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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Dec 09. 2021

《왜 비건인가? - 피터 싱어》

지금은 비건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용어가 됐지만 저자 피터 싱어는 47년 전에 동물을 먹는 것에 반대하는 글을 썼고 동물해방 운동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작가는 ‘동물을 먹는 것처럼 다른 생명에게 가할 필요가 없는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이의 질병으로 달라진 가족의 식생활이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에 심각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계란이다. 아이가 손에 닿기만 해도 여러 가지 증상이 있어 점차 계란을 사지 않게 되었는데 30년 동안 좋아하던 달걀 요리를 먹지 않아도 살만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가공육을 줄이고 고기 없는 밥상을 차리게 됐다. 여전히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남편에게는 채식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내가 즐기지 않게 되자 우리 집 밥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육류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완벽하게 채식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건을 지향하면서 나의 소비로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을 하려고 노력한다. 


《왜 비건인가?》를 읽으며 저자가 동물에 대한 폭력을 ‘여러 세기에 걸쳐 백인이 흑인에게 가한 폭력’과 같다는 비유에 여러 번 놀랐다. 또한 동물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실험들은 나치 집단 수용소에서 자행되었던 잔인한 학대와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머리를 찡하게 울렸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동물과 환경에 가해지는 폭력과 착취에 대해 날카롭지만 친절하게 저자는 말한다. 다 자란 동물이 갓 태어난 아기보다 이성적이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모든 동물은 학대에 대한 고통을 느낀다. 조금만 꼬집어도 온몸을 울려 우는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자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내 식탁에 동물의 비명과 고통이 들리고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미각만이 그들을 기억한 것이다. 작가는 덜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자고 말하지 않고 당신은 왜 아직도 ‘도살된 비인간 사체 조각’을 먹느냐고 묻는다.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소비하는지가 동물과 지구를 위한 매 순간의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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