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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Jun 20. 2022

독서실 세대이지만 스터디 카페가 더 좋아

#수험생활 17

“햇님님, 공부하는 장소를 바꿔보세요.”


슬럼프일까?

올해는 책상에 앉아있어도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느낌이다. 재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1차 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치렀다. 1차 시험 이후, 밀린 2차 공부를 따라가기에 바쁜 시기에도 멍청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다.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하면서 요즘 내 상태를 설명하니 ‘공부하는 장소를 바꾸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공부 장소가 다르다.


집공(집에서 하는 공부)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시국에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고, 식사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며, 무거운 짐을 옮길 필요가 없어 집에서 하는 공부가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집공의 큰 단점은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장소라는 점이다. 졸리면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고, 밥을 먹으면서 잠깐 보기로 마음먹은 TV는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보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서관, 독서실, 스터디 카페를 간다.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괜히 뜨끔해서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원래 딴짓 안 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동안 핸드폰을 멀리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척’이라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게 되는 효과는 덤이다. 수시로 허리를 꼿꼿하게 자세를 고치게 된다. 무릎과 골반, 그리고 척추까지 틀어지게 만드는 아빠 다리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이라 책상에 펜을 내려놓을 때 나는 작은 소리조차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단점이다. 당연히 집과 같은 편안함은 없고, 필요한 물건은 챙겨가지 않는 이상 바로 쓸 수 없다는 불편함도 있다. 특히나 코로나 시국에는 집공을 할 때보다 확진자를 마주칠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서 시험 직전에는 집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는 독서실을 다녔다. 도서관은 집에서 거리가 멀었고, 독서실은 각종 빌런들(친구와 속닥거리는 사람, 열람실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 등등)을 관리해준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사방이 칸막이로 막혀있는 공간에 있으니 답답했다. 고요한 분위기는 잠을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휴게실이나 건물 복도에서 친구들과 서로 질문하고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거면 독서실을 왜 등록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에는 주로 집에서 공부를 해왔다. 틈틈이 집안일도 할 수 있으니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집중이 잘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남편도 공부가 안 되는 날에 스터디 카페를 가보라고 하였다. 이 동네에 산지 2년이 채 안되었는데, 그 사이에 스터디 카페가 세 군데나 새로 생겼다. 수요가 있으니 새로운 스터디 카페가 생기는 걸 텐데 나도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같은 라인에 리모델링을 하는 세대가 있어서 하루 종일 머리 위가 웅웅 울리던 날(아마도 리모델링 공정에서 소음이 제일 심한 철거 중이었던 것 같다.), 짐을 챙겨서 스터디 카페로 도망쳤다.

독서실에 가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독서실 원장님이나 총무님 같은 ‘사람’은 없었다. 우리 동네 스터디 카페는 모두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화장실과 휴게실은 항상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각종 비품들도 넉넉하게 채워졌다. 커피머신은 필수이고, 필요하면 프린터기도 이용할 수 있다.

자리도 다양한 형태로 마련되어 있다. 옆에만 칸막이가 있고 앞뒤로는 뚫려있는 자리, 벽을 마주 보고 앉는 자리, 사진에는 없지만 앞뒤에 칸막이를 두고 한쪽 옆면이 뚫려있는 자리도 있다. 도서관처럼 큰 테이블을 칸막이 없이 둔 스터디 카페도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시끄러운 사람이 있으면 카톡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연락처도 알려준다. 최근 자주 갔던 스터디 카페는 자유롭게 건의사항을 쓸 수 있도록 휴게실 한편에 화이트보드를 걸어놨다.

오늘도 평화로운 스터디카페

아마도 내 또래나 그 윗세대는 스터디 카페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스터디 카페가 없었고,  지금처럼 스터디 카페가 보편화된 것도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듯하다.

스터디 카페는 독서실만큼이나 적당한 긴장감과 불편함을 주면서, 보다 개방된 공간에서 답답하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다.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매번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게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나에게는 또 다른 루틴이 생겼다. 친구들은 매주 로또를 구입하는 나를 ‘로또계의 공무원’이라 부른다.


“로또 1등 되면 스터디 카페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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