족들도 그렇다. 모두가 그렇다. 그럴 때가 있다. 

친구들이 종종 내게 털어놓은 고민들을 섬세하게 살펴보면, 걱정의 대상은 보통 실재하지 않았고 90% 정도의 확률로 위와 같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친구들을 블랙홀에서 꺼내줄 때나, 자존감이 떨어진 나 자신을 돌볼 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있다.

1. 알아차리기
제일 먼저, '아! 내가 지금 중심을 잃고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쳐 생각하고 있구나/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깨달아야 한다. (이는 혼자 힘으로 할 수도 있고, 정도에 따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알아차리면, 자존감 하강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다.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일단 멈춰 선다.

2. 기록하기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으면, 일기장이나 핸드폰의 메모장을 열어 자신의 현재 속내를 적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솔직하게 다 쏟아낸다. 뭐가 고민이고, 뭐 때문에 힘들고, 누가 밉고 등등 모두 다. 다 적고 일기장을 덮음과 동시에 더 이상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3. 환기하기
기분 또는 상태를 환기시키기 위한 액션이 필요하다.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 창문을 열고 바깥 구경하기
- 평소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기 (요리를 위해 장 보기)
- 가볍게 산책 다녀오기
- 코인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기
- 카페에서 음악 듣거나 책 읽기
등과 같은 활동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다.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트렸던 '원인'이나, 그 원인에서 파생된 '고민'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빼내주는 거다.

4. 기록 다시 꺼내보기
자존감 하강도 멈췄고, 기분도 환기가 어느 정도 되었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 기록해 두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본다. 그 안에 적힌 고민, 걱정, 불안 등을 눈으로 하나 하나 훑다 보면, '어..? 지금 보니까 그렇게까지 붙들고 감정적으로 괴로워했을 일은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든다. 중심을 잃고 부정적인 감정에 잡아먹혀있던 상태에서 전환되어, 전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신을 돌볼 수 있다. 예를 들면,
- 내게 악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와 그에 대한 나의 집착을 정리하기
-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 열등감에 빠져있는 대신, 발전을 위해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기
- 예민한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무리하지 않기
- 자신은 방치해 두고 타인들을 위해 애쓰는 것 멈추기
- 내가 잘하고 있는 것 알아차리기
등이 가능해진다.

내 경험상, 자존감 회복은 늘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정확하게는 자존감 자체가 자기 자신을 위하는 마음에 기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존감 회복을 반복적으로 이루다 보면,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블랙홀로 깊이 빠져들기 전에 자기 상태를 빠르게 알아차리게 되고, 자연스레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짧아진다.


.

떨어진 자존감을 다시 올려놓는 것만큼, 자존감이 떨어지려 할 때 탁 잡아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내 경험상 '복구' 보다 '유지'에 에너지가 훨씬 덜 들었다. 

지금부터는 자존감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을 적어보려 한다.


이 방법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엄마의 어릴 적 사진 덕분에 터득하게 됐다.

찾을 게 있어서 서재의 온 서랍장을 뒤진 날이었다. 서랍장에 있던 한 종이가방 속에서 처음 보는 사진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예쁜 어린 여자 아이가 담겨있는 흑백사진이었다. 그 아이는 바로, 엄마였다. 

엄마의 어릴 때 사진은 처음 보는 거였는데도, 바로 엄마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 속 그 아이는 정-말 순하고, 예쁘고, 반짝반짝하게 생겼었다. 작게 미소 지은 모습이 너-무 예뻤다. 만난 적이 없는데도 소중하게 느껴질 만큼, 정말 너-무 예뻤다.


서재에서 발견한 우리 엄마 어릴 적 사진. 두 장이어서, 한 장은 내 일기장에 붙여놨다.



무뚝뚝하고 매정했던 외할머니 때문에 우리 엄마는 외롭게 컸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사진 속 아이가 무척이나 애틋하게 느껴졌다. 아이에게 그 트로피는 뭐냐고 물어봐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잔뜩 사주고, 용돈도 쥐어주고, 손잡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의 어렸을 적 사진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서재에서 나왔는데, 아트월에 잔뜩 붙어있는 나의 어렸을 적 사진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love yourself',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라는 말들이 이전에는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게 되게 중요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었다. 그런데 내 어릴 적 사진을 보니, 사진 속 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너무 자연스럽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 순간 다짐했다.
이 언니가 널 지켜주겠노라고.


