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더위를 먹은 적이 있었다. 찜통 같은 사무실을 벗어나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어도 달궈진 몸의 온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자꾸 목이 마르고 온몸의 기운이 쭉 빠졌다. 다음 날 결국 오전 근무만 하고 조퇴를 하였다.
이번에도 더위를 먹은 줄 알았다. 갑작스러운 무더위가 찾아온 5월의 어느 날, 하필 우리 집 에어컨이 고장 났다. 아무리 설정 온도를 낮춰도 미지근한 바람만 나왔다. 마치 더위를 먹었던 그날처럼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열이 나니 온몸이 욱신거렸고, 기운이 없었다. 몸살감기약을 먹고 책상에 앉아서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약을 먹고 쉬질 않아서 그런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을 꼬박 앓고 나니 드디어 열이 떨어졌다.
그러나 열이 떨어지고 나니 기침이 시작되었고, 콧물이 줄줄 흘렀다.
주말마다 학원에 가야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었다. 나는 더위를 먹어서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 사정을 알리가 없으니 얼마나 불안할까 싶었다. 코로나 시국에 다른 수험생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모의고사를 응시하고 강의를 들었다.
이번에는 감기약을 먹고 한숨 자기로 하였다. 하지만 자고 일어난 후에도 여전히 기운이 없고 앉아만 있어도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나와 양상은 조금 달랐지만 남편도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증상이 지속되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고, 나는 공부를 해야 하므로 휴일에도 진료를 하는 병원에 찾아갔다. 우리는 의사 선생님께 무더운 날 에어컨이 고장 나서 더위를 먹은 것 같다며 증상을 설명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건 일반적인 감기와 양상이 달라요. 혹시 코로나 검사를 해보셨나요?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꼭 코로나 검사를 해보셔야 합니다.”
열을 내려준다는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왔지만, 날이 밝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남편은 팀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재택근무를 하였다. 그리고 보건소가 검사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기운이 없던 우리는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밀렸던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몸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았으나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었다.
늦은 저녁, 남편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에어컨이 고장 나서 더위를 먹은 것 같아 병원에 갔어요.”
공부하고 있던 나와 다른 방에서 전화를 받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해서 회사 사람이 전화를 한 건가 싶었지만,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어 남편이 있는 방으로 가서 누구인지 물었다. 남편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후 계속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조금 뒤 내가 있던 방으로 와서 핸드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바꿨다.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다른 사람과 절대 접촉하시면 안 되고, 저희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기 전까지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손은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전화로 확진 통보를 받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집 리모델링을 준비하면서 미팅을 했던 업체 대표님, 거의 1년 만에 만났던 친구 부부, 가족들. 남편은 회사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수험생이라 우리 부부는 외부에서 식사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항상 조심했었다. 외출 후 모든 옷은 바로 벗어 세탁물을 모아두는 통에 분리시켰고, 수시로 핸드폰, 스위치, 문고리를 소독했으며, 누군가 우리 집에 방문해서 손을 댔다면 소파 패드, 쿠션, 이불 등 모든 것을 즉시 세탁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어디서 감염된 것일까?
억울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우리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 감염은 처음이라, 하필이면 더운 날 에어컨이 고장 나서, 코로나에 감염됐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확진이라는 말을 듣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감기와는 달랐다.
1. 우선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리모델링 관련 미팅을 3시간가량 하고 나니 나는 무릎이 아팠고, 남편은 등이 아팠다. 미팅을 오래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2. 열이 났다. 해열제 성분이 들어있는 몸살감기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3.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났다. 남편은 나보다 나중에 기침을 시작했다.
4. 입맛이 없고 밥을 먹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열이 나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니 기운이 없었다. (맛있게 먹던 음식이 맛이 없었던 것을 보니 미각과 후각 상실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5.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지럽고, 걸어 다닐 때에는 세상이 울렁거렸다.
6. 확진 통보를 받고 나니 설사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붉은 반점이 손등과 발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7. 뒤늦게 기침을 시작한 남편은 가슴 통증이 있었고, 침에서 피가 조금씩 섞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