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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Dec 09. 2021

자유로울 것 - 임경선 에세이


행복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느끼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 대부분은 행복을 느끼기보다 지루하고 슬프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우리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그 찰나의 순간의 기쁨과 환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뇌는 행복의 순간을 삶의 마지막까지 기억한다. 


나에게는 어떤 인생의 순간들이 기억되고 있을까. 임경선 작가의 《자유로울 것》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다행스럽게도 슬픔과 고통의 순간보다 즐겁고 따뜻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다. 아이가 가만히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때,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한강의 겨울바람을 막아준답시고 가련한 몸으로 군밤장수 같은 허름한 잠바를 펄럭였을 때,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던 순간, 별다를 것 없는 시골밥상이지만 외할머니가 끓여주었던 호박 국과 깍두기 밥상이 떠오르다. 임경선 작가의 말대로 내가 무엇을 얻고 가지고 있어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의 기억이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찰나였다.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 《자유로울 것》에는 작가의 글쓰기에 관한 생각도 많이 담겨있다. 소설과 에세이 쓰기의 차이점이라던 지, 작가가 생각하는 에세이의 중요한 점이라든지.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몸은 널브러져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가끔 한심하다. 꼭 책을 내야 작가는 아니잖아?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작가 아니겠어?라고 자기방어를 하는 모습도 비참하다. 


내가 느낀 감정이 어찌 되었든 작가의 글을 읽고 몸을 일으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임경선 작가의 글은 나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내가 임경선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접한 글이라도 자꾸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작가다. 아직 임경선 작가의 책을 절반도 읽지 못했지만 서둘러 읽고 싶지 않은 이유다. 천천히 오래오래 그녀의 글을 읽고 싶다. 너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근데 왜 그렇게 멍청하게 시간을 죽치고 있냐고, 일기 같은 글 나부랭이 쓸 거면 일기장에나 쓰라고 내 앞에서 날카로운 말을 내뱉어도 실실 나는 웃으며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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