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 Jul 08. 2022

무지성 회독, 준비됐어?(feat. 단권화&녹음)

#수험생활 18

이제 2차 시험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학원은 2차 시험 대비를 위한 마지막 커리큘럼인 GS3기를 시작했다.


1년간의 커리큘럼은 시험 전날에(시험 당일 아침까지) 전범위를 한번 다 훑어보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며칠 전에 본 것과 바로 어제 혹은 직전에 본 것은 현출도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양을 시험 직전까지 다 보려면 목차만 보아도 서술되어야 할 법조문이나 이론, 판례가 술술 떠오르고, 그 이후엔 어떤 쟁점이 나와야 하는지도 막힘없이 생각나야 한다. 중간에 "어?" 하면서 막히는 구간이 반복되면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GS3기는 매우 중요하다. 전범위 모의고사를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속도로 책장을 넘겨야 모든 범위를 다 보고 갈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이제는 이해를 강조하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어도 외워야 하고, 손으로 직접 써보면서 외우고 싶어도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회독해야 한다. 이른바 "무지성 회독"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무지성 회독엔 단권화가 필수


'단권화'는 시험 전날 볼 자료를 ‘한 권의 책’에 모두 정리해두는 것이다.

보통 수험서는 기본서, 사례집, 서브노트 이렇게 세 권으로 구성되는데, 시험 전날에 한 과목당 세 권의 책을 모두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단권화할 책으로 '서브노트'를 선택했다면, 서브노트에는 없고 기본서나 사례집 등에 있는 내용을 서브노트에 옮겨 놓는다.

낱장의 프린트로 추가 자료를 받았다면 프린트를  사이에 끼워넣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만 오려서 붙이기도 한다.

포스트잇도 붙이고 / 책 사이에 종이를 껴서 붙이기도 한다.

단권화가 꼭 자료를 추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지성 회독이 가능하려면 목차나 키워드가 눈에 바로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책이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형광펜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줘야 한다.


step 1. 처음엔 연필로 표시한다. 여러  회독을  후에야 어떤 키워드가 중요한지, 내가  누락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다. 그래서 처음부터 형광펜을 하면 안된다. 형광펜 작업에 실패해서 책을 다시 샀다는 후기들도 종종   있다.

처음에는 언제든지 지울 수 있는 연필로 표시하였다.

step 2. 목차별 위계를 통일시켜 형광펜을 칠한다. 대목차(로마자)는 빨강, 중목차(아라비아 숫자)는 주황, 소목차(양 괄호, 반 괄호)는 각각 초록, 파란색으로 통일시킨다. 색은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해두면 목차만 봐도 쟁점별, 주제별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step 3. 답안지에 현출해야 하는 내용을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법조문은 노랑, 일반적인 내용은 회색이다.

목차와 답안지에 써야 할 내용을 형광펜으로 칠해두었다. 책 옆면에 붙어 있는 인덱스도 단권화할 때 붙여두면 좋다.

step 4. 중요 키워드는 눈에 잘 보이는 색으로 덧칠한다. 법규정의 취지는 파랑, 판례 키워드는 골드로 덧칠했다. 회독이 늘어날수록 덧칠되는 키워드도 늘어날 것이다.

보면 볼 수록 덧칠하고 싶은 부분이 늘어난다. 결국 다 중요하다는거지?

사실 학부시절부터 법조문, 판례, 이론 등을 색깔을 구분하며 밑줄을 긋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졌으나(아마도 사법고시 공부법에서 유래됐을 것이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것을 좋아해서 그 국룰에 따르지 않았었다. 공인노무사 수험생활 1~2년 차 때까지만 해도 수험서가 깨끗했다.

하지만 이제는 왜 책을 알록달록하게 만들어놓고 보는지 잘 안다. 깨끗한 책을 읽으면 어떤 부분을 정독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빠르게 넘겨도 되는지 바로 판단되지 않는다. 그렇게 강약 없이 읽다 보면 절대로 무지성 회독을 성공할 수 없다.




#오글거리는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다고?


현재 사는 곳은 학원까지 편도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한 번에 가는 버스나 지하철이 있으면 책이라도 보면서 가겠지만, 적어도 두 번은 환승을 해야 하니 책을 들고 다니기가 번거롭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선생님이 직접 녹음하여 블로그에 업로드해주신 판례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통학을 하기 시작했다. 손에 책을 들고 다닐 필요도, 흔들리는 차 안에서 글자를 보며 눈을 혹사시킬 필요도 없다.


주말에 학원을 갈 때는 집에서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출발한다. 전날에 모의고사를 준비한다고, 혹은 하루 종일 모의고사를 보고 수업을 듣는다고 지쳐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녹음파일을 들었다. 그런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줄 알았던 판례들이 어느새 내 머릿속에 콕 박혀있었다. 작년 시험에서 해당 과목은 고득점을 했다.

각 잡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손으로 쓰면서 하지 않아도 공부가 되는구나!




올해에는 내가 직접 판례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낯섦을 넘어서 오글거리는 경험,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목소리톤이 높은 편도 아닌데 웬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리면서 판례를 읽고 있었다. 녹음파일을 다른 누가 듣는 것이 아닌데도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주 들었던 선생님 목소리와 비교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선생님은 목소리톤도 안정적이고 발음도 정확해서, 거슬릴 것 없이 편하게 들리면서도 내용이 귀에 쏙쏙 박힌다.


그래도 여러 번 녹음을 반복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평소 말하는 톤보다 더 낮은 목소리톤으로 녹음하면 앵앵거리는 느낌이 덜했다.

여전히 ‘당사자소송’은 발음이 어렵다(내 발음 구멍은 ‘ㅅ’에 있는 것 같다.). 바짝 긴장을 하고 녹음을 하지만 할 때마다 발음이 샌다. 조금 천천히 말하면 그나마 나아진다.


녹음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판례를 녹음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중요한 판례는 다 녹음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다 보면 또 새로운 녹음 대상이 보인다. (목소리나 발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녹음하다 보면 어느 정도 판례가 외워지는 효과도 있으니 새로 눈에 들어오는 판례가 있으면 또 녹음을 한다.




합격수기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합격자가 300명이라면, 합격하는 공부방법도 300가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람마다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학습방법이 다르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써보면서 암기하는 사람도 있고, 판례 구조나 이론의 흐름을 도식화해서 눈도장을 찍어놓고 앨범에서 사진을 들쳐보듯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수가 선택하는 공부방법엔 다 이유가 있다. 내 합격수기의 첫 문구는 정해졌다.

“저도 다른 사람들 하는 것처럼 똑같이 공부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실 세대이지만 스터디 카페가 더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