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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Dec 09. 2021

《밝은 밤 - 최은영》

밝은 밤》을 읽으며 수없이 많이 엄마를 떠올렸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 불편해하는 사람. 여전히 나는 핸드폰에 엄마의 전화를 확인하면 반가운 마음보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일까 걱정이 앞선다. 반대로 사랑으로 나를 품어줬던 외할머니 모습도 많이 떠올랐다. 나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항상 할머니를 생각한다. 할머니가 추석을 앞두고 돌아가셨기 때문인데, 할머니를 떠올리면 까만 밤하늘에 유난히 밝았던 그 보름달이 여전히 내 가슴에 반짝인다. 


아이는 가끔 묻는다. 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인데 왜 손녀인 나를 더 좋아하냐고. 아이가 그 질문을 할 때면 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지만 엄마가 나를 사랑했던 순간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막막해진다. 분명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텐데 왜 나는 항상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할까. 그래서 나는 항상 아이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사랑해, 고마워, 괜찮아, 할 수 있어!


나에게는 애증의 상대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엄마의 사람들은 항상 엄마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엄마는 막무가내이고 가끔은 몰상식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쁘고 착하고 재미있는 사람인 엄마. 《밝은 밤》을 읽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늘 빈자리이고 그리움이고 불안이었지만 이제 그때의 엄마보다 더 늙어버린 내가 엄마의 부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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