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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Feb 14. 2023

수습 구하기도 나만의 속도로!

#수습 구하기 1

공인노무사 시험에 최종합격하였다고 해서 바로 공인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수교육(직무교육+실무수습)을 이수하여야 직무개시등록을 할 수 있고, 공인노무사 업무를 할 수 있다(공인노무사법 제5조의 2).


출처 : 한국공인노무사회 홈페이지(https://www.kcplaa.or.kr)


'직무교육'은 최종합격한 다음 해 1월에 한 달간 실시하는데, 합격자가 모두 모여 받는 교육이라 '집체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는 합격자 수가 대폭 증가하여(보통 300여 명 정도가 최종합격하지만, 31기는 550여 명이 최종합격했다.) 장소섭외 등의 문제로 교육일정이 조금 늦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1기 직무교육은 1월 31일 화요일에 시작되어, 2월 28일 화요일에 있을 종합시험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직무교육은 한국공인노무사회에서 문자로 신청방법을 안내해 주면, 한국공인노무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단, 직장에 재직 중이거나 학교에 재학 중인 자는 연수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당장 직무개시할 계획이 없는 직장인이나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은 연수교육을 연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실무수습'이다. 신청만 하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직무교육'과 달리 '실무수습'은 수습처를 스스로 구해서 실무수습을 수행하여야 한다.


매년 수습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도 실무수습을 하지 못해서 직무개시를 하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격자 수가 거의 배로 늘었으니 합격 발표일부터 '수습대란'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통 직무교육이 있는 시기에 수습처 채용공고가 가장 많이 올라오지만, 많은 합격자들이 수습대란을 피하기 위하여 아직 최종합격 발표(2022년 12월 22일)가 나기 전인 2차 합격 발표(2022년 11월 23일) 때부터 발 빠르게 수습 지원을 했다. 작년 12월부터 수습처에 출근한 동기들도 있고, 연말까지만 해도 수습을 구하기 어렵다며 걱정하던 동기들도 1월부터는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 들을 때마다 남편은 얼른 수습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수습처를 구하지 못하면 공인노무사회에서 실무수습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대. 실무수습 대체 교육을 들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노무법인에서 수습하는 동기들은 (작고 소중한) 돈 받으면서 일 배우고 난 돈을 내면서 배운다는 게 좀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 그래도 방법이 있다는 게 어디야?"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님.)




2차 시험을 본 이후,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다. 시험이 끝났음에도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고,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도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웃어 보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2차 시험 합격의 기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3차 면접을 망치고 와서는 '차라리 면접에서 떨어지고 1년 동안 푹 쉬고 내년에 다시 면접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오히려 좋아!'라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남편은 그렇게 원했던 합격인데 왜 합격을 하고도 기뻐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며 걱정했다.


큰 규모의 합격자 모임에는 참석을 하지 않았고, 학교 동문 모임, 수강했던 선생님이 마련한 합격 축하연 등 작은 규모의 모임만 몇 차례 나갔다. 합격자들은 모두 합격의 기쁨에 들떠있었고, 결국에는 합격해 냈다는 자신감으로 얼굴에 빛이 나고 있었다. 합격자들 사이에서 나는 이방인 같았다.

'내가 좀 더 어렸다면, 저렇게 반짝반짝 빛을 내며 웃었을까?'

'앞날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조금만 덜 계획적인 성격이었다면, 나도 마냥 기쁘기만 했을까?'

아니다. 내 또래 동기들도 빛이 났다. 나보다도 더 계획적인 수험생활을 보낸 동기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걱정 없이 즐기고 있었다.




여러 가지 개인사정으로 다른 동기들보다 늦은, 1월 중순부터 수습 지원을 시작하였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일찍이 수습 지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저런 마음 상태로는 운 좋게 면접에 갔어도 분명 떨어졌을 것이다.


곧 설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채용공고가 잘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 수습처를 구하지 않은 동기들이 많기 때문에 몇 군데 안 되는 수습처에 많은 인원의 지원이 몰렸을 것이다. 아마도 서류를 접수받고 있는 노무법인에 모두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면접 기회를 얻는 것부터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노무법인에 지원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만의 기준을 정하였다.

1.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할 것

2.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곳(산재 전문 노무법인, 인사노무 컨설팅 전문 노무법인 등)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일 것

이 두 가지 기준으로 지원할 수습처를 알아보다 보니 실제로 지원할만한 곳이 몇 군데 없었다.


한편, 수습 노무사를 모집하는 노무법인은 지원자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대부분 ‘자유양식’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Power-point 등 문서 작성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우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PPT로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동기들도 있다. 하지만 전공 특성상,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업무 특성상 PPT를 만들 일이 없어서, 어설픈 실력으로 PPT를 만들 시간에 자소서 내용에 더 신경을 쓰기로 하였다.

나는 Word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노무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업무를 했던 것은 아니라서 거창하게 경력기술서를 쓸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정도로만 이력사항을 간단히 작성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는 1. 지원동기, 2. 성격상의 강점 및 약점, 3. 관심 있는 업무 분야, 4. 입사 후 포부 및 직무 수행 계획, 이렇게 네 가지 항목으로 작성했다. 간혹 자기소개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지정해 주는 법인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적절하게 넣거나 빼서 분량을 조절했다.




설 연휴 전 주, 나만의 기준에 부합하는 세 군데의 노무법인에 수습 지원을 하였다. 연락이 전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연락이 오더라도 설이 지난 후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갔던 법인에서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불합격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수습 노무사 채용과정이 딱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따뜻하고 친절한 연락을 받게 될 줄이야!

그렇게 첫 면접은 내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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