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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Oct 03. 2023

아일랜드에서 포르투갈어 배우기

골웨이걸의 성장스토리

이제 아일랜드 골웨이에 온 지 3개월 차, 여전히 학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잊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당시 여전히 CV를 작성하는 중이었지만 아직 넣지는 않고 있었다. 천천히 구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한 3,4개월 차쯤에는 적응하고 넣을 생각이었다.

홈스테이에 같이 머물렀었던 브라질 친구와 영화를 보고 카페를 갔다. 학원에 같은 반 브라질 친구가 아닌 홈스테이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와도 몇 번씩 놀러 가곤 했었다. 내가 배탈이 났을 때도 함께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날씨가 좋을 때면 스페인아치를 지나 the long walk 쪽으로 가서 산책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골웨이에 적응하며 잘 지내다 보니 다른 브라질 친구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많아져서 이 친구와는 아쉬웠지만, 향후 관계가 소홀해지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학원에서 친해진 브라질 친구와 함께 학원라운지에서 얘기하는 중이었다. 그중 반에서 자주 보였던 브라질친구가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집에서 조촐한 홈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오지 않겠냐고 초대를 했다. 이 친구의 남자친구는 아이리쉬였고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아이리쉬 남자친구가 데리러 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는 약속시간에 모여 다 같이 남자친구의 봉고차에 타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향했다.


이때, 나를 제외하고 7명의 브라질리언들과 1명의 아이리쉬, 1명의 영국인 그리고 한국인 1명끼리 파티를 하게 되었다. 브라질 친구들이 직접 재료를 사서 브라질 대표간식인 '파스텔'을 만들어줬다. '파스텔' 안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곤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고기가 주로 들어가고 겉에는 바삭하게 밀가루로 반죽해서 튀겨서 먹는 간식이다. 먹고 너무 맛있다고 얘기하니까 브라질 친구들이 다 함께 웃었다. 

파스텔을 만든 후 다양한 과일과 함께 원으로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어를 알려주기도 하고 브라질 친구들이 브라질의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아이리쉬 친구는 한국에 대해서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아일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많은 친구들과 홈파티를 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나중에 브라질 친구들 사이에서 'you are almost brazilian'이라고 불리는데 이때서부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에 썼던 글에도 언급했지만 정말 내가 브라질에 온 게 착각이 들정도로 정말 브라질리언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학원에서 반 자체가 Intermediate High 반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국인도 있었지만 거의 브라질 친구들이나 가끔씩 잠깐 오는 유럽인 친구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대부분 브라질리언이었고 브라질 친구들과 함께 정말 많이 놀러 다녔다. 어디 유럽여행이나 아일랜드 국내여행은 같이 하지 않았지만, 골웨이 안에서는 우리가 안지 오래된 절친과 같이 펍에 가기도 하고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가기도 했다. 심지어 나중에는 브라질스타일의 클럽도 가기도 했다. 정말 이쯤 되면 나도 내가 포르투갈어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옆에서 많이 포르투갈어를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지만, 난 잘 지냈어, 너도 잘 지냈니?라는 말이라던가(오이투 더 뱅크? 였던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브라질 친구들한테 물어봐야 할 정도이다.) 단어 몇 개 그리고 가끔씩 욕도 배우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브라질 친구들과 많이 다니면서 영어가 상승되기도 했었다. 대체적으로 브라질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이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이라는 한국과 정반대 편에 있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식견을 넓힌 것만으로도 아일랜드 생활을 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무엇보다 내가 브라질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성격이 너무 잘 맞았다.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 점이 브라질 친구들과 매우 잘 맞았다. 낯을 가리기는커녕 초반부터 말을 걸고 처음 본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소위 '인싸능력'을 나름 보유해서 그런지 거리낌 없이 말을 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또한, 영어가 초보단계가 아니어서 나름 말이 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브라질 친구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스페인 친구들과도 매우 친해졌었다. 브라질 친구들의 낙천적이고 항상 밝은 모습이 나와 닮아서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우정이 현재 2023년 코로나 시점이 끝나고도 인스타로 연락을 할 정도로 영원한 관계가 되었다. 현재 브라질 친구 중 한 명이 내년 10월에 결혼한다고 해서 브라질에 매우 가고 싶지만, 여전히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어서 결혼식 참석은 못하더라도 향후 몇 년 안에 남미일대를 돌 때 브라질도 같이 갈 생각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 나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2019년 골웨이에서 브라질 친구들과 함께 포르투갈어 단어를 배우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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