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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Mar 09. 2023

중간이 없는 면접자, 바로 나야 나!

#수습 구하기 3

https://brunch.co.kr/@shining-star/82




직무교육이 시작되면 수습 노무사 채용공고가 본격적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나 목이 빠지게 기다려도 공고는 잘 올라오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일주일에 한두 군데 정도뿐이었다. 첫 면접 이후 2주 동안 고작 세 곳을 더 지원할 수 있었다.




#나 서류 합격률 좀 괜찮은 듯?


앞서 글을 쓴 대로 이 업계는 면접을 본 사람에게 합격통보만을 해주고 불합격자에게는 연락을 안주는 경우가 허다하다(연락을 기다리는 지원자들의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 첫 번째 면접을 본 법인도 내가 먼저 연락을 하여 불합격을 확인했다. 연락이 없어 불합격을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확인사살을 당하니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때, 갑자기 면접 일자를 통보하는 문자가 왔다.

‘와, 그래도 다 살 길이 생기는구나!‘

불합격을 확인하고 침울해있던 나를 위로해 주던 조원들이 함께 기뻐해주었다. 그리고 조금 뒤 면접 일정을 안내하는 또 다른 법인의 전화가 왔다.

‘여섯 군데를 지원했는데 세 곳이나 면접을 보게 되었네. 서류 합격률이 50%라니… 나 서류 합격률 좀 괜찮은 듯?’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말은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생겼나 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생각이 바뀌다니!


1분 자기소개도 준비하고, 첫 번째 면접을 복기해 보며 어떻게 답변을 보완할지 나름대로 고민도 해봤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자기 어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적극성이 있었는데, 적극성이 없었습니다?


두 법인의 면접은 우연히 같은 날로 잡혔다. 법인 간 거리가 있어서 바쁘게 움직여야 했지만, 면접의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그날의 첫 번째 면접은 다대다 면접이었다. 그간의 면접 경험에 비추어보면 다대다 면접에서는 면접자의 적극성이 매우 중요하다. 옆에 있는 면접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받으려면, 목소리도 커야 하고 기회가 있으면 자기 어필을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법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끌어올린 전투력이 무색할 만큼 면접관들이 따뜻한 눈빛으로 지원자들을 지켜봤다. 면접관들 손에 들린 서류는 밑줄도 그어있고 메모도 되어 있었다. 미리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본 모양이었다. 질문에서도 자기소개서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읽었음이 티가 났다.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묻기도 하였고, 각종 법적 지식을 묻기도 했다.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지만,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답변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다.


무엇보다도 이 법인 면접에서 신이 났던 이유는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의 호의적인 태도와 지원자들에게 자기 어필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하는 분위기가 나를 몹시 적극적인 면접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외국어로 1분 자기소개하기’를 시켰을 때, 영어는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다들 영어를 정말 잘하시네요. 제가 리스닝은 잘해서 무슨 말씀하시는지 다 알아 들었어요. 하하하“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텐데, 거기서 왜 능청을 떨었을까. 외국어 면접은 필수는 아니었지만, 다른 지원자들은 모두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영어를(특히 스피킹을) 잘 못해서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괜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척을 했다가는 외국계 기업을 담당하게 되는 불상사다 생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들 영어를 잘하니까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는 압박이 들었나 보다.




다음 면접은 일대일 면접이었다. 이전 면접에서 너무 나댄 것 같아서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이 면접은 겸손하고 차분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보통 일대일 면접은 대화하듯 편안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기도 했다.


면접관은 인자한 인상의 대표 노무사님이었다. 그리고 여러 질문들에서 나에 대해서 호의적임이 느껴졌다.

“공부 잘했을 것 같은데… 그럼 노무사 시험도 수월하게 준비하지 않았어요?”

“햇님 노무사님 전 직장이 우리 법인이 자문하고 있는 곳이에요. 이력서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


30분간 진행된 면접에서 경력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면접관으로부터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받았다는 것은 면접에서 긍정적인 신호이다. 특정 주제에 대하여 집요하게 질문하거나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면, 채용을 해도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지원자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면접에서는 전혀 그런 뉘앙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난 적극적으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합격자가 많아서 수습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게 적정한 인원을 합격시켜야 했는데… 아 합격인원이 늘어나서 햇님 노무사님도 합격한 건가요? 하하”

“아… 네, 그럴 수도 있죠.”

나에게 던져진 질문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대표 노무사님은 내 시험 성적이 궁금하셨던 것 같다. 자신 있게 “원래 인원대로 뽑았어도 저는 합격했을 겁니다. 시험 꽤 괜찮게 봤습니다. “라고 대답했으면 더 좋았을까?




첫 면접보다는 준비가 된 상태로 면접에 임했고, 당일에는 나름 만족스럽게 면접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불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난 후에는 내가 너무 부담스럽게 들이대서, 혹은 적극적이지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닐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금 늦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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