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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Nov 26. 2023

내 집에서 맞이하는 첫 홈파티

골웨이걸의 성장스토리

언제 한 번은 브라질 커플, 아이리쉬 남자애, 그리고 나 이렇게 총 4명끼리 식탁에 둘러싸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브라질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 룸메이트들과 얘기하다 보니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신비로움을 느꼈다.

중국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으며 중국인들의 사상들을 알아갔다면 여기는 중국인들이 아닌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흥미도 느꼈고 유럽친구들은 특히나 내가 아일랜드 오기 전에는 거의 직접적으로 말을 안 해봤는데 아일랜드가 유일한 창구가 되어주어서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다른 유럽국가에서 유학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하겠지만, 유럽인들 참 파티 좋아한다. 파티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을 정도로 특히 홈파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 처음으로 브라질커플, 아이리쉬 남자애랑 같이 홈파티를 했다. 다른 룸메이트들은 같이 참여 안 하고 나 포함 6명 중 4명이 참여하고 나머지 2명은 스페인, 브라질인의 여자친구들과 함께했다.


전에 브라질친구가 자기 집에서 조촐한 홈파티를 한다고 해서 초대받아서 갔을 때 그때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그때는 모두가 친해진 상태에서 했다면 우리 집 홈파티는 약간의 어색함이 감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도 하고 맛있는 브라질식 바비큐도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분위기가 나랑 잘 맞았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선의 분위기. 

정말 누구한테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즉 과시도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파티를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 파티로 인해 친해져서 아이리쉬 룸메이트가 정말 대표적인 아이리쉬 분위기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의 펍을 가자고 제안했고 며칠 후 다 같이 가게 된다.


근데 아무리 같이 홈파티를 했어도 여전히 어색함이 감돌았다. 지금으로 치면 나 빼고 다들 MBTI가 I인데 다들 E인척 하는 느낌도 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 누구 빠지지 않고 함께 펍을 가는 그 길이 활기차서 좋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펍에 있는 우리는 어색했고 뭔가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모두가 가짜로 재밌다고 일부러 즐기려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 펍이 재미가 없자 다른 펍에 가자고 해서 갔더니 거기는 확실히 클럽 같은 펍이었다. 근데 갔더니 다들 아는 친구들도 있고 재밌게 노는데 나는 사실 거기에 잘 끼지를 못했다. 그렇게 활발하고 오픈마인드였지만 스페인친구들은 스페인친구를 만나 스페인어로 하고 브라질 친구들은 포르투갈어를 하다 보니 나는 슬슬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펍에서 어찌해서 춤을 추고 놀긴 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어디 갔는지 친구들을 찾을 수 없었고 나는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다들 어디 갔냐고 전화했었지만 집에 먼저 왔다고 얘기를 했고 그렇게 다음날까지 푹 잤다.


그리고 다음날 브런치를 먹는데 다들 어찌해서 거실에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인사하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들이 정말 듣던 대로 외국은 철저히 개인주의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예전에 엄마 친구의 딸이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해줬던 얘기였는데 전날에 정말 신나게 놀고 떠들다가 그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했다고 하던데 그 말이 떠올랐다.


물론 이 친구들이 아는 척을 안 하고 그런 게 아니라 한국과는 다른 '정' 문화, 한국 같으면 그다음 날 더욱더 친해져서 친한 친구가 되기 마련인데 외국은 철저히 달랐다.


그리고 당분간은 홈파티와 펍을 같이 가는 일은 없었다. 모두가 어떻게 즐겼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꽤 홈파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멤버로 모인 첫 홈파티이고 다들 이렇게 모인 자리는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계기로 앞으로 홈파티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은 받았다.


비록 어색했더라도 외국은 외국인지라 확실히 어떤 모임이든 다 같이 노는 분위기에 오픈마인드가 장착해서 매우 좋았다.


모두들 언제 올지 모르는 홈파티를 기다리는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음 홈파티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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