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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Dec 09. 2021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다. 나는 취향이라는 것이 촌스럽지만 땅속에서 뽑아내면 줄기에 후드득 엮어 딸려 나오는 감자나 고구마 같다고 종종 생각한다. 어디까지 감자나 고구마가 숨어있을지 찾고 싶어 계속 손을 허우적거린다.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를 읽었다. ‘어떻게 지내요’라고 묻는 다정한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책의 원제인 ‘what are you going through’란 문장도 참 좋았다. 책을 읽고서야 ‘어떻게 지내요’ 묻는 일이 결국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랜 친구들과 연락이 닿았다. 1년에 한번 서로의 생일에만 연락하는 친구는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기무넹 잘 사냐?”라고 물었고 근 10년 만에 만난 대학 동창은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자영업자로 사는 자신의 처지와 외로움을 쏟아냈다. 반가운 친구들의 소식과 만남에 즐겁기도 했지만 현재의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나의 안부도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일상에 파묻혀 여전히 나는 구덩이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지. 혼자 끙끙대며 싸매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손을 뻗지 못하는 외로운 인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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