너한테 감히 누가 뭐라고 해!
누가 함부로 대해, 누가!
누가 널 괴롭혀!

내가 널 지켜줄 테다.
내가 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 테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를 만난 이후로 내게 변화가 생겼다. 자신을 돌보는 것에도 훨씬 능동적이게 되었고, 타인에게 덜 휘둘리게 되었다. 

가벼운 에피소드로는.. 한 때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밥을 잘 안 챙겨 먹는 거였다. 밥을 안 먹어서 기운이 없는 건데, 기운이 없어서 밥을 안 챙겨 먹는 뭐 그런... 요리하기 귀찮다고 밥 먹기를 포기하곤 했다. (집순이에다가 배달비를 아까워해서 외식이나 배달 음식 주문은 거의 안 한다. 군것질 입은 짧고.) 먹은 게 없으면, 그날을 아주 무기력하게 보내게 된다. 에너지가 없으니까 대충 살게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흘러가버린 하루가 너무 아깝다. 건강에도 별로 안 좋고. 그런데 이제는 배가 고프면, '어? 배고파?! 알겠어. 내가 밥 차려줄게!'하고 부엌으로 튀어간다. '굶기면 안 되지이~!!!' 하면서. 장도 보고, 요리도 해서 매일 날 위한 식사를 차린다. 덕분에 요즘에는 훨씬 생기 있고 건강하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성의를 다해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건 자존감이 유지되거나 높아지는 데 실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 남이 나를 소중하게 여길 리가 있나. 내가 날 무시하는데, 남이 나를 존중할 리가 있나. 그래서 내가 날 위하는 건 중요하다. 스스로를 돌보는 건, 귀히 여기는 건 어떻게 해서는 티가 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한 회사로부터 같이 일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제안을 받아, 먼 곳까지 면접을 보러 다녀온 적이 있다. 자리에 막상 가보니 회사는 전화로 사전 협의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업무량과 자료를 내게 요구했고, 월급은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을 제시했다. 최저 시급보다는 많이 주는 거라면서. 출퇴근에 드는 여러 비용들을 빼면 월급은 반토막이 났다. 당황스러웠지만 좋게, 정말 좋게 조율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연봉 협상이 진행되었던 사흘 동안 난 끊임없이 내려치기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이때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는커녕, 몸집이 순간 화악 커졌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최저 시급 인력이 아닙니다.


이 말이 내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회사에 해줄 수 있는 게 확실했기에 난 자신이 있었고, 회사는 내가 꼭 필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페이로 날 우롱을 하는 게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래서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나는 그 월급으로는 회사가 요구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없었고, 회사는 그 이상의 돈을 쓸 수 없거나 쓰기 싫으면 나를 안 쓰면 될 일이다. 나를 자꾸 깎아내리는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저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 회사와 나의 연봉 협상 테이블은 결국 빠그라졌고, 나는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태도가, 나 자신과 나의 가치를 지킨 경험이었다.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출처)이다.

자존감이 높다는 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크다는 말이다. 존경하는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그 사람을 왜 존경하는지 생각해 보면 '나를 존중하기'가 어떤 건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스스로 자신 있는 부분 또는 반할 수 있는 부분, 존중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자신에 대한 확신도,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러면 자신감은 저절로 따라오고, 내게 상처를 내려는 타인들로부터는 나를 지킬 수 있다.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자존감은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위의 방법들로 기복이 크지 않게 관리를 할 수 있을 뿐. 자존감은 평생 낮지도, 평생 높지도 않다. 이 말은, 현재 자신의 자존감이 낮더라도 얼마든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고, 돌봐주고, 공들인 만큼! :)


.


이 글에 적힌 방법과 팁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자존감을 유지하는데, 자존감의 기복을 줄여주는 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한 때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머리 터지게 했던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제게 이메일을 보내주셨던 구독자님께

직접 답장을 드리는 대신, 정성을 담은 이 글로 응원을 전합니다. 고민에 대한 알맞은 답을 내면에서 꼭 만날 수 있으실 거예요. 이 글이 그 여정에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구독자님들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로서 만 1살, 그리고 인생 첫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