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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Jun 24. 2022

파커 J. 파머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고통은 죽음이 아닌 생명을 가져다주는 무언가로도 변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나죠. 이 나이가 되니, 자기 생애에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을 잃고 고통받아온 사람을 저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깊은 슬픔에 잠깁니다. 다시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없으리라고 확신하면서요. 그러나 그들은 서서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아갑니다. 그런 상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더 성숙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것, 타인의 슬픔과 기쁨에 더 마음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입니다. 한데 그들의 마음은 부서져 조각난 것이 아니라, 부서져 열린 것입니다.”

P.77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책을 다시 읽어나가고 있다.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다는 말인 동시에 점점 슬픔이 옅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의 주제는 ‘죽음’이다. 다른 주제의 책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상실과 그리움에 관한 글은 끝까지 읽게 된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도 최근에 다시 읽은 책 중에 하나다. 



삶으로 겪은 만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신문을 읽어도 사고 현장 기사를 세심하게 읽고 길을 걷다가도 작업복 차림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에 시선이 간다. 어제는 한 대선 후보 유세 버스에서 2분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는 기사를 읽고 긴 한숨을 쉬었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이다. 



‘우리는 죽음에 관해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지만 불가피한 것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라고 파커 J. 파머는 말한다. 후회와 그리움이 마음에 남아있지만 슬픔 속에 잠기기보다 아빠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가족에게, 타인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생일을 축하하고,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는 일. 내가 잃어버린 것에 침잠하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세상 속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